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 최고령장기수 할머니의 설날 해후

낙성대 '만남의집'에 모인 장기수선생님들

 

3551659498_f81b810c_BBE7BABB+-20210212_125426.jpg

양원진(93) 선생과 변숙현(98) 선생이 설날 축하의 건배를 하고 있다

 

누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래 이게 얼마만이야?”

 

 

설날 명절을 맞은 12일 서울 낙성대 만남의 집. 93세 동생과 98세 누나가 손을 잡고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3551659498_0b009dbf_BBE7BABB+-20210212_114718.jpg

 

고령(高齡)의 비전향장기수들이 거주하는 서울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조촐한 설날 하례(賀禮)가 있었다.

 

이날 양원진(93) 선생이 변숙현(98) 선생의 손을 잡고 누나 정말 오랜만이네요” 하며 오누이처럼 반가워하자 흐뭇한 미소가 퍼져 나왔다.

 

양심수후원회(회장 김혜순)가 운영하는 만남의 집엔 현재 박희성(89) 선생과 김영식(88) 선생이 거주하고 있다. 2층 구조의 낡은 주택인 이곳에 들어서면 계단 벽쪽에 비전향장기수를 즉각 송환하라는 큰 글씨가 눈에 띈다.

 

3551659498_6fb10b56_BBE7BABB+-20210212_142904.jpg

 

이날 해후(邂逅)는 다른 곳에 거주하는 양원진 선생과 유일한 홍일점이자 최고령 양심수 변숙현 선생이 찾아와 이루어졌다.

 

조금 늦게 안학섭 선생(92)이 합류했지만 모두 한꺼번에 모이진 못했다코로나 방역문제로 집에서도 5인이상 집합금지를 고려했기때문이다이 때문에 이날 어르신들에게 세배하려던 많은 이들이 오지 못했고 방문자들도 시차를 두고 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사회적거리’ 유지를 위해 사람들이 빠져나올 때까지 일부가 마당에서 기다리는 진풍경(珍風景)도 벌어졌다.

 

3551659498_441b16f6_KakaoTalk_20210213_143908729.jpg

반가워 손을 잡고 있는 안학섭 선생과 변숙현 선생

 

설날 떡국과 전생선 등 음식들은 평양 시민’ 김련희씨와 홍휘흔 양심수후원회 전 사무국장이 나와 수고를 했다지난 2011년 중국의 탈북 브로커에 속아 남쪽에 온 뒤 줄곧 평양 송환을 요구해온 김련희 씨는 이곳 만남의 집에서 5년간 양심수 선생들을 돌보며 생활하기도 했다.

 

3551659498_08294982_BBE7BABB+-20210212_122820.jpg

 

김련희 씨는 나는 젊기라도 하지만 가족도 없이 이곳에서 지내는 고령의 선생님들이 너무나 애처로워 시간 되는대로 찾아 뵙고 있다어서 이분들이 소원하는 북녘 땅엔 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551659498_de6012e7_BBE7BABB+-20210212_114929.jpg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 '평양시민' 김련희씨

 

89세 고령에도 평소 만남의 집에서 식사 준비를 직접 챙긴다는 박희성 선생은 이날도 직접 상다리를 펴며 바삐 움직였다김영식 선생은 2층에 있는 키보드로 타향살이 등을 연주하며 망향의 향수를 달래기도 했다.

 

3551659498_8f60a103_BBE7BABB+-20210212_141658.jpg

89세 고령에도 평소 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박희성 선생

 

백수를 코앞에 두고도 꼿꼿함을 잃지 않은 변숙현 선생은 축하 건배에서 올해는 코로나도 미군도 철수시키자며 조국의 자주통일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드린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대표는 정말 강철같으신 분들이다만남의 집에 계신 두분을 포함해 북녘 송환을 원하는 열한분 모두 올해는 고향에 반드시 가시도록 해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3551659498_1c06e8eb_20210212_120319.jpg

키보드를 연주하며 향수를 달래는 김영식 선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8 양심수할아버지, 아들환갑날 ‘1인시위’하는 까닭 양심수후원회 2021.02.17 186
» 98세 최고령장기수 할머니의 설날 해후 file 양심수후원회 2021.02.14 226
426 ‘통일애국열사 박종린 선생 민족통일장 장례위’, 추도식 개최 양심수후원회 2021.01.28 240
425 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부고, 비전향장기수 박종린 선생 타계 양심수후원회 2021.01.26 145
424 '평양시민 김련희씨는 '조선' 공민이다' 양심수후원회 2021.01.20 191
423 "다시 평화와 협력의 불씨를 피워 올리자" 양심수후원회 2021.01.19 135
422 “생사 갈림길과 분단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양심수후원회 2021.01.19 142
421 김련희 ‘평양시민’이 갈 곳은 감옥이 아니라 그의 ‘조국’이고 가족품이다 file 양심수후원회 2021.01.19 122
420 김련희, 국가보안법 위반 기소...'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양심수후원회 2021.01.08 162
419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께 새해인사를 드리면서 ‘송환’을 기원하다 양심수후원회 2021.01.02 201
418 “내년이 60주기, 최백근·조용수 선생 삶 조명 심포지엄 개최하자” 양심수후원회 2020.12.22 137
417 광화문에서 다시 울려 퍼진 ‘내정간섭 중단! 미군철수! 한미동맹 해체!’ 함성 양심수후원회 2020.12.15 164
416 인도주의 실천 촉구 기자회견..."긴박할때 남과 북이 지켰던 사람의 도리가 인도주의" 양심수후원회 2020.12.12 304
415 전주에서 비전향장기수 오기태 선생 추모식 열려 양심수후원회 2020.12.10 151
414 [풀영상]심리스릴러 다큐멘터리 게임의 전환 file 양심수후원회 2020.12.01 131
413 [범민련 30주년 기념 인터뷰]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양심수후원회 2020.11.20 131
412 [추모글] 멀리 있어도 언제나 가까이 느끼는 동지의 숨결 file 양심수후원회 2020.11.13 134
411 BBC NEWS 코리아 - 비전향장기수: ’가족 한번 보고 죽는 게 소원’… 북송 바라는 백발의 장기수들(11월11일) file 양심수후원회 2020.11.11 555
410 “‘국가보안법 체계’에서는 생소한 일이 벌어진다” 양심수후원회 2020.10.28 154
409 미국의 내정간섭 기구, ‘동맹대화’ 신설 중단하라! file 양심수후원회 2020.10.19 163

CLOSE

회원가입 ID/PW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