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련 간부들, 기소 전 구치소 수감

2009.05.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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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련 간부들, 기소 전 구치소 수감
수감번호까지 부여.. 인권단체들 "유례없는 일" 반발
2009년 05월 09일 (토) 13:23:50 고성진 기자 kolong81@tongilnews.com

   
▲7일 오전 국가정보원은 범민련 남측본부 간부들에 대해 대대적인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이규재 의장과 이경원 사무처장, 최은아 선전위원장 등 핵심 간부들을 연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자료사진]
지난 7일 체포돼 국정원에서 구속조사를 받고 있는 이규재 의장 등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간부들이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치장이 아닌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 이전에 수사단계에 있는 이들에게 심지어 수감번호까지 부여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전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범민련 남측본부 소속 관계자들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체포된 사람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지역에서 체포된 이규재 의장, 이경원 사무처장, 최은아 진보연대 선전위원장이 유치장이 아닌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7일 밤늦게 이종린 범민련 명예의장이 이규재 의장이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말했는데 믿지 않았다"며 "다음날(8일) 이규재 의장 앞으로 온 체포통지서에서 구금장소가 서울구치소로 기재되어 있어 서울구치소에 연락을 취했고, 3명 모두가 체포된 이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에서 연행된 3명 이외에 충북지역에서 연행된 윤주형 전농 충북도연맹 조직국장, 장민경 6.15충북본부 집행위원장, 오순환 사무국장은 유치장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범민련 관계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체포된 사람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들은 "보편적으로 낮에는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밤에는 인근 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해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전례에 없었던 일"이라며 "죄가 결정되지도 않았고, 구속 여부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한다는 것은 위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지어 이들에 대한 수번(수감번호)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국정원 관계자가 면회한 흔적까지 있다"고 전했다.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구치소는 유치장보다 일반적으로 면회가 제한되는 등 인권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법리적 탄압일 뿐 아니라 인권 탄압으로 상당한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시국 공안사건이 많이 있다고 해도 이런 적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범민련 간부들에 대한 외부 접촉을 철저하게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지난해 9월 국정원에 의해 체포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경우에도 유치장에 머문 뒤, 법원의 영장실질검사 이후 구치소에 수감됐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심재환 변호사도 <통일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기소 전에 수사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구치소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저로서도 처음 접해본 일"이라며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심 변호사는 이들에게 수감번호가 부여된 사실에 대해서도 "구치소 측은 '내부 규칙에 대해서 입감자 번호를 매긴 것뿐이며 죄수라는 표식은 아니'라는 입장이겠지만, 이는 보통 일은 아니"라고 의아해했다.

   
▲이경원 사무처장의 아들 강(10)군이 직접 써 온 편지.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체포된 간부들을 면회하고 온 범민련 한 간부는 "면회 갔을 때, 국정원 담당자가 상부의 지시로 구치소에 수감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통일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범민련 간부들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전해 들었다"며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말씀드릴 내용은 없고, 경찰 측에 문의해 보라"고 말했다.

범민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범민련탄압 대응 시민사회 공동대책위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무엇보다 피의자들이 정상적으로 수사와 재판에 임할 수 있도록 현재의 부당하고 불편한 구금상태를 우선 무조건 해제해 주셔야 한다"며 법원에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이들은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은 72세의 노구인데다가 지금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태"라며 "관련서류도 첨부되었습니다만 체포 당일에도 이미 병원검진이 예약되어 있었으며 구금과정에서도 어떠한 병원치료도 보장되지 못하였다"고 공정한 판결을 거듭 주문했다.

이경원 사무처장의 아들 강(10)군은 자신이 직접 써 온 편지를 읽고 이 사무처장의 사진에 카네이션을 달아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규재.이경원.최은아 범민련 간부 3명에 대한 구속영장실질검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8호에서, 나머지 3명은 오후 3시에서 4시 즈음, 청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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