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0여 곳에서 “문 열어! 지금 당장! 이석기 전 의원 석방하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7/11

▲ 서울에서 진행된 ‘이석기 의원 사면복권이 민주주의의 회복이자 정의의 회복’이라는 의미를 담은 석고상 행진. [사진제공-한국구명위]     

 

▲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퀵보도 행진. [사진제공-한국구명위]  

 

▲ 경북 경주에서 진행된 자전거 행진. [사진제공-구명위]  

 

▲ 제주에서 진행된 국민행동. [사진제공-한국구명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이하 한국구명위)’와 16개 시도별 구명위가 10일  ‘감옥에서 8년째 이석기 의원 사면 복권 7.10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을 개최했다.

 

이날 국민행동은 ‘문 열어! 지금 당장!’이라는 주제로 서울을 비롯해 전국 50여 곳에서 1인 시위·행진(차량·현수막·상징의식·자전거)·문화제·거리공연 등 다양한 형태로 열렸다. 

 

서울에서는 오후 4시경 서대문역을 출발하여 청와대 앞까지 박제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석고상 행진 ‘정의의 여신상 행진’이 진행됐다. 이 행진은 ‘이석기 의원 사면복권이 민주주의의 회복이자 정의의 회복’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으로 인하여 이토록 고통이 길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손으로 이제는 끝내야 한다”라며 광복절 사면복권 결단을 촉구했다. 

 

상징의식 행진을 하는 동안 서울 지하철 40개 역사 출입구 300여 곳에서 동시에 1인 시위가 진행됐다. 

 

이 전 의원이 수감된 대전교도소 앞에서는 4시 30분부터 청년학생문화제가 열렸다. 

 

정진우 한국구명위 공동대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편입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런데 진짜 그렇게 발전한 사회에서 왜 노동자들은 죽어가야 하고 이석기를 비롯한 이들은 여전히 감옥에 있어야 하는가. 우리 사회의 위선과 거짓과 무도함에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라며 “여전히 우리 사회는 비극으로 넘쳐나고 그 한가운데 이석기 의원은 8년째 감옥에 있다.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이제는 그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바투카다(브라질의 전통 타악기) 공연과 래퍼 공연 등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김 모 씨(18, 특성화고 3학년)는 “실습을 나가지만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석기 의원이 석방되어 불평등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모 씨(21, 대학생 평화나비 회원)는 “자주적인 나라를 앞당기는데 이석기 의원이 꼭 필요하다”라면서 석방을 호소했다. 

 

 

▲ 대전교도소 앞에서 열린 청년학생문화제. [사진제공-한국구명위]  

 

이 전 의원은 국민행동에 참가한 전국의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옥중 편지를 보내왔다.

 

이 전 의원은 편지에서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제 곧 십 년”이라며 석방을 위해 한결같이 애써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전 의원은 “낡은 것이 이미 죽어가는 데도 새로운 것이 탄생하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불평등은 완화되기는커녕 모든 계급 계층으로 더 심화된다. 이것은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오로지 자신의 과업으로 하는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촛불혁명에서 민중이 제시했던 우리 사회 불평등의 해결, 나라다운 나라의 건설 책임은 민중 자신에게 있다”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자주, 평등과 평화 정의의 실현은 그 누구에게 기대할 것이 아니며 오직 우리 스스로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과제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구명위원회과 16개 시도구명위원회는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19일 동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연속 농성을 진행해왔다. 지난 7월 1일에는 5대 종교 지도자를 비롯하여 각계각층 인사 1,700여 명의 탄원서를 청와대에 공식 전달했다.  

 

한국구명위는 국민행동 이후 광복절 사면복권 결단을 앞당기기 위해 각계각층과 함께 실천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행동. [사진제공-한국구명위]  

 

아래는 이 전 의원의 옥중 편지 전문이다.

 

--------------아래------------------

 

사랑하는 여러분, 그리운 동지들.

 

이제 감옥에서 아홉 번째 여름이 시작됩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제 곧 십 년입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저를 감옥에 가두었던 내란음모조작사건은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선언한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고,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정보기관의 도발이었습니다.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권을 정권과 거래한 사법부의 비열한 농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밝혀졌고, 촛불혁명을 거쳐 마침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낡은 것이 이미 죽어가는데도 새로운 것이 탄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 속에 위기가 존재한다고 하지요. 이 공백 기간이야말로 다양한 기형적 징후들이 출현하는 때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바로 그러합니다. 촛불혁명과 박근혜의 탄핵, 그리고 지난해 봄의 총선을 거쳐 낡은 지배 세력은 사망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내놓은 종부세 완화 정책이나 누더기가 되어버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언제 만들어질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차별금지법에서처럼 집권 세력은 낡은 것을 대체할 새로운 것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과 촛불혁명 이후 우리 민중의 삶은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이런 공백은 그야말로 병적 징후를 낳고 있습니다. 검찰총장, 감사원장처럼 어제까지 현 정부의 최고위급 직위에 있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야당의 대선 후보로 돌아선 것은 도무지 이해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일각에서 들고나오는 ‘공정경쟁’이니 ‘능력주의’니 하는 주장은 이미 파산된 MB시절의 시장만능주의와 승자독식 위에 간판만 새로 단 낡은 구호인 것이지요.

 

이처럼 범야권이라는 자들이 촛불혁명을 뒤로 돌리려는 이 병리적 상황의 책임은 온전히 현 집권 세력에 있습니다. 한때 목숨 걸고 독재와 맞섰던 이른바 여권의 586정치인들이 세대교체의 거센 바람 앞에 선 것은 그들이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내세웠던 가치의 실현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 크게 늘어난 플랫폼 노동은 이른바 첨단 기술이 만들어 내는 현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어 장시간의 고된 노동을 강요받습니다. 미국의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투자금을 끌어모았던 온라인 쇼핑회사에서는 과로사라는 20세기적 비극이 계속됩니다. 신문에서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우리가 지금 어느 세기에 살고 있는지를 묻게 됩니다. 이들의 성공신화는 기술혁신에서 창출된 이윤이 아니라, 그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짠 결과일 뿐입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불평등은 완화되기는커녕 모든 계급 계층으로 더 심화됩니다. 이것은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오로지 자신의 과업으로 하는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촛불혁명에서 민중이 제시했던 우리 사회 불평등의 해결, 나라다운 나라의 건설의 책임은 민중 자신에게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곳에 우리의 할 일이 있습니다. 자주, 평등과 평화 정의의 실현은 그 누구에게 기대할 것이 아니며 오직 우리 스스로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사랑하는 동지들.

 

한여름의 감옥 안은 뜨거운 태양의 복사열로 숨만 쉬어도 등에 땀이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이 찜통더위를 견디는 힘은 미래에 대한 낙관에서 나옵니다. 전국의 수많은 동지들이 현장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청년들의 생기발랄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 한 통, 노동 현장의 생동하는 소식을 들을 때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벗들의 이야기는 이 무더위를 이겨내는 한 줄기 바람과도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청년들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의 석방을 위해 청년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헌신해왔다고 들었습니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첨예한 구조적 불평등의 최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해결을 해 나갈 당사자입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은 우리의 민족문제를 해결해 나갈 주체 역시 청년들입니다.

 

지금 청년들 앞에는 불완전한 고용과 저임금,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가 놓여져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국가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개인의 능력이나 책임으로 돌릴 일이 아닙니다. 결국 청년 문제는 가장 시급한 정치적 과제인 것입니다. 이런 정치를 개척하는 것 역시 새것에 제일 민감한 청년들의 몫입니다.

 

지금은 태양이 뜨거운 계절입니다만, 저 태양보다 뜨거운 청년세대들의 앞길에는 거칠 것이 없습니다. 저는 언제나 청년들을 무한히 믿고 또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엄혹한 현실 온몸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 다시 한번 특별한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그리운 동지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21. 7. 10

 

대전옥에서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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