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옆자리 동료가 해고 통지를 받았습니다

2009.05.29 13:2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920

옆자리 동료가 해고 통지를 받았습니다
글쓴이 : 회사원    
  설 연휴를 전후로 확정된 구조조정 명단 발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아니면 옆자리 동료가 (구조조정)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임원이든 사원이든.

미국 발(發) 경제위기라는 외풍에 고용 불안과
실직의 먹구름을 저를 포함해 모두가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였습니다.


지난 98년 IMF 파고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흑자 행진을 이어온 일터기에
감봉 조치는 모두에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는 감원 어퍼컷이 남은 셈입니다.
업무 시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뉴스에서 국내외
기업의 정리해고 소식을 접할 때 그저 남의
일인 줄만 알았습니다.


부장님의 호출, 그리고...


하지만 부장님의 호출에 살 떨리는 목소리로 "네……"
하며 불려가는 옆 동료의 표정을 전 그 때 보았습니다.

소의 눈을 보는 것 같다는 은유는 과장이라고
힐난하실지 모르겠지만 평소 그분의 맑고 검은 눈에
동요가 느껴짐을 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평생 주인만을 위해 밭을 가는데 도구로 이용만 당해왔던
우직한 소의 발걸음이 결국 주인의 자본적 필요와
도구적 존재로 전락하는 순간의 슬픔입니다.



동료의 표정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순간에도
그저 눈물만 주렁주렁 흘릴 뿐 아무런 저항의 기제를
갖지 않는 소의 그것과 흡사해
저는 속으로 많이 울어야 했습니다.


"다음엔 내 이름?"

전 마음을 비웠습니다.
하지만 옆자리 동료를 마지막으로
저희 부서의 감원 저승사자는 물러갔습니다.

그런데 옆 부서 분위기는 더욱 흉흉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자본의 칼날은 회사에서도 비정규직, 여성에게
날카로웠습니다.
더 무자비했습니다.


자신이 해고됐다는 사실을 단순히 구두로 전달받는
그 기분은 실로 모래를 씹는 것 이상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병석에 누워계신 부모님이 있고 처자식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무참하게 거리로 내쫓기고 있습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동료들은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런 비극과 수치심을 받아야 하는지.
지금 거리로 내쫓기면 당분간 무일푼으로 힘겨운 삶을
감내해야 하는데도 이들은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결국 자본의 이해대로 자신의 양심과 존엄,
자존심을 양보해야 했습니다.

남은 자들의 심정은 더 답답합니다.
또 언제 자본이 효율과 경쟁을 무기로 인격적 존재인
사람을 잘라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바람은 일회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첫 단계일 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감원 한파를 빗겨간
동료들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아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비단 이런 상황은 저의 일터만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도 서울, 아니 대한민국의 수많은 일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잘려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경제 체질이 도대체 어떻게 망가졌길래
멀쩡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권리가
하루 아침에 짓밟혀야만 하나요.



연초부터 비상경제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국민들이 지난 대선에서 숱한 도덕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바로 일자리 만들기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이 대통령의 모습 때문입니다.
경제 살리기의 성공도 바로 일자리가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해고된 옆자리 동료, 병원비도 마련할 길 없어 막막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공허한 메아리만 있지 실질적인 알맹이가 없습니다.
IMF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3%로 전망치를

수정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또 인력사정실사지수( BSI)가 사상 처음으로 100을 넘어서
기업의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표도
확인했습니다. 모두 충격입니다.


매일 각료와 공무원들을 불러놓고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와 공포심만 키워놓고는
정작 산업 현장에는 공공영역의 정책적
돌봄과 대책 마련 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님 이대로 우리는 절망해야 합니까?

오늘 해고된 제 옆자리 동료는 어머니가 암 치료를 받아
이제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한 상황입니다.

저도 위로할 처지가 아니지만 그 분의 상황을 마음속에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면 눈물밖에 나질 않습니다.
동료와의 인간적인 연대를 통해 노동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며 가족 이상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그렇습니다.



오늘, 이 자본의 비인간성과 무자비함은 민주주의
시계가 점점 거꾸로 가는 이 시대에 이 땅의 수천만 노동
약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2009-01-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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