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해결, 더 이상 미루지 마라"

2009.09.16 14:04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4145

"용산참사 해결, 더 이상 미루지 마라"

[기고] 죽임을 당하고 감옥에 갇힌 철거민에 죄를 씌우려는 적반하장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9월 8일, 서초동 법원 311호 중법정은 한마디로 공포분위기였다.
감시카메라 두 대가 쉴 새 없이 방청석을 촬영했고, 또 두 사람의 법정정리 손에도 채증을 위한 캠코더가 쥐어져 있었다. 법정입구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줄 서있는 방청객들 양편으로는 정복차림의 법원정리 말고도 사복들 수십 명이 그 무슨 흉기라도 찾으려는 듯 눈망울 굴리며 위아래를 훑고 있었고, 검색대에서는 몸수색과 소지품 검사가 물 샐틈 없이 이뤄졌다. 수많은 사복들이 311호로 가는 곳곳에 서 있었고 방청석의 상당부분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방청석 앞줄에 앉아 있는 정복교도관 사이사이엔 C. R. P. T라고 흰색글자를 새겨 넣은 검은 상의와 검은 군복에 군화를 신은 짧은 머리 청년들이 앉아 있다. 이들이 무술교도 대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복들은 재판이 끝나고 법정경내에 세워졌던 경찰버스에 타는 것으로 그 신분이 확인됐다.

신성해야 할 법정에 경찰이라니! 법정은 검찰과 피고인측이 동등한 자격으로 피의사실에 대한 공방을 벌이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아야하는 일 말고도 충분히 방어권행사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법정조건도 갖추어져야 한다. 재판부는 공정해야하고 법정은 어느 일방에 위압적이어서는 안 된다. 피고인측 방청객을 위압하는 것은 바로 피고인에게 정신적·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날 법정은 방청객을 그 무슨 테러집단이라도 되는 듯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철통같은 감시체계 속에 묶어두고 있었다. 공개재판의 원칙에 맞게 어떠한 제재 없이 자유롭게 방청해야 할 법정에서 채증 카메라 를 설치하는 것은 존엄해야 할 법정에 대한 모독이며, 방청권 침해이고,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이기도 했다.

이강실 진보연대 상임대표

9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용산참사 해결촉구' 1인 시위에 참가하려던 이강실 진보연대 상임대표가 방패를 든 경찰들에게 둘러 쌓였다.ⓒ 민중의소리



법정에 경찰이 들어왔던 것은 군부독재시대 이른바 ‘시국사건’재판 때였다.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 구속 기소되었던 문익환 목사님 재판이나 전대협·한총련의장들 재판 때 사복경찰이 방청석 앞쪽 좌석을 먼저 차지하곤 했었다. 그러나 6월 항쟁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상당한 정도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개선이 이루어지면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에는 위압적 법정분위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날 311호법정은 악명 높은 군부독재시대의 위압적인 법정모독 행패가 재현되고 있었다.

이날 311호 법정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재판장 한양석부장판사)심리로 용산철거민 살인진압사건의 피해자들인 용산 4구역상가공사 철대위 이충연 위원장 등 9명에 대한 검찰측 증인심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재개발사업에 따른 강제철거로 살 곳과 일터를 잃게 된 철거민들이 최소한의 임시주거와 생계를 위한 임시시장 등을 요구하다 경찰특공대의 살인진압으로 다섯 명이 숨졌고, 이날 재판을 받게 된 이들은 현장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등 혐의 체포돼 구속 또는 불구속된 상태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무겁게 가라앉은 침묵을 깨고 일정한 시간을 두고 변호인과 검사에 이어 재판장과 배석판사가 입정했다. 재판장의 지시로 이충연 위원장 등 구속된 철거민들은 교도관과 법정정리들의 철통경비 속에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에 앞서 참사 당시 심한 부상을 입고 불구속 기소된 철거민 3명이 먼저 입정해 있었다.

재판장은 "사선변호인단의 사임으로 재판부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했다. 피고인 측의 재판연기요청은 기각한다.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고 선언했다. 당초 검찰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되는 3000쪽에 가까운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지난 8월21일 변호인 측에서는 수사기록 제출할 때까지 재판연기를 요청했었고 지난 9월 1일 재판에서는 변호인단 사임과 함께 피고인들이 다시 재판연기를 요청했었다. 그것에 대한 재판장의 답변이었다. 이충연 위원장은 "국선변호사는 이 사건 관련 피고인들과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 사선변호인을 선임 중이다. 한 주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한마디로 거절했다. 검사에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네 명의 입회 검사 중 여검사가 준비해 온 원고를 읽는다. '피고인 변호인측이 방어권을 남용하고 있다. 변호인들이 수사기록 열람등사 거부를 이유로 재판거부와 헌법소원 변호사사임 등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 '전철연 용산범대위. 민변 등 외부세력이 정치선전을 주도하며 재판을 정치투쟁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법정소란 재판거부 등 재판부에 대한 도전을 묵과해서 안 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충연 위원장이 다시 말했다.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판기일이 문제가 아니다. 피고인과 상의 없는 일방적인 국선변호인은 수용할 수 없다. 오늘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은 우리를 폭력진압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선임한 변호인을 통해 일방적인 공소제기에 충분한 자기방어권행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다시 거부했다. 판사와 이충연 위원장의 재판진행과 연기요청은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리고 재판부는 증인 입정을 지시했다. 이충연 위원장이 다시 "재판을 받지 않겠다. 돌아앉게 해 달라"고 말했지만, 재판장 "다음 공판 때 사선변호사가 반대심문을 하면 된다. 재판을 거부하면 불이익이 있음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증인 5명이 입정했다. 다른 철거민이 크게 말했다. '돌아앉게 해 달라‘.' 그러나 다시 묵살 당한다.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호람‘과 ‘현암’ 용역회사 직원 5명이 증인선서를 했다. 하00 증인부터 검찰 심문이 시작된다. 이충연 위원장이 다시 ‘돌아앉게 해 달라'고 말했지만 재판부는 또다시 거부했고, 검찰심문이 이어졌다.

이후 진행된 용역회사 직원들에 대한 증인심문내용은 천편일률적으로 용산참사 현장에서의 농성자들이 화염병 던지는 것을 보았다는 것, 경찰진압작전에 함께 하지 않았다는 것, 경찰의 지시로 남일당 빌딩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용역회사 직원의 의무로 들어갔다는 등 피고인들의 유죄 입증을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증인심문 중에도 이충연 위원장과 다른 철거민들은 ’돌아앉게 해 달라‘고 계속 요구했으나 묵살 당했다. 문정현신부님도 증인심문이 시작되자 퇴정하였고 방청석에서는 개탄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상이 9월 8일 진행된 용산참사 관련으로 구속(불구속)기소된 철거민들에 대한 공판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만으로는 이 재판이 어떻게 해서 파행돼 왔는지를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살인진압 희생자 철거민 유죄, 살인진압 책임자 무죄’를 전제로 한 검찰의 수사에서 기소까지 수사기록공개거부와 재판강행으로 인한 변호인 사임에 이르는 과정을 짚어보기로 한다.

'용산참사'해결 촉구 삼보일배

8월 31일로 참사 224일째를 맞는 '용산참사' 해결 촉구를 위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이정희 의원, 민노당 당직자, 용산범대위, 철거민 등 24명의 참가해 삼보일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신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민중의소리



다 알려졌듯이 지난 1월 20일 새벽. 용산 4구역 재개발철거민 30여명이 철거에 앞서 임시주거와 생계를 위한 임시시장마련을 요구하며 남일당 빌딩에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하자, 경찰특공대는 농성 25시간 만에 살인 진압하여 철거민 5명과 진압경찰관 1명을 죽게 하고, 농성에 함께 했던 용산 4구역 상가철거 대책위원회(용산철대위)이충연 위원장 등 철거민을 강제 연행했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제1차장 검사를 본부장으로, 조은석형사 3부장 검사를 책임자로, 검사 17명과 수사관 24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진상규명 ▲철저한 중립적 입장견지 ▲법과 원칙에 입각한 사실 확정 및 법리판단이란 3대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공정한 수사가 아닌 편파왜곡수사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는데 급급했다. 유가족에 통보도 승인도 없이 시신확인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인 강제부검을 실시했고,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성철거민들에 의한 화염병투척으로 화재가 발생해 농성자와 경찰관이 사망하고 부상당했음을 기정사실화했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공표를 했고, 농성배후세력이라며 전철연에 대한 마녀사냥도 이어졌다. 이처럼 검찰은 철거민 전철연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을 전제로 한 강압수사를 하면서도 용역업체가 조직폭력배와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한겨레 21 2월27일자)제기와 철거업체들이 재개발지역에서 불법적인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언론보도, 경찰이 불법적으로 철거용역들을 진압작전에 투입하여 합동작전을 벌이기도 했다는 보도들, MBC PD수첩이 방영되고서야 두 철거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뒷북을 치면서 철거업체 직원 7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2월9일 수사발표를 하면서도 서울경찰청 차장 등 경찰지휘부조사에서 김석기 경찰청장은 서면조사만 하는 등 그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그리고 2월16일 검찰은 '이충연 위원장 등 농성자들이 공동 공모하여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화염병을 사용하여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한편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시위진압에 관한 경찰관들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해 경찰특공대원 1명을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경찰특공대원 13명에게 상해를 입게 하였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등 9가지 죄명을 씌워 6명을 구속 3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이 인화물질이 현장에 있었음을 알면서 안전조치도 없이 과잉 진압하여 5명의 농성철거민을 죽게하고 많은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한 경찰수뇌부에 대해서는 조기진압작전계획과 결정과정 등 중요사항과 화재원인과 발화지점 등 구체적 수사내용, 경찰과 용역업체사이의 부적절한 협조관계 등 용산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수사내용은 공소장에 단 한 줄도 없었다.

이 같은 검찰의 일방적인 편파 왜곡수사와 기소에 맞서 용산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변호인단이 꾸려졌다. 변호인단은 억울한 죽음과 부당한 구속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관심에 부응하고 법과 상식에 입각한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직적으로 이를 훼방하고, 재판부는 3월26일 통상적 재판절차로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검찰이 10,000여 쪽에 이르는 수사기록 가운데 3분의1에 해당되는 3,000여쪽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중요한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것은 용산참사의 모든 책임을 용산철거민들에게 지우고 있는 공소사실과 상반되는 내용의 증거들이 포함되었거나 당시 무리한 진압을 하게 된 경위 등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

변호인단은 3월 25일 검찰에 수사기록 열람 등사 신청을 했으나 검찰은 ‘거부방침’을 밝혀왔다. 3월 31일 변호인단은 법원에 다시 ‘수사기록 열람등사허용 신청'을 했고, 법원은 4월 14일 이를 받아들여 ’수사기록 열람 등사 허용‘을 결정하고 검찰에 대해서 허용할 것을 명령했다. 검찰은 같은 날 증거기록 제10권 10책을 변호인에게 교부했다. 그러나 교부된 기록들은 검찰측 증인신청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부수사기록에 한하여 제출하였을 뿐 정작 이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한 상당한 분량의 수사기록에 대해선 여전히 공개를 거부하고 있었다. 변호인단은 4월 17일 제 3회 공판준비기일 법원에 검찰이 열람등사를 거부하고 있는 수사기록 에 대하여 ’압수수색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4월 22일 첫 공판 날 법원은 '변호인은 압수수색을 신청할 권한이 없음으로 법원으로서는 변호인 측의 신청에 대하여 결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올바를 증거 개시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실질적인 당사자 대등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담보해야할 법원의 이러한 태도는 재판부로서의 자신의 정당한 권한을 포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정한 재판 진행의 역작용이 될 수밖에 없었다.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미결정‘고지에 즉각 이의를 제기하며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4월 23일 검찰은 검찰이 추가로 신청할 증인들의 진술이 기재된 김00등의 조서 등 수사기록일부를 추가로 변호인에 교부하면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수사기록에 대해서는 ’내부방침상 교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기록 3,000여 쪽을 법원의 명령이 있었음에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용산참사 5명 열사의 영정

2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 옆에서 열린 범국민추모제에는 지난 1월 20일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서 숨진 열사 5명의 영정도 설치됐다.ⓒ 민중의소리


용산참사 유가족

고 윤용현씨 부인 유영숙(50)씨를 비롯한 유가족 3명도 21일 오후 8시 용산구 한강로 남일당 건물 옆에서 열린 범국민추모제에 참가했다.ⓒ 민중의소리



그렇다면 검찰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수사기록에는 어떤 사실이 있는 것일까? 검찰이 공개를 거부하다가 4월14일 증인신청에 필요한 일부 선별하여 제출한 수사기록에는 최초에 제출된 증거기록에서는 없었던 내용들이 있었다. 바로 ▲경찰특공대 투입에 대한 경찰주장과 모순되는 경찰특공대의 진술 ▲진압작전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에도 강행한 경위 등 진술 ▲화재원인 및 발화지점과 관련 경찰특공대원들의 입 맞추기 가능성에 대한 진술 ▲농성자가 화염병을 던져 발화하였다는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진술 ▲공소사실과 다른 망루 안에서의 상황진술 ▲인화물질 등이 농성장에 있다는 것을 고지 받지 못했다는 경찰특공대원의 진술 ▲부실한 안전대책 위험한 진압작전수행에 대한 진술 ▲진압당시 경찰과 철거용역업체 직원사이의 접촉에 관한 진술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변호인들은 분석했다. 증인신청에 필요한 일부기록 내용이 이러할진대 법원의 증거개시 명령에도 끝내 열람등사를 거부하고 있는 수사기록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 것인가.

추가 제출된 기록내용에 비추어 볼 때 한사코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수사기록에는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수뇌부의 조기진압작전 계획의 수립과 결정과정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화재원인 및 발화지점과 관련된 검찰의 공소내용과 모순되는 사항 ▲경찰과 용역업체 사이의 부적절한 협조관계 등 경찰의 공무집행에서의 위법성과 피고인들의 유무죄 및 양형에 영향을 미칠 다수의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변호인들은 예상하고 있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기록공개거부는 ‘검사는 범죄수사를 통한 사회방어뿐만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할 의무도 함께 지닌다’는 대법원 판시에도 어긋나고, 실체적 진실발견과 피고인의 방어권보장을 최대 이념으로 하는 형사소송법절차에도 정면 배치될 뿐 아니라, 검사의 객관의무를 위반해 공소권을 남용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검찰태도에 법원은 문서제출 명령권(형사소송법27조)과 압수수색의 권한 등을 적극 행사하여 미공개수사기록을 확보했어야 했고,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는 검사가 증거(수사기록)를 제출할 때까지 재판을 중단해야 하며 끝내 검사가 증거제시를 거부할 때는 검사의 '객관의무위반'과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한 공소기각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법원은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출할 때 까지 재판을 연기해달라는 변호인의 여러 차례에 걸친 재판기일 변경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5월 6일 변호인은 다시 재판정지요청을 하며 재판기일 변경 이유를 진술하고 퇴정했다. 이에 법원은 다음 날 5월 7일 국선변호인을 선정했다. 변호인단은 5월 14일 현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 등 공정재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고, 8월 7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8월 22일 공판에서 변호인이 수사기록 공개 없이는 더 이상 변호할 수 없다고 하자 재판부는 ‘변호하지 않겠다면 퇴정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8월 31일 ‘변론요지서’에서 검찰의 수사기록 제출거부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재판부에 이 사건에 대한 공소기각판결을 통해 형사소송절차에의 최대이념인 실체적 진실에의 접근자체를 방해하려는 시도를 차단함으로써 사법정의를 세워줄 것을 요망했다. 그리고 9월1일엔 ‘이대로의 재판이 피고인들의 헌법적 권리마저 짓밟는 사법의 치욕이고 피고인들에게 이대로의 재판을 용인하고 응하라고 하는 것이 변호인으로서 죄악이자 양심에 반하는 것이며 피고인들에 무죄판결을 받을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채 유죄판결만을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이자 장차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고 피고인들이 정당한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마저 물거품으로 만들 우려가 크다고 믿기 때문에 용산재판의 변호인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변호인을 사임하지만 이 시대의 치욕인 용산재판의 산증인으로 남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9월 8일 공판을 피고인 측에 위압적인 법정분위기 속에 용산참사 철거민들(피고인)과는 전혀 소통도 없었고 사건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하며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도 하지 않는 국선변호인 입회아래 피고인들의 재판거부의사가 묵살당하는 등 파행 재판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검찰이 은닉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내놓지 않는 한 재판부가 다행히 공정성을 되찾고 새로운 변호인이 선임된다 해도 용산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할 것이다. 바로 새로 선임된 변호인은 반드시 검찰이 내놓지 않고 있는 수사기록을 제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법정의 피고인석에 있어야 할 사람은 생존권을 요구하다 살인진압으로 죽임을 당하고 감옥에 갇혀있는 철거민이 아니라 이들의 절실한 요구에 어떠한 대화도 협상도 없이 아무런 안전대책도 없이 하루 만에 살인 진압한 경찰수뇌와 그 상부 선 관계자여야 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국민을 상대로 국가권력이 마치 테러집단에 대한 소탕작전을 하듯이 살인진압을 하여 여섯 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도 국가의 최고통치자는 사죄는커녕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참사 이후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하여 용산참사해결을 위한 범국민추모대회를 열어오고 있으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참사현장에서의 매일 추모미사를 비롯해 불교 기독교 등 각 종단의 추모법회 추모기도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사회원로대표 674명의 시국선언 촛불문화제 삼보일배 오체투지 1인 시위 등 온 국민이 억울한 죽음과 올바른 해결을 위해 뜻을 모으고 있지만 참사 8개월이 다 되도록 희생자 시신은 차디찬 냉장고에 갇혀 있고 그 원혼은 구천을 헤매고 유족들은 겨울에 입은 상복을 벗지 못한 채 다시 겨울을 맞게 되었으며 거리노숙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용산범대위가 주최하는 어떠한 집회도 불허되고 있으며 기자회견 1인 시위만 해도 무더기를 강제연행하고 있다. 도덕도 정의도 인륜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잔인하고 포악하며 비정하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는 주장한다.
대통령은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에게 사과하라.
살인진압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하라.
정부는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유가족에 대한 배. 보상대책을 밝혀라.
구속된 철거민과 전철연 회원에 대한 공소를 철회하고 즉각 석방하라.
용산 범대위. 전철연 대표 등에 대한 수배조치를 즉각 해제하라.
집회와 시위 등 민주주의적 권리를 보장하라.
용산 4구역철거민에 대한 주거권과 생계대책을 세우라.
·기사입력 : 2009-09-14 16:16:23 ·최종업데이트 : 2009-09-14 20:30:18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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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11년 만에 다시 열린 민족공동행사-(2)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다녀와서- 양심수후원회 2019.06.01 93
291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계한 비전향장기수 김동섭 선생 양심수후원회 2019.06.01 115
290 2019. 양심수후원회 신년하례식 양심수후원회 2019.06.01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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