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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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2 19:56

수니 조회 수:2199

그날 그 뜨거웠던 밤

‘가앙 강 수월래에~ 가앙 강 수월래에~!’

운동장 가운데에 붉게 타오르는 장작불을 중심으로 2중 3중의 동심원을 그리며 수백 명의 문학기행 회원들이 용트림되어 신들린 듯 엇갈려 돌고 있었지.

서로 잡은 손 놓칠세라 더 꼭꼭 잡고서, 타는 목마름 막걸리 사발로 씻으며 버얼겋게 타오르던 얼굴들, 얼굴들 모두 처용이었던가.

그때 거기가 지리산 피앗골 소학교 운동장이었지.

노래던가 함성이던가 고래고래 내지르며 미친 듯이 뛰어 돌던 그 밤 그 열정들,

오경이나 되어서야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도 서서히 잦아들고 하나둘 춤꾼들도 흩어져 갔지,

그 까만 밤이 희뿌옇게 깨어나는 데도 그 밤이 아쉬워 못 헤어지던 얼굴들,

술이 동이 나고 모닥불이 다해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 안고 노래 불렀지.

아니 울부짖었나. 꺼져가는 모닥불 곁에서 서로를 뜨겁게 안았었던가.

그 광란(?)의 밤, 마지막을 지킨 그 걸출(?)들이 공교롭게도 같은 조 사람들이라니.

버스가 열 몇 대던가. 그 많은 기행 참가자들을 통솔하기 위해 무작위로 짰던 조.

그렇게 우연하게도 생전 처음 만나 하룻밤 사이에 만리장성 쌓았더냐.

 

아아! 그게 벌써 20년이라니. 그래 그렇지, 그 때 그 발랄하던 뜀돌이 대학생 길자, 혜순이가 이젠 아주머니 학부형이 되었고, 그리고… 그리고… 그렇지. 주렁주렁 2세들이 열리고. 이름들 이렇게 불러도 되나. 허긴 그 사이 나도 이제 80고개를 허겁지겁 올라가고 있으니.

기행 오가면서 만났다고 ‘옴시롱감시롱’이라 하쟀지. 지들 고향 진도 말로. 아! 그거다 했지.

그래 맞다. 기행팀 뿐이랴. 우리의 삶이 다 그렇게 오가면서 맺고 이루어지는 걸.

 

그 후 몇 년 기행 오가면서, 곰나루 너른 풀섶에서 해방춤 추며 신동엽도 만나고, 지리산 종주하고 천왕봉에서 통일기도 했던가. 벌교 해남 땅끝에서 해돋이도 보았지. 강진 해남에선 추사도 만나고 다산도 만나고 공주 익산 전주 고부에서 녹두장군도 만나고 무녕왕도 만났지. 임실 섬진강 시인의 삶도 둘러보고, 전주옥에서 사회참관이라고 나가봤던 모악산 금산사도 갔더랬지. 가슴 속의 파도랑은 기도로 재우면서. 목계 장터목에서 막걸리 마시고 농무도 추었던가. 봉화 청양산에서 퇴계도 만나고 혼자만 잘 살면 재미없다던 농사군 영감님도 보고, 청송 산골 ‘객주’집 마당 덕석에 둘러 앉아 보부상 이야기에 꽃을 피우기도 했구나. 천둥산 박달재 아래 도둑절도 올라보고 농사꾼 된 판화작가 제작실도 둘러봤지. 강원도 길에서는 단종도 만나고 전설 열린 애우라지에서 걸직한 농주에 국창 부녀의 정선아리랑에 취하고 뱃놀이도 했던가. 철원에선 끊어진 철도, 비극의 철조망에 가슴 찔리고 임꺽정 동굴터에서 마음 씻었나.

이렇게 신나게 돌아다닌 지 그 몇 년간, 오랜 우주여행 끝에 얻은 일천리 독보권을 실습하면서 귀한 보석 같은 영혼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하늘이 주신 복이로고.

그 후 과분한 정 빚 짊어진 채 속진에 갇힌 지 몇 년이던가, 강산도 몇 번이나 변했구나.

오래 못 만나 얼굴마저 잊을 참이지만 오른 길 가팔랐어도 되돌아보는 마음은 풍성하더라고.

다리 힘 더 풀어지기 전에 지리산 천왕봉 같이 올라 또한번 기원을 해야겠다만. 그리고 아직 못가 본 오감시롱 고향 한번 가봐야지. 아 벗님네야 못 만나도 하루하루 건강들 합쇼이.

 

 

옴시롱 감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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