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비전향장기수의 특별한 하루

박희성선생 87세생일 美대사관 1인시위

Newsroh=로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오늘은 기쁜날!

 

비전향장기수 박희성 선생이 2487세 생일을 맞아 미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로 생일 잔치를 자축(自祝)했다.

 

한달여전인 218일 미대사관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시위를 한 터였다. 북에 두고 온 한살배기 아들 동철이 환갑을 맞은 특별한 날, 아들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억누르며 분단과 이산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을 준엄하게 꾸짖는 아메리카NO 국제평화행동시위를 벌인 것이다.

 

일점 혈육(血肉)이 없는 남쪽에서 그이는 생일을 챙겨본 기억이 없다. 미국만 아니었다면 전쟁도 없었을테고 하나의 겨레가 이렇게 장구한 세월 서로를 그리워하며 떨어져 지낼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미국의 군대가 온갖 특혜속에 공짜땅을 쓰며 주둔하는 것도 모자라 천문학적인 방위비 분담금을 챙겨간다는 소식에 그이는 분연히 생일날 나서게 됐다.

 

코로나시국에 13.9% 인상 웬말이냐, 주한미군주둔비 단한푼도 줄수 없다고 쓰인 배너를 들고 선 박희성 선생과 함께 동료 비전향장기수 양희철 선생이 함께 했고 통일로이정민회원, 그리고 캐나다동포 오경희씨가 응원차 합류했다.

 

박희성 선생은 미대사관 앞에서 피켓 시위로 생일잔치를 대신했지만 사실 이날 양심수후원회 만남의집에선 '깜짝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평상시처럼 저녁을 준비하려 한 선생은 정성혜 사무국장과 직원들이 분주히 잔치상을 준비하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불고기와 생선회, 굴전, 생선전, 부추전 장충동족발에 미역국 등 푸짐한 생일상이 뚝딱하고 만들어졌다. 김호현 양심수후원회이사장이 아름다운 꽃바구니와 복분자술 샴페인도 들고왔고 맏형격인 양원진(93) 선생과 김영식(89) 선생 양희철(88) 선생도 함께 했다. 주인공은 박희성 선생이었지만 기실 모든 비전향 장기수선생들을 위한 자리였다. 그래서 케잌에도 4개의 촛불이 켜졌고 커팅도 장기수 선생들이 다정히 손을 잡았다.

 

 

  왼쪽부터 양희철선생 양원진선생 박희성선생 김영식선생

 

박희성 선생은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 좋겠는지...오늘 간단한 저녁식사 하는줄 알았는데 이렇게 잔치상을 차려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내가 건강해서 조국통일하는데 앞장서고 꼭 살아서 꿈에도 잊지못하는 고향에 돌아가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최고령 양원진 선생은 박희성 선생은 열여섯에 소년병으로 입대하고 열여덟에 입당을 했다. 우리 함께 불굴의 정신으로 통일을 위해서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복무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동료 김영식 선생은 늘 조국과 민족을 위해 열성적으로 일한걸 너무도 고맙게 생각한다. 낙성대 와서도 집안을 너무도 깨끗이 하고 잘해서 정말로 좋다. 건강하게 있다가 꼭 가족품으로 가기를 바라고 생일 축하드린다고 덕담을 했다.

 

 

양희철 선생은 박희성 선생과는 62년도 영등포 포로수용소와 68년도 대전교도소로 이감(移監) 됐을 때 한방에서 같이 생활한 인연이 있다. 오늘 처음 얘기하는데 박희성 선생은 천재다. 기억력도 좋을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과 사안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누구보다 빨리 한다. 그런 동기인데 교도소 나와서 만남의집에서 또 만나게 됐다고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고 꼭 살아서 사랑하는 아들 동철을 만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혜순 후원회장은 그리운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사신것이고 그 마음이 저희들에게도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당원 가입 70주년인 내년엔 고향에서 맞기를 소원하시는만큼 어떡하든 고향에 보내드리려고 한다. 부디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김호현 이사장이 장기수선생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이어 선생들은 젊은날의 이야기 등 옛 추억을 돌이키며 화기애애한 담소를 이어나갔다. 박희성 선생이 북에서 나오기 직전 노동절에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 먹은 이야기를 꺼내자 김호현 이사장은 “2006년에 옥류관에 가서 평양냉면을 혼자서 다섯그릇을 먹었는데 2007년에 다시 가니까 옥류관 종업원들이 냉면선생 또 오셨다고 반가워하더라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축하잔치에 노래가 빠질 수 없었다. 박희성 선생이 우렁찬 목소리로 선창(先唱) 했고 양원진 선생은 중국 노래로 이어나갔다. 김영식 선생은 흥겨운 춤사위와 함께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다.

 

 

  흥겨운 축가를 부르는 김영식선생

 

이어 김혜순 회장이 살짝 율동을 곁들인 민요풍 노래로 박희성 선생에게 듬뿍 애정(?)을 표현해 큰 박수와 웃음을 자아냈다.

 

김혜순 회장이 율동을 섞어 노래하는 모습에 장기수선생들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두권의 시집을 낸 시인 양희철 선생은 자연의 봄은 지금 오고 있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봄은 아직 오고 있지 않다는 말과 함께 신석정 시인의 산문시 봄이 올때까지를 낭송(朗誦)해 눈길을 끌었다.

 

 

  양희철선생이 신석정시인의 미발표 시를 낭송하고 있다

 

지난달 박희성 선생이 아들 환갑기념으로 1인시위를 했을 때 자작시 박희성동지의 절규를 낭송했던 양희철 선생은 겨울이 오기전에 우리는 문주란과 글라디올라스 이런 꽃들을 한방에 모아 놓는다. 이 꽃들은 감방에 둘러앉은 우리같은 정치범 죄수들을 상징한다. 신석정시인이 1950년대 정치범으로 투옥됐다가 나오자마자 지은 미발표시다라고 소개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캐나다 동포 오경희 씨는 이날 자신이 연주한 세레나데 오브 스프링(시월의 멋진 날에)’에 맞춰 노래를 하는 등 시종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오경희선생이 세레나데 오브 스프링(시월의 멋진 날에)’를 부르고 있다

 

정성혜 사무국장은 박희성 선생님을 비롯해 장기수 선생님들은 그 혹독한 고초(苦楚)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90청년'들로 보인다. 그것은 그리운 고향, 신념의 고향에 가고야 말겠다는 의지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박희성 선생님과 함께 고향 해주와 장전에 꼭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