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평등의 원칙과 자주통일의 원칙

<기고>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이 왜 긴장고조로 되고 있는가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항일전쟁승리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전쟁승리 70돌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일은 두 가지 점에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하나는 미·일 양국의 패권주의 압력에 구애받지 않고 주권국가로서의 자주외교권 행사라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침략전쟁과 세계 파시즘에 반대하는 인류보편의 지향에 동참한다는 점에서이다.

그러나 이렇게 매우 좋은 의미의 열병식 참관과는 달리, 이보다 앞서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만찬 포함)에서의 ‘한반도 정세’부분의 일부 내용과 귀국길 전용기 안에서의 기자간담회 내용은 ‘주권평등의 원칙’과 ‘자주통일의 원칙’에 배치되고 있어 이 땅의 평화와 안정, 자주통일을 염원해온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특히 모처럼 이뤄낸 ‘8.25합의’에 손상을 주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시간순서대로 알아보기로 한다. 9월 2일 청와대가 배포한 언론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 △최근 한반도에서 있었던 긴장문제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긴장고조 반대 입장 △6자회담 재개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서는 세 번째 ‘긴장고조 반대’와 관련 누가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무엇이 문제로 되고 있는지를 짚어보기로 한다.

“양측은 9.19공동성명과 유엔안보리 관련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언론보도자료)

중국정부도 이와 유사한 정부입장을 같은 날 밝혔다.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초래하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분단 70년 동안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전쟁의 위험 속에 살아오고 있는 우리 겨레로서는 더욱 그러할 터이었다.

문제는 누가 어떤 행동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느냐이다. 그러나 그 수수께끼는 어렵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북의 인공위성 발사’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오는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0돌’에 맞춰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란 뜻이었다. 실제로 한·미정상은 ‘유엔안보리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되어야 할 것’을 전제함으로써, 북의 인공위성 발사 등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난 시기 북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때마다 유엔안보리 결의로 대북제재를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인공위성 발사가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로 되는 것인가. 그러나 정답이라면 ‘그렇지 않다’이다.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은 우주조약에 가입한 어떤 나라도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이란 1967년에 채택된 ‘달과 그 밖의 천체를 포함한 탐사 및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활동을 규제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우주조약)’으로 ‘우주공간과 천체의 법적지위와 우주공간 활동의 기본원칙 그리고 우주공간과 천체에서의 비군사화’를 규정한 내용이다. 바로 어떠한 나라도 우주공간의 평화적 탐색과 이용을 제약 없이 할 수 있게 한 자격의 평등성을 규정한 국제조약이다. 한마디로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은 ‘우주조약’에 가입한 어떠한 나라도 규정에 따라 평등한 권리가 주어져 있다.

수많은 나라들이 인공위성을 비롯한 더 먼거리 천체탐사와 연구목적으로 수천 개의 위성체를 쏘아 올리고 있다. 한국도 2013년 1월 30일 몇 번의 실패 끝에 외국의 힘을 빌리기는 했지만 인공위성 ‘나로호’발사를 성공시켰다. 또한 2018년까지 달탐사 위성을 달궤도에 진입시킨다는 계획이고 2020년 이후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해 자력으로 달착륙선을 달표면에 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이북의 인공위성 발사만을 그 무슨 ‘긴장고조’니 ‘도발’이니 하는 것은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평등성 유린이고 국제법 위반이며 부당한 이중기준일 뿐이다. 더구나 그로인한 부당한 규제와 제재행패야말로 포악한 해적논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이북의 인공위성 발사와 제재사례를 보면 2006년 7월 5일 이북에서 첫 인공위성을 시험발사하자, 미국주도로 이른바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를 채택, 대북제재를 감행했고(제재내용 생략) 이에 반발 북은 같은 해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2009년 4월 5일 다시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쏘아 올리자 유엔은 4월 24일 안보리 의장성명과 함께 제재를 가했고 북은 이에 반발, 같은 해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리고 6월 12일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 안보리결의 1874호를 채택했다. 그리고 2012년 12월 12일 이북은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쏘아 올렸고 한·미·일이 주도하여 대북제재 유엔안보리 결의 2087호를 채택했다. 북은 이에 반발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했다. 그리고 유엔도 다시 안보리결의 2094호로 대북제재를 추가했다.

여기서 잠시 짚고 갈 문제는 인공위성발사 -> 대북제재 ->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 악순환이기도 하지만 이북에서 핵실험을 하고 있는 데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핵위협에 따른 대응이란 측면이 오히려 더 본질적이다. 예로써 9.19공동성명 이후만 보더라도 공동성명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 등 대북 금융제재를 감행했고 핵 또는 재래식 무기에 의한 대북공격 또는 침공을 하지 않겠다 했지만 그 뒤 이어진 한미합동군사연습과 함께 핵무력인 B-52 등 전략폭격기,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핵공격 위협을 계속해 왔다. 또한 북·미, 북·일간에 상호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관계정상화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만 작계 5027, 5029 등 북정권 붕괴를 목표로 한 북침전쟁연습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다시 정리하면 이북에서 당창건 70돌 경축행사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해서 또다시 대북제재나 특히 남북 사이에 모처럼 이뤄낸 ‘8.25합의’를 손상시켜서도 안 된다. 이는 제1야당의원이나 일부 언론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국제규정을 성실히 지킬 의무가 있는 한·중 정상이 인공위성발사를 ‘긴장고조’로 규정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특히 중국은 이번 항일전쟁 승리·세계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돌 기념 열병식을 통해 지난 시기의 침략전쟁과 파시스트를 규탄하고 오늘의 제국주의적 패권주의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중국의 대국굴기(大國崛起)는 어떠한 침략세력에도 맞서는 무기체계의 과시만이 아니라 국제관계에서의 정의와 공정을 지키고 주권평등의 원칙을 고수하는데서 더욱 돋보일 것이다. 따라서 평화적 인공위성 발사를 만류하기 전에 9.19공동성명에 반하는 미국의 대북핵위협 등 북침전쟁연습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6자회담 소집국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통일외교’의 문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평화통일’을 강조했다. “북핵문제들을 다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확실한 가장 빠른 방법은 평화통일”이라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안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외교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마치 한·중간에 평화통일에 대한 어떤 얼개를 마련한 것처럼 말했다.

평화통일!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서 대통령의 말은 새삼스럽기조차 하다. 이제야 깨달았단 말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평화통일의 방법 등 논의대상이 왜 외국이어야 하느냐는데 있다.

통일은 외세에 의해 부당하게 갈리진 남과 북이 주체가 되어 바로 우리민족끼리 다시 하나 된 나라를 이루는 일이다.

이미 남북은 7.4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을 합의했고 6.15공동선언에서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온 겨레와 전 세계에 밝혀 전폭적 지지와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다.

통일외교는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통일외교를 하려면 우리민족의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나라 전쟁이 끝나고도 아직도 작전통제권을 틀어쥐고 이 땅을 70년이나 강점하고 있는 나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반대하는 나라, 쉴 새 없이 동족끼리 다투게 하며 핵무력 등 대량살상무기로 전쟁연습을 하는 나라, 동죽을 겨냥한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추구하고 있는, 그리하여 우리민족의 자주통일에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나라를 상대로 해야 되는 게 아닌가! 그 부정적 자세를 돌려놓는 일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따라서 통일외교의 우선 대상은 박대통령이 ‘조속한 통일’을 말하자 ‘남북이 화해·협력하여 장래에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답변한 중국이 아니라 위에서 본 바로 미국을 상대로 해야 되는 게 아닌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조속한 평화통일론과 어떤 외국과의 그 방법 논의 추구는 또 다른 ‘통일대박론’과 ‘통일준비론’을 연상케 한다. 바로 북의 급변사태 등 정권붕괴를 상정한 흡수통일론의 다른 표현 같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히 밝히지만 이러한 구상은 가능하지도 있어서도 안 될 오직 주관적 망상일 뿐이다. 국정 최고 당국자의 정리되지 않은 발언으로 모처럼 마련된 ‘8.25합의(8.24)’에 손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긴박한 순간에 남북은 민족적 이성으로 군사적 위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고 앞으로 당국자회담, 이산가족 상봉사업, 다양한 민간교류 확대를 합의했다. 이 소중한 합의를 살려내고 발전시키는 데는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을 통한 불신과 대결자세를 근본적으로 없애야 한다. 그리하여 동족사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누리는 자주통일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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