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사면의 우선 대상은 양심수이어야 한다

2009.08.12 15:12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6596

광복절 사면의 우선 대상은 양심수이어야 한다 
8.15광복절 민생관련 150만 명 특별사면과 관련해

권오헌(민가협양심수후원회명예회장)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8.15광복절에 민생관련 형사피의자 150만 명을 특별사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로 농ㆍ어민과 서민,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와 생계형 운전을 하다 면허가 정지당한 사라들이라고 했다. 이들 사면 대상자들은 대체적으로 사회적 소외계층이고 생계 과정에서 고의 아니게 법규를 어겼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생계 활동에 도움이 되는’ 사면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할 것이다.

사회적 소외계층의 형사피의자들은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의도된 범행’의 경우에도 학력, 인종, 성별, 장애 등 차별로 인해 일터를 잡을 수 없었던 경우. 주린 배를 견딜 수 없었던 경우 그리고 시급을 다투는 병원비 마련 등 생존의 한계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담을 넘었던’ 생존형 범법자들 또한 적지 않다.

따라서 이들 생계형 또는 생존형 형사 피의자들은 양심수 범주에는 들지 않지만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냉혹한 무한경쟁에 내몰려 상대적으로 피해를 당해왔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차별사회가 안고 있는 빈곤의 악순환이 빚은 범죄였다는 데서 넓은 의미의 정치적 피해자(정치범)라 할 수 있으며 마땅히 사면과 함께 생존조건의 사회적 보장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들이 국가시책의 간접적 피해자들이라면 사회정의를 위해 양심에 따라 활동한 사람들을 부당하게 인신구속 하는 등 국가권력에 의한 직접 피해자들이 있다. 바로 양심수들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생계형 사면을 말하면서 실제로 범죄 유형에조차 들 수 없고, 그래서 누구보다도 사면의 우선 대상이 되어야 할 양심수를 제외시켰다.

올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대통령 취임사면을 하지 않았던 정부는 뒤늦게 6월 4일 ‘일반영세민’과 ‘생계형 운전기사’ 등 282만 명을 특별사면 했고, 8.15광복절을 맞아 조ㆍ중ㆍ동 등 언론사 사장급 5명, 정치인 12명, 고위공직자 10명, 지방자치단체장 12명, 재벌총수들과 기업체 대표 74명 등 권력형 부정비리사범을 포함한 형사피의자 10,461명과 선거사범 1902명, 모범수형자 702명, 징계공무원 228,375명 등 모두 341,864명을 특별사면ㆍ감형ㆍ복권과 징계사면, 면허제재감면 등 특별사면 하였지만 정작 반민주 악법으로 부당하게 구속된 양심수는 단 한 사람의 석방도 감형도 사면ㆍ복권도 없었다.

지난 시기 김영삼 정권이 사회여론에 밀려 양심수 일부에 대한 취임사면을 한 것 말고는 임기 5년 동안 4269명(이중 국가보안법 적용은 1972명)의 양심수를 구속했지만 단 한사람도 양심수로 인정하지도 사면도 하지 않았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그 잘못된 길을 따라 가고 있는 듯싶다. 경제회생과 국민화합이란 이름으로 감행된 이 같은 의도된 정치적 사면은 사회정의와 가치세계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고 친재벌ㆍ반노동의 전형이면서 사면의 본래 의미를 훼손시켜 사면권 남용이라는 사회적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다면 사면의 본디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선 사면(赦免)의 법적 의미는 국가원수의 특권으로 형선고 효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하게 한다는 사전적 의미도 있고, 절대군주시대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는 은사(恩赦)처럼 사면은 대상자가 한결같이 잘못(범죄)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물론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해도 지은 죄가 밉지 사람의 존엄성은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일정한 교화기간을 거쳐 사회복귀와 생활전선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감옥은 죄인만 가는 데가 아니었다. 옛날에도 그러했고 오늘에도 이 잘못된 관행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예로써, 정치적 반대 세력으로 몰린 사람, 종교적 교의 때문에, 새로운 학문이론으로, 사상ㆍ철학 등 주의주장으로, 인종과 민족차별로, 문화양식의 차이로, 신분과 성차별로, 사회체제 지향과 생존권 투쟁 등으로 감옥에 갇히고 있었다. 이들은 과실이었든, 좀도둑이었든, 파렴치범이었든 흉악범이었던 권력형 부정비리 사범이었던 죄를 인정하고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신하며 양심적으로 범죄행위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바로 양심수들이기 때문이다.

죄를 용서하고 벌을 면하게 하는 것도 뜻이 있겠지만 부당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이야말로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며 사면에서 우선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사면은 역사발전과 사회진보, 도덕과 가치기준 확립, 민주주의발전과 인권보장, 사회정의 구현과 국민화합 차원에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사면의 우선 대상은 양심수들이다.

양심수란 정치적, 종교적, 도덕적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다 구속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개인이나 소수이익이 아닌 다수의 이익, 바로 공동선을 위해 양심에 따라 활동한 일로 고난당하고 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이 정치사회적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치수(범)라고도 하고 자신의행동이 불이익으로 이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확신수라고도 한다. 국제 인권 기준에 따른 양심수 개념이 있지만 나라마다의 특수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조건에 따라 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시간 감옥에는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을 비롯한 6.15, 10.4선언 이행 등 자주통일을 위해 헌신하다 구속된 사람들과 전국운수노조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을 비롯한 노동3권 보장과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다 구속된 노동자들, 용산4구역 철거민 대책위 이충연 위원장을 비롯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피해자 등 주거권을 위해 활동한 철거민들, 광우병 우려 등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해 촛불시위를 했던 사람들, 쌍용차 쟁의 노동자, 이주 노동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양심에 따른(종교적 신념 포함) 병역거부 양심수 등 550여 명이 갇혀있다. 여기에 쌍용차 쟁의관련 노조원의 무더기 구속으로 양심수 숫자는 더욱 늘어 날 것이다.

이들은 범죄인이 아니다. 처음부터 구속되어서도 안 될 양심수였다. 조건 없이 석방하고 사면복권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발전되고 인권 보장의 문화선진국이라면 이러한 양심수를 잡아 가두는 야만행위는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오랜 권위주의시대 수많은 양심수들이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반민주 악법으로 구속되고 사법살인까지 당하는 반문명적 야만행패가 자행되었었다.

억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었고 그리고 양심수가 있었다. 양심수를 잡아 가둔 부당한 정치세력은 끝내 역사와 민중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되었다. 이승만 독재 정권이 그러했고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ㆍ노 신군부독재 정권도 민중항쟁에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성장하는 민중역량이 마침내 반세기만의 실질적인 여ㆍ야 정권교체를 이루어냈었다. 절차적 민주주의 실현과 억압과 공포로부터의 점진적 해방 등 완벽하진 않았지만 사상ㆍ양심의 자유ㆍ집회ㆍ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노동3권 등 기본인권이 보장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남북 사이에 불신과 대결시대를 끝장내고 화해와 협력시대를 연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평화선언을 이루어냈다. 꽉 막혔던 남북 사이 땅과 바다, 하늘 길이 열리고 한 해 수십만이 남북으로 오가면 자주통일을 앞당기는 길을 닦고 있었다. 금강산ㆍ개성관광 길이 열리고 남북으로 흩어져 살던 가족들 상봉이 이루어 졌다. 개성공단에서는 남북노동자들이 함께 제품을 생산했으며 언제나 긴장이 감돌던 서해해역엔 서해평화특별지대 설치를 합의했다.

그러나 10년에 걸친 민주정부가 잘 한 것만은 아니었다. 김영삼 정부의 경제파탄을 물려받은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빠졌고 노무현 정부는 더욱 심화시켰다. 부동산 가격 상승, 비정규직 확산과 청년실업, 무한 경쟁 속에 중산층이 몰락하며 사회양극화가 심화 되었다. 이 같은 전반적인 불안한 경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실패, 이른바 대북송금특검 등으로 수구냉전세력의 발호는 이명박 정부의 출현의 길을 열어 주었다.

지난 시기 악명 높은 군부독재의 정치유산을 고스란히 받아 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종하며 재벌ㆍ기업의 지지기반에 뉴라이트 이념을 배경으로 형성된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복원하겠다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순서 없이 몇 가지 꼽는다면 한미동맹 강화와 비핵ㆍ개방ㆍ3000 등 친미사대 외교와 반북대결정책, 출자총액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부자감세 등 친재벌ㆍ기업정책, 광우병 우려 촛불시위에 대한 폭력 탄압 등 민주주의 압살정책, 용산 철거민에 대한 살인진압 등 반민중ㆍ반인권 정책, 비정규직법 개악 시도 등 반노동 정책, 진보연대ㆍ민주노총ㆍ전교조ㆍ공무원노조 등 진보단체 탄압정책, 국가보안법 강화와 실천연대, 범민련 남측본부 등 통일운동(단체)탄압 책동, KBS 사장축출, YTN 사장 낙하산 인사, MBC 피디수첩 탄압, 특히 미디어 악법 날치기 처리 등 정권연장을 위한 언론장악책동 등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민주주의와 인권압살, 경제파탄과 민중생존권을 유린했다.

여기서 이명박 정부의 반인권 정책의 전형적 사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최근 사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어떠한 국가권력으로 부터도 독립성을 가져야 할 국가인권위원회를 인수위 때부터 대통령 직속기구로 개편시도를 했었고 그것이 안 되니까 유엔결의로 채택한 독립성의 원칙을 침해하는 대폭적인 기구축소를 강행했으며 인권문외한으로 알려진 인사를 위원장으로 전격 임명하는가 하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의 유력한 의장국 후보를 사퇴해야 했던 국제적으로 조롱거리가 된 인권후진국 모습을 보였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 사면 때마다 양심수를 제외시키는 이명박 정부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반인권 정책이 양심수 사면의 당위성을 지우지는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주장한다.

모든 양심수를 선별 없이 석방하고 사면ㆍ복권하라.
촛불시위와 용산 범대위 활동가 등에 대한 수배조치를 전면 해제하라.
출소한 모든 양심수들을 사면ㆍ복권하라.
쌍용자동차 농성 노조원에 대한 무더기 구속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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