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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일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경복궁 동편주차장에는 이날 6시쯤 떠날 예정인 새해맞이 금강산행 버스들이 1호차로부터 8호차까지 차례로 세워져 있었고 연대모임에 함께 할 남측대표들이 배당된 차량 주변에 모여들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열리게 된 남··해외 동포들의 상봉모임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분이 눈에 띄었다. 바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이었다. 통일부가 지난 8일 방북목적, 행사성격, 관계기관협의,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터무니없는 이유로 선별 불허된 대표로는 이규재 의장 말고도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와 김준기 민족자주평화통일 중앙회의 의장까지 전체 참가자 250여 명 중 3명이었다.

 

 

방북목적이나 행사성격은 당국에서 잘 알 것이고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좋으면 좋았지 나쁠 리가 없었다. 결국 관계기관 협의에서 아직도 냉전과 대결이란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였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구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규재 의장은 비록 선별 배제되었지만 새벽같이 대표들이 떠나는 현장을 찾아 남북선언이행을 위한 뜻있는 새해모임을 훌륭히 치르고 무사히 잘 다녀오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일부 단체 대표들에 대한 선별배제 말고도 분노할 또 다른 소동이 있었다. 이번 행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가져간 취재장비에 대한 불허조치였다. 이는 물론 미국의 행패였다.

 

 

남북관계 진전과 대북제재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실행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한·미실무협의체, 이른바 한미워킹그룹에서 아니 미국이 성능 괜찮은 사진기와 노트북 등을 휴대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통일부는 워킹그룹에서 반입불가로 협의된 듯 말을 했고 뒤늦게 문제가 번지자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미국의 수출관리규정(EAR) 의거해 언론매체의 취재장비는 북(조선)에 반입할 수 있다고 뒷북을 쳤다. 어쨌든 이날 남쪽의 취재기자들은 성능이 괜찮은 사진기나 노트북을 가지고 갈 수 없었다.

 

 

연대모임 남측대표단 공동단장인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 의장, 김희중 가톨릭대주교,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등이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임하는 자세와 결의발언 등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표들을 태운 버스는 예정시간보다 늦은 6시경 경복궁 주차장을 떠났다.

 

 

내가 탄 3호차에는 6.15남측위의 단위별 모임에 참가하지 않지만 내가 잘 알고 있는 대표들이 주로 탔다.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의장,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 장남수 유가협 회장, 문규현 신부님, 심재환 변호사, 김진향 교수, 이장희 명예교수, 정해열 사월혁명회 공동대표, 박해전 자주통일연대 상임대표,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 이윤배 남북역사문화교류 이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 문국주 유월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 상임이사, 김하범 3.1운동 100주년 추진위사업 자문단,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 최경환 민주평화당 국회의원 외 여러분이었다. 그리고 최은아, 권명숙, 박용승 등 6.15남측위 집행간부들이 모든 것을 안내하고 홍보했다.

 

 

내린천휴게소와 속초를 지나 850분쯤 남측 출입국사무소에 닿았다. 이보다 앞서 집행일꾼들이 알려준 대로 세관. 검역 관련 서류에 해당사항을 기재했다. 그리고 가져갈 수 없는 휴대폰과 책자 등을 남측 출입국사무소에 맡기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250여 명의 출입절차를 마치고 다시 북으로 달린다. 오른쪽으로 검푸른 동해바다가 남북을 가르지 않고 출렁인다. 마침내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남쪽전망대에서 빤히 보이는 구선봉을 지나 북측 출입국사무소에 이른다. 미리 써 두었던 검역. 세관신고서 등을 내주고 형식적인 짐 검사를 마쳤다. 차량검사도 끝나고 대표들은 이러한 절차가 없어져야 하는데 또 다른 조국땅, 동포들을 만나는데 왜 이런 복잡한 절차가 있어야 하는가!’ 탄식했다.

 

 

6.15북측위와 민화협 일꾼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나를 미리 알아본 북측 일꾼이 건강은 어떤지 묻는다. 양선생도 왔느냐니까 저기 계신다고 안내해준다. 지난해 8월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 때 송별만찬장에서 본 뒤 반년 만에 다시 만났다. 양철식 6.15남측위 부위원장이었다. 양선생도 첫마디가 내 건강이다. 동포애의 뜨거운 정을 느끼게 한다. 다시 북행버스가 11년 전 옛길을 따라 달린다. 고성통일전망대에서 날씨 좋을 때 아스라이 보이는 일출봉, 집선봉, 세존봉으로 짐작되는 우람한 외금강의 절경이 다가온다. 금강산 일대 백두대간의 동쪽으로 흐르는 개울들이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룬 남강도 반쯤 얼음이 녹아 그 맑은 물결이 동해로 내달리는 모습이다. 곧이어 왼쪽으로 빛바랜 남북이산가족면회소가 서있고 교예공연장으로 잘 알려진 문화회관과 온정각 동·서관 사이 넓은 공간은 수백수천 관광객이 법석이던 옛 모습대신 한적하기만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던가, 꼭 맞는 뜻은 아니지만 야은(冶隱) 길재(吉再)가 노래한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였다. 이 또한 이명박 정부의 외세공조 동족대결 행패 때문이고 그 배경은 말할 것 없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살인적 제재행패 때문이었다. 이윽고 남측 대표단이 하룻밤 이틀을 지낼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조선옷을 곱게 차려입은 호텔여성종업원들이 양쪽으로 줄서 남측대표단을 맞아 주었다. 점심은 뷔페식이었고 나는 특히 맵지 않은 미역국과 배추김치가 입맛에 맞았다. 배정된 객실은 111107호였고 장남수 유가협회장과 한방을 쓰게 되었다. 여러 번 드나드는 사이 11층을 쓰고 있는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 의장과 김희중 대주교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설훈 국회의원 등을 만나곤 하였다.

 

 

오후 230분 대표단은 금강산 문화회관까지 타고 온 버스로 이동한다. 문화회관 무대 쪽에서 본 오른쪽에 북측 대표단이 자리하고 맨 왼쪽에도 대표단들이 입석하고 있었다. 무대 위쪽으로 북남선언 리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이라고 쓴 큰 펄침막이 걸렸다. 그리고 주석단으로 남북해외 대표단이 입장했다. 큰 박수로 환영했다. 남측에서는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 의장, 김희중 한국종교인 평화회의 대표회장,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 공동단장들이 함께 했고 북측에서는 공동단장인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 회장, 박명철 6.15북측위 위원장, 강지영 조선종교인 협의회 회장, 양철식 6.15북측위 부위원장 등 대표단이, 해외측에서는 손형근 6.15해외측위원회 위원장과 차상보 6.15해외측 부위원장(재중 대표) 등 모두 15명이 자리했다.

 

 

그리고 이곳 금강산에서 11년 만의 민족공동행사인 남북(북남)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대표자회의가 양철식 6.15북측위 부위원장 사회로 진행되었다. 먼저 김영대 북측 민화협 회장과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 의장, 손형근 6.15해외측 위원장의 축하연설이 있었다.(내용생략) 이어서 박명철 6.15북측위 위원장과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남측), 차상보 6.15해외측 부위원장(재중동포), 김홍걸 민화협(남측) 대표 상임의장의 결의발언이 있었다.(내용생략) 전체 500여 남과 북 해외 대표들은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와 김한솔 6.15북측위 부위원장, 김영희 6.15해외측의 사무부국장이 함께 읽은 ‘8천만 겨레에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우리는 희망찬 새해 2019년에 역사적인 남북(북남)선언들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힘차게 전지시켜 나가려는 드높은 결의와 의지를 안고 해내외 8천만 겨레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남북 정상이 열어가는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을 적극 지지하고 새로운 평화번영의 시대를 다함께 힘껏 열어나가자.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운동을 남과 북, 해외에서 적극 벌여나가자.

남북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활성화하여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자.

온 겨레의 슬기와 지혜를 합쳐 평화와 통일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나가자.

 

 

호소문은 또한 수뇌분들의 뜻을 받들어 남북사이의 화해와 신뢰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확고히 전환할 것,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바라는 민족성원이라면 그 사람이 누구이건 사상과 이념, 정견과 제도의 차이를 뛰어넘어 남북선언들을 지지·이행하는 길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자! 고 했다. 또한 군사적 긴장만을 격화시키는 합동군사연습과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을 철저히 반대 배격해 나가자! 고 했으며 중단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여 민족적 화해와 단합, 민족경제의 대동맥을 이어 나가자고 했다.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토대 위에서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통일강국의 휘황한 설계도를 마련해 나가자!고 했고,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발표 한 돌을 비롯한 민족공동행사, 부문별, 계층별 모임을 갖자며 올해를 또 하나의 역사적인 해로 빛내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호소문은 전체 참가자들의 기립 박수로 채택됐다. 새해맞이 연대모임 대표자회의는 이렇게 마쳤고 남북해외대표들은 서로 아는 얼굴들을 찾아 오랜 만에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었다.

 

 

이후 남북해외 대표들과 여성, 노동, 시민, 민화협, ....*뒤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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