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는 양심수 조익진 씨에게 자행한 고문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부당한 징벌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서울구치소가 수용자 처우 개선을 요구한 양심수의 신념과 의지를 꺽기 위해 고문 행위를 자행하고 징벌까지 부과하려 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이곳에 수감 중인 조익진 씨는 지난 7월 17일부터 ‘감옥 인권 보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12일부터 23일까지 수용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12일 동안 단식 투쟁을 벌인 바 있다. 거듭되는 단식 투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서울구치소의 열악한 환경과 수용자 인권 문제에 둔감한 행정 관행에서 찾을 수 있다.
6월 말 소측은 조 씨의 단호한 투쟁과 연대 단체들의 지지, 동료 수용자들의 동조단식 등에 압력을 느꼈는지 “조사실 수용 과정에서 과도함이 있었다”며 사과했고, 단식 투쟁을 벌이면서 요구했던 수용자 처우 개선 사항도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 중에는 여름 기간 동안 관복을 탈의한 채 점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소측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점검시 관복 탈의’문제만 해도 보안과장은 6월 19일 조 씨를 면담하면서 ‘7월 10일 전후로 시행 하겠다’고 약속했고 6월 24일 인권단체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소장 또한 7월 3일 사동 순시 때 조 씨에게 “전부터 시행해오던 것이 있으니 곧바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염주의보가 연발되는 찜통더위 속에서 수용자들은 어느 때보다 극심한 고통을 격고 있다. 고질적인 과밀 수용에다 자살을 방지한다며 거실 창틀에 부착해 놓은 ‘안전 방충망’엔 먼지가 덕지덕지 끼어 통풍조차 제대로 안 된다. 선풍기 한 대가 수용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냉방기구지만 이마저도 ‘에너지 절약’이라는 명분으로 취침시간(21시) 이후에는 제한하고 있다. 옷이라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어야 하는 데 요즘에는 그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2년전 까지만 해도 서울구치소 수용자들은 여름철 거실에서 반바지와 런닝셔츠만 입고 생활할 수 있었다. 가슴에 간이 명찰을 달고 있기 때문에 교도관들이 수용자들을 식별하는 데도 문제 될게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교도소마다 권위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소위 ‘기초질서를 확립’한답시고 이런 사소한 행위까지 단속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구치소는 지난 7월 11일 교도관회의에서 ‘점검시 관복 탈의 허용’과 ‘선풍기 야간 작동 시간 연장’ 문제를 논의했는데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한다.
 
소장의 약속을 믿었던 조 씨는 점검시간에도 런닝셔츠에 반바지를 입었다. 그러자 교도관들이 이를 문제 삼아 징벌조사실에 가두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장은 평상시에는 가벼운 복장을 허용할 수 있어도 점검시간에는 ‘예의상 의복을 갖춰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교도관들에겐 교도소가 직장이므로 법 규정에 따라 유니폼을 입어야 하겠지만 수용자들에게 거실은 밥 먹고 잠자고 생리 현상까지 처리해야 하는 주거 공간이다. 입장이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하루에 세 번, 수용자들에게 부동자세로 앉아 수번을 복창하게 하는 ‘점검’ 관행 자체가 군사문화에서 온 것이다. 교정당국이 이런 관행을 고집하는 것은 수용자들에게 권위적인 위계질서와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며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달 단식 투쟁이 일단락된 후 이해할 수 없는, 교도관들의 감정적인 ‘보복 행위’들이 이어졌다. 장기간 단식 투쟁을 벌인 조 씨는 건강 회복을 위해 상당기간 죽을 먹어야 하는 데도 어찌된 일인지 지급되지 않는 날도 있었다. 운동시간에도 교도관들은 땡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그를 방치한 채 자리를 비우거나 시간이 다 돼서 들어가겠다고 해도 ‘운동을 더 하라’며 복귀 요청을 거부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수용자들의 건강을 챙겨 줄 의무가 있는 교도관들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이 밖에도 서신을 지연 발송하거나 필요한 생활 용품들을 가져다주지 않는 일들도 있었다고 한다.
 
참다못한 조 씨는 결국 악화된 건강을 무릅쓴 채 단식 투쟁에 재차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단식 투쟁에 돌입하던 첫 날, 때 마침 사동을 순시하던 보안과장에게 인권 침해 사실을 알리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그러자 기동순찰팀(C.R.P.T) 요원 6명이 출동해서 그를 강제연행한 후 징벌 조사실에 감금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조 씨는 부당한 ‘조사 수용’에 항의하며 몸부림쳤고 교도관들은 그를 제압하기 위해 수갑과 머리 보호장비, 사슬처럼 생긴 금속 허리 보호대, 발목 보호장비 등 계구(보호장비)들을 온 몸에 부착했다. 말이 좋아 ‘보호장비’지 이것들은 사용하기에 따라 ‘고문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 무서운 흉기다. 그들은 금속 허리 보호대를 조 씨의 명치까지 바짝 끌어 올려 졸라맸다. 조 씨는 “끔찍한 통증으로 호흡이 가빠지고 내장이 조여들어 앉지도 못하고 서 있어야만 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또한 머리 ‘보호장비’를 너무 강하게 졸라매 “턱 밑에 물집이 잡히고 또 터져 피딱지까지 말라 붙었”다고 한다. 그들은 다음 날 오후까지 이런 식의 고문을 계속하면서 “바깥에 알리지 말라”, “식사를 하고 생활 잘 하겠다고 약속하면 풀어주겠다”고 협박을 계속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 제97조에 따르면 교도관은 이송·출정, 그 밖에 교정시설 밖의 장소로 수용자를 호송하는 때, 수용자가 도주·자살·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큰 때, 위력으로 교도관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때, 교정시설의 설비·기구 등을 손괴하거나 그 밖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큰 때에 해당하면 보호장비를 사용할 수 있고( 제1항), 그 사용에는 수용자의 나이, 건강상태 및 수용생활 태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제2항). 또한 제98조 제2항에 따르면 머리보호장비는 머리 부분을 자해할 우려가 큰 때에 한하여 사용할 수 있고( 제2호), 제99조에 의하면 교도관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하여야 하며, 그 사유가 소멸하면 사용을 지체 없이 중단하여야 하고( 제1항), 보호장비는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제2항)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도 “형집행법의 내용에 비추어, 보호장비의 사용은 사용 목적과 필요성, 그 사용으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 정도, 목적 달성을 위한 다른 방법의 유무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1998. 11. 27. 선고 98다17374 판결) 최근에는 ”보호장비 사용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교정시설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이곤 있지만 “보호장비 사용 당시를 전후한 수용자의 구체적 행태는 물론이고 수용자의 나이, 기질, 성행, 건강상태, 수용생활 태도, 교정사고의 전력, 교정사고 유발의 위험성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호장비 사용의 적정성을 객관적·합리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2.6.28, 선고, 2011도15990 판결)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도 2006년에 안면 ‘보호 장비’는 폐지, 발목 ‘보호 장비’는 도입을 재검토하도록 권고했고, 그 외에 ‘보호대’, ‘보호의자’, ‘보호침대’, ‘보호복’ 등에 대해서도 “보안상의 필요가 아니라 의사의 판단에 의해 활용되어야 하며 사용하는 경우 지체 없이 의사와 상의하고 상급 관청에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오랜 민주화 투쟁을 통해 독재정권 아래서 자행된 야만적인 고문의 실상이 속속 드러났고 아직까지 많은 국민들이 그 상처로 고통 받고 있다. 국제 인권 규범은 “공무원이나 그 밖의 공무 수행자가 직접 또는 이러한 자의 교사 동의 아래.......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고문으로 규정한다.(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1995년 한국 비준) 조 씨에 대한 서울구치소의 과도한 ‘보호장비’ 착용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인권침해이며 고문이다.
 
그럼에도 소측은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기는커녕 고문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교도관의 경미한 부상을 빌미삼아 징벌을 부과하려 하고 있다. 단식 중인 조 씨는 변호인 입회 없이는 징벌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지만 소측은 궐석 상태에서 징벌 처분을 강행하려 하고 있고 검찰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적반하장격으로 사태를 호도하면서 조 씨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소측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비단 서울구치소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교도소에서 허술한 형집행법의 맹점을 이용해 유사한 고문 행위가 속출하고 있지만 교도소 안에서 증거 인멸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기 때문에 ‘완전범죄’로 묻혀지고 있다.
 
수용자도 인간이기에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 고문을 자행한 서울구치소 소장은 조 씨에게 즉각 사과하고 담당 책임자를 징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단식 투쟁 과정에서 조 씨에게 약속했던 재소자 처우 개선 사항을 즉각 이행하라! 만일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 인권, 사회단체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서울구치소의 반인권 행태를 폭로하고, 뜻 있는 시민들과 힘을 합쳐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14. 7. 25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자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양심수후원회, 불교인권위원회, 양심에따른병역거부자조익진후원회,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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