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9시 55분경 제주 강정에서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강정 주민들 및 평화생태활동가들 40여 명이 구럼비 해안의 공사 현장 펜스를 뚫고 들어갔다. 현재 강정마을에 외부에서 투입된 경찰 병력 천여 명이 주둔하고 있으나 경찰이 발견하기 전에 넘어갔으나 이후 10시 30분인 현재 경찰에 대거 연행되고 있다. 이들은 ‘양윤모 선생과 구럼비를 살리기 위한 평화생태 행동’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영화평론가 양윤모씨(56)의 옥중 단식이 3월 9일로 31일째가 됐다. 양씨는 지난 1월 30일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돼 지난 2월 7일 제주교도소에 구속 수감됐다. 수감된 후 곧바로 그는 단식투쟁에 돌입해 물과 소금만으로 단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미디어오늘은 제주교도소에 수감된 양씨를 면회했다. 본래 69kg이던 체중은 기자가 접견할 당시 54kg이 됐고 혈당은 60으로 내려간 상태였다. 그는 사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접견하기도 힘에 겨울 정도로 쇠약한 상태였으나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양씨는 “구럼비 해안 발파가 시작됐지만 몸에 좀 상처가 났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며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양윤모 영화평론가(54).

 


그는 무기한 단식이라는 선택까지 한 이유에 대해 “고향의 아름다운 풍광이 군사기지개발에 의해 송두리째 파괴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구럼비가 나의 무지를 일깨웠고 구럼비에서 지낸 시간이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인 2011년 4월 경찰에 연행돼 구속되기 전까지 구럼비 바위 위에서 3년간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을 치고 살았다.

‘고립된 상태에서 무기한 단식까지 무리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양씨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구럼비가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의 단식을 멈출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해군기지 건설 전면 백지화뿐”이라며 마지막으로 “저는 ‘손가락’이고 ‘달’은 강정”이라며 “강정마을 주민들을 많이 껴안아 달라”고 말했다.

양씨는 앞서 2011년 4월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돼 옥중에서 57일간, 석방 후 14일 등 총 71일간 단식한 바 있다. 지난 7일 양씨를 면회하고 온 변영식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공동대표는 8일 기자와 만나 “(양윤모씨가) 구럼비 해안 발파가 시작된 7일부터는 소금마저 끊었다”며 “당장이라도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작년에 71일 동안 단식을 하면서 건강이 약화된 상태에서 두 번째 단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우려되는 상태라는 것이다.

변씨는 “나도 예전에 단식을 해봐서 알지만 말이 쉽지 열흘만 단식을 해도 눈이 뒤집히는 상황이 된다”며 “마을 주민들이 걱정하며 단식 중단을 요청해도 (양씨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럼비 발파 소식이 들리면 물조차 마시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구럼비를 발파하면 구럼비와 함께 생을 마감하겠다고 결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구럼비 바위 자체는 발파가 되지 않았으며 그 인근에 대한 발파를 시작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