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가족 품으로의 염원 끝내 못보시고 가신 강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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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찾아 뵈온 지 꼭 한 달 만에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721, 논산 우리들 집으로 선생님을 찾아 뵈었을 때만 해도 그렇게도 반가워하시고 기분도 좋으셔서 병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멀쩡하셨는데 그사이 이런 비보를 듣게 되어 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선생님 살아오신 무게에다 잔혹한 고문 등 오랜 옥고의 후유증과 불청객 암세포 앞에서는 그 철저한 투병의지도 한계가 있었겠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고향땅을 밟고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 긴 이별의 조국현실을 말해주려 하셨던 그 마음속 다짐 어찌 지키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습니까?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잇단 남북합의때마다 큰 힘을 받으시며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민족끼리의 자주통일세상을 꿈꾸셨던 그 평생염원 못 보시고 떠나시다니 외세와 분단시대 그 오욕의 역사를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시대 상황에서는 원칙과 강직함을 잃지 않으셨지만 일상과 사람관계에서는 격의 없고 정이 넘친 만인의 벗이었습니다. 또한 누구 한 사람이라도 가볍게 스치지 않으시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 생활모습, 취향까지 머릿속에 입력하시어 끝까지 인간관계를 끈끈한 정으로 맺어 오시는 몸에 밴 사람중심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꾸밈없고 직설적인 그래서 더욱 진정성을 보여 주셨던 선생님의 모습, 이제는 옛이야기로 남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제 강점기인 19331012일 함경남도 흥원군 신양리에서 목수일을 하시는 가난한 소작농의 6남매중 다섯째로 태어나셨습니다. 억압과 착취, 식민지시대 대부분의 삶이 그러했듯이 선생님 가정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8.15조국광복이 있기까지는 누구보다 배우고 싶었던 선생님께서 학교 문턱도 가실 수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해방조국에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곧바로 인민학교 3학년에 편입 졸업하셨고 1950년에 중학교에 들어가 전쟁시기를 거쳐 1954년 졸업하시자마자 원하는 해군에 입대, 7년 동안 동해바다를 누비셨습니다. 그리고 1961년 제대하자마자 수산사업소로 일터가 배치되었습니다.

 

배우고 싶을 때 학교에 갈 수 있었고 취향에 맞는 해군에 입대했으며 제대하여 다시 일터까지 마련해 주는 그러한 사회체제에 감복했고 그래서 뒤에 통일사업 소환에도 기꺼이 뛰어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대하던 196110월 박원옥님과 가정을 이루셨고 이듬해 따님 선자, 아드님 길모를 연년생으로 얻으시고 참으로 행복한 순간을 누리셨습니다. 이때, 보다 전문적 지식을 얻기 위해 진남포 해양전문학교에 다시 진학, 2년 뒤 항해사 자격증을 취득하셨습니다. 그리하여 3천톤급 외항선을 타고 사할린 등을 드나드는 멋진 마도로스 시절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통일사업은 그 사명감만큼 탄탄대로가 아니었습니다. 항해사이신 선생님은 다른 선원들과 함께 남쪽영해에서 체포되셨고, 대방동 미합동수사본부, 서빙고 대공분실등에서 6~7개월에 걸친 잔혹한 고문수사를 받으셨습니다. 그래도 기개를 굽히지 않으니까, 대방동 미수사관들조차 공산당이 대단하다!”, “김일성이 정말 대단하다, 사람을 이렇게 잘 고르다니!”라고 감탄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선생님은 1심에서 사형, 상고심에서 무기형으로 감형되어 19881221일 대사면 때까지 24년 옥고를 치르셨습니다.

 

비록 감옥문을 나오긴 했지만 누구 한 사람 연고자도 머물 곳도 없는 데다가 보안관찰을 받는 또다른 철창없는 감옥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선 역경을 이겨내셨습니다. 가구공장 공사현장, 병원, 성당 등 일터를 옮기며 생활안정을 찾으셨고, 특히 서로 존경하고 배려하는 좋은 분을 만나시어 새가정을 이루시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늘 가슴 아파하시는 일은 박정희 유신독재시대, 계획적으로 자행된 잔혹한 고문등 강제전향공작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셨습니다. 실질적 전향이 아니었음은 공안당국도 인정하는 터였다. 강제전향 자행 후 10년을 더 징역살게 했던 당국이었습니다.

 

그래서 20009263명의 비전향장기수 1차송환이 있은 뒤, 20012633명의 장기구금 양심수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강제전향은 전향이 아니다!”전향무효선언과 함께 북녘 고향으로의 송환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때 강담 선생님은 기자회견문을 직접 읽으시기도 했습니다. 그뒤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사상전향제도의 위헌성과 강제전향공작의 위법성을 밝혀내고 강제전향의 원천무효임을 선언하였습니다.

 

이후 선생님께서는 양심수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시며 민가협 목요집회에 참가하시고, 통일광장 회원으로, 범민련 남측본부 서울연합 고문으로 활동하시며 양심수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 자주통일투쟁 현장을 빠짐없이 참여하셨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생님께서는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팔, 다리 힘을 잃으셨고 2012년에도 전립선암 진단을 받으셨으며 2020년초 폐암4기 진단을 받으시는 등 어려운 투병을 해오셨습니다. 그리고 끝내 그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꿈에도 잊을 수 없었던 가족들과 조국땅 신념의 고향을 찾지 못한 채 숨을 거두셨습니다.

 

선생님, 90에 가까운 처절하고 치열했던 식민지 시대와 또다른 외세와 분단시대의 아픔을 잊으시고 이제는 편안히 잠드시기 빌겠습니다. 남은 사람들이 선생님 뜻이어 반드시 통일조국을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2020823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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