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송상윤 님의 편지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번 주는 항소심 선고일이었습니다. 선고일 당일 경향신문에 실린 병역거부에 대한 기사를 읽고 법원에 갔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지만 ‘항소 기각’이라는 판사의 목소리에 밀려오는 허탈함을 숨기기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을 위해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되어 6개월을 기다려 왔으니까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전쟁을 거부한다는 외침과 실천 하나로 수십 년간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되어 징역형을 감수해 왔습니다.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군대가 평화를 외치는 이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처벌하는 이와 같은 방식은 오랜 시간 동안 국제적으로 비난받아왔고 평화주의자들과 시민단체의 오랜 노력 끝에 2019년 12월 대체복무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제가 항소심을 했던 주된 이유는 대체복무법이 존재하기 전에 재판을 통해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결정되었으니 항소를 통해 대체복무의 기회를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사실상 처벌과 다름없는 3년간의 교도소 합숙 근무라는 내용의 대체복무안을 보자면 차라리 지금과 같은 1년 6개월의 징역형이 비교적 덜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선고일 이후 마음속 깊이 밀려오는 허탈감이 마음을 괴롭게 만들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평화를 원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인데 왜 이리 가혹한 것일까요? 내가 살아가는 이곳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정한 평화는 비무장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믿음을 가졌을 뿐인데요.


저는 분명 남과 북의 분단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습니다. 무장을 통한 일시적 평화를 무한히 이어가겠다는 안보적 관점도 분명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올바른 방식으로 작동하길 바라는 일원이라는 겁니다.


사회적 소수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국가의 폭력으로 억압하는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가 상호모순적 억압 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소수자를 억압하려 할수록 한국사회는 더욱더 억압된 사회로 변모해 갈 것입니다. 소수자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울타리를 좁혀 들어간다면 그 울타리 안에는 가장 힘이 센 한 명만 남게 될 것입니다. 저는 울타리를 떼어내고 더욱 자유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이곳 감옥에서 배웠던 가장 유용한 삶의 기술은 기다림의 기술이었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우리가 자유로이 만나 뵐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 2. 24.
송상윤 드림.


PS. 상고 신청을 하게 되어 안양교도소로 이감 예정입니다. 다음 편지는 안양에서 드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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