탄핵 받아야 할 사법독선

2021.06.13 17:0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35

탄핵 받아야 할 사법독선

Image 6.jpg[기고] 권오헌 (사)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국정관련 주요 사건들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나 국민대표기구인 입법부, 그리고 여야 정치권은 일정하게 불리한 판결까지도 대부분 일단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부차적으로 ‘아쉬움’과 ‘유감’을 표명한다.

이는 3권분립 원칙 때문이기도 하고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헌법적 고유임무와 권한에 대한 예우차원일 터였다.

과연 사법판단은 절대적일 수 있을까. 그러나 결코 그렇질 못했다. 부당한 법률적용이나 부당한 권력의 압박 등으로 이른바 ‘사법살인’이란 오명을 낳게도 했었다. 뿐만 아니라 법관도 사람인지라 성향에 따른, 자질에 따른 오류도 범할 수 있을 터였다. 어떤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대상이 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난 7일 매우 희한한 법원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는 송 아무개씨를 비롯한 일제 전범기업의 강제노역 피해자들과 그 유족 등 85명이 일제강점기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고 황당한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는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재판부가 말하는 청구권협정은 1965년 당시 박정희 군부세력이 절대다수 국민들의 반대 속에 굴욕적으로 맺은 이른바 한일청구권협정(한일협정)이다. 재판부는 이 협정문의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 청구권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체결됐다”는 것을 인용하여 ‘개인청구권’은 이 협정이 말하는 청구권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34부의 판단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본제철 등 강제노역 피해자 이춘식 등 4명이 낸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국가간 협정으로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고승소판결과는 정면 배치된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부는 일본제철이 한국인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고 최종판결했다.

대법원의 이런 판단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2012년 5월 대법원 1부(주심 김능한 전 대법관)의 판결을 재확인하는 선고였다.

강제노역 청구권 소송이 대법원까지 오는 데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찍이 1941~43년에 걸쳐 당시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되어 거의 노예노역을 하고도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 채 해방을 맞아 귀국했던 이춘식, 여운택씨 등은 1997년 일본법원에 임금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2001년 3월 27일 이를 기각했다. 2003년 10월 9일 일본최고재판소도 상고기각으로 일본에서의 청구권 소송은 이른바 기각판결로 끝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까지 올라온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청구권소송은 당시 다수의견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일본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어서 한일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일협정으로 피해자들의 개인적 피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다수의견은 일본법원의 판결 중 ‘일본식민지 지배가 합법이란 전제아래’ 일제강점기의 법령이 유효하다고 함으로써, 강제동원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충돌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일본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점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물론 당시 ‘개인청구권도 한일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면서 한일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청구권행사가 제한된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결국 민사 34부는 이 소수의견을 따른 셈이다.

그런데 서울지법 민사34부는 이 같은 판단을 하는데 황당한 논리를 끌어냈다. 바로 위에서 말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내 최고재판소 판결이지만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 잡은 징용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러한 판결은 단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 또는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지 지배를 인정했다는 자료가 없고, 국제법적으로 불법성을 인정한 자료가 없다”고 일제 식민지지배의 합법성을 대변하는 망발을 하고 있다.

이는 망발정도가 아니라 일제 강점을 따라야하고 그 식민지법률을 지켜야 하며 그 법에 따른 강제징용도 합법이란 논리로 연결시키고 있어 일본제국주의 지배논리를 복창하고 있다.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청구권문제의 법적, 실제적 다툼을 떠나 진영논리, 패권시대의 냉전논리까지 끌어와 우리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바로 “청구권을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돼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가 있다며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한다.”, “분단국의 현실과 세계4강의 강대국사이에 위치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이란 우리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냉전시대의 패권논리와 일본 극우논리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일제 강점기 전범기업으로부터 강제노역에 혹사당한 노동의 대가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 소송성격에 동떨어진 국가의 안보와 일본과의 관계훼손우려, 한미동맹 우선론이 왜 등장하는지 극히 개인적인 편향적인 망발을 하고 있다. 마치 권위주의시대 반공법정을 연상케 하고 있다.

또한 34부 재판부는 ‘청구권협정으로 지급된 3억 달러는 과소하므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볼수 없다’는 원고들 주장에 “당시 낙후한 후진국가 지위에 있던 대한민국과 이미 경제대국에 진입한 일본국 사이에 이뤄진 과거의 청구권협정을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는 오류”라며 “당시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또 다른 정치논리를 끄집어냈다.

일제강점기 수백만 명이 강제동원되어 살인노역을 강제 당했던 조선민중의 억압착취 등 식민지정책은 눈감으면서 오히려 배상금도 아닌 경제협력 성격의 청구권으로 준 것을 감지덕지하며 ‘한강의 기적’과 연결시키는 이 재판부의 소속은 과연 어느 나라의 법정인가?

소송내용과 관계없는 비본질적이고 비법률적 논리를 들어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를 지키려는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아픈 쇠못을 박고 있는 망발이었다.

참으로 이 같은 판단이야말로 법률과 양심에 따른 사법권 행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오히려 반일종족주의의 왜곡된 주장만이 이어지고 있다.

어째서 원고의 권리를 인정한다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그리고 공공복리가 위태로워진단 말인가. 강제노역의 억울한 피해자가 응당 받아야할 대가 때문에 국가안보가 흔들리고 특히 전범국가의 국가이익까지 염려하는 반민족 반노동 맹목적 안보논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34부재판부의 이 같은 일본편향 판단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29일,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같은 법원 민사합의 34부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성노예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는 2021년 1월 8일 같은 민사합의 34부(재판장 김정곤)가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 승소판결에서 소송비용도 당연히 ‘피고(일본)가 부담한다’고 했으나 이 재판부에 새로 부임한 김 부장판사는 “국가가 원고들(성노예피해자)로 하여금 납입을 유예하도록 한 소송비용 중 피고(일본국)로부터 추심할 수 있는 소송비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편향을 노골화 했다. 이처럼 일본군 성노예소송 중 추심결정에 이어 강제징용 피해배상청구소송에도 기존의 판단을 뒤엎은 것이다.

과연 김 재판장은 일본의 과거범죄에 대한 반성도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후대들에 대한 교육도 시키지 않는 사실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아직도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참배를 하면서 전쟁하는 나라로 헌법개정을 꿈꾸며 재침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는 저들을 모른단 말인가?

그런데 또 하나 이 재판부가 무리한 재판기일 변경을 하고 있었다. 흔히 선고공판에서 늦춰지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앞당기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지난 7일 있었던 청구권소송에서는 원래 10일로 예정된 선고기일을 3일이나 앞당겨 당일 오후 2시에 선고하겠다고 법률대리인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지방에 살고 있는 원고들이 법정에 올수 없게 하려는 야비한 꼼수까지 부렸다.

각하결정에 원고들의 항의를 두려워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재판장은 실제로 ‘법정의 평온과 안정’을 위해서였다고 참으로 떳떳하지 못한, 공정한 재판에 또 하나의 흠점을 남겼다.

그래서 정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반국가 반민족적 판결을 내린’ 판사의 탄핵을 요구하게 되었고 게재 하루만에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냈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정치권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잇달아 들리고 있다. 브라질에서 일부 검찰과 사법권력이 법률지식을 동원하여 민주주의를 전복시켰던 먼 나라의 야만이 이 땅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법과 양심에 따른 독립적 판단이 아닌 개인적 성향의 오만과 독선의 사법판단은 탄핵받아야 한다. 이제 개별적 분노가 아닌 입법부의 결의로 탄핵은 물론 그 이상의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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