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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에서 이재교님이 보내온 편지

2009.11.06 08:36

소소 조회 수:20

촛불광장 회원들에게 보내온 편지입니다.


 

촛불광장 식구들에게

 

노랫말처럼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구속된지 정확히 2개월 지났네요. 돌이켜보면 연행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2개월 지나다니 시간이 빨리 흘러 가기는 가는 듯 합니다.

 

지난 목요일 법정에서 1년 선고를 받았을 때 사실 약간의 충격은 있었습니다.

없었다면 거짓말이고요. 하지만 평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놓고 좋은 일이 생기면

덤이라 여기며 생활하는 스타일이기에 낙심할 정도의 충격은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경찰진술부터 구속자피의자 신분, 검찰조서작성, 구속적부심, 최후진술과정에서

제 자신 스스로의 양심에 반하지 않는 행동을 해왔기에 실형이 선고되었구나하고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당장의 일신상의 안위를 위하여 적당히 소신을 굽히거나 저들이

원하는 진술을 했다면 재판결과는 조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 같은 혐의로 구속되었던 10여명의 동지들은 1심에서 집유로

전원 석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담당판사가 5.2일 행사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연행되었던 대학 1년생(그 중 1명은 미성년자)

에게도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던 당사자였기에 증거기록을 검토한 후에 마음속으로는 찍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미리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의아한 경우는 권태로운창(아고라 닉네임)으로 널리 알려진 나명수씨의 경우도 같은

판사에 배당되어 3개월 가까이 1심 재판을 진행중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동료들은 특공(특수공무집행방해)혐의등이 있었기에 1심부터 합의부에 배당이 되었지만

저같은 경우 폭행등의 혐의가 없었기에 단독으로 배정이 되었는데 촛불사건을 많이 다뤄본

형사 3단독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니라면 운이 지독히 없는

경우겠지요.

그러나, 연행이후 조사과정,재판과정등을 곰곰히 되짚어보면 위와 같은 의아심은 더욱 커집니다.

촛불시민연석회의 수사 전담반이 서울시경 수사 2계에 배정되고 용산참사 담당검사였던 강수산나

검사가 배정되면서 영장청구 내용을 보면 있지도 않았던 촛불시민연석회의 2기 집행위원장이라고

기재하여 실질심사에서 저한테 면박을 당할 정도로 경찰진술조차 검토하지 않고 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짜맞추기 수사의혹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검찰조서 작성과정에서 하이서울 페스티발 무대점거에 따른 사전행사취소가 사전에 기획된 것이

아니고 우발적이였음을 검사 스스로 인정(업무방해죄 성립여부가 사전의도와는 상관없음을 설명해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장에는 5.2촛불 1주년 행사 및 6.10행사를 주최*공모하였다는 혐의 내용을

기재하는 코메디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판사 또한 검사의 공소내용중 야간 집시법(집시법 10조)참가 혐의를 제외하고 현재 위헌심판이

제청되어 있는 일반도로교통방해 혐의를 인정하고 하이서울 페시티발 행사를 주도적으로 방해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언도하였습니다. 정말 우발적인 상황이였는데도 그렇게 판결하였습니다.

10월 28일 있었던 용산참사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재판과정에서도 변호인의 반대증거는 전혀

채택하지 않고 검찰측 공소내용 전체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린 것에서 대표적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명박정권이 들어 선 이후 사법부의 보수화 경향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뒤바꾸어 놓을 사회*정치적 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한, 감옥안이나 밖이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염원하는 분들에게는 시련의 시기가 당분간 지속되고 오히려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둠이 짙어가는 것을 탈출구가 없는 비관적인 암흑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새벽이 점점

밝아온다는 희망의 관점에서 받아 들이면서 희망의 촛불을 꺼트리지 않고 손에 손을 맞잡고

밝혀나가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해 나가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을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주 단순할 것입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평소의 자기 소신을 더욱 굳건하게 뿌리내리면서 내면의

소양을 쌓아나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조언해주시고 염려해주시는대로 생활할

것입니다. 또한,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평소의 소신에 따라 제 자신의 정치*사회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나갈 것입니다. 비록,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일신의 구속이 계속된다

하여도 스스로의 양심과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누었던 소중한 뜻들을 되새기면서 담담하게 받아 들일

것입니다. 그럴때만이 여러분들의 얼굴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쳐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10개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10년처럼 길 수도 한달처럼 짧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자원해서 내면의 양식을 키우고 건강을 돌보기 위한 기회라고 다소 이기적인 생각으로

생활하겠습니다.

낙담*상심하지 마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현 상황을 받아들이실 것이라 믿으면서 이만 줄입니다.

 

2009 . 10 . 31

서울 구치소에서 하늘까치 (이재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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