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양동댁 일기

2010.06.16 20:50

수니 조회 수:3070

아들 녀석 대학 보내고,,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많이 아팠어요,,

팔다리..온몸이 얼마나 암팡지게 쑤시고 아프던지,,

작은 녀석이 올 해 또 고 3인데..엄마로써 최선을 다하려구요.

저만의 귀한 시간 올 해 까지는 딸 녀석에게 모든 것 바칠래요.

최선을 다하는 아이에게 늘 부족한 엄마이기에 ..

오늘 저녁에는 지연이 좋아하는 된장 찌개랑 김치 빈대떡이라도 해 주어야겠습니다.

 

저는 올해 마흔 여섯..큰 아이 고 1이었을 때 3월 8일에 양동으로 이사 왔으니 양동이 저에게 제 2의 고향이 된 지도 만 3년 1개월이 지났네요. 처음엔 뭐든 낯 설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이쁜 산과 들, 바람, 밤하늘의 별들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것만 같아 행복하기만 합니다.

2007년 2월 말, 남수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처음 양동 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날이 양동 장이었으니 2월 28일이었나 봐요. 경운기 운전하는 할아버지 뒤에 엉덩이 아프지 말라고 스트로플 위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계셨는데, 한손은 할아버지 팔꿈치를 또 한손은 경운기 손잡이를 꽉 잡고 탈탈 거리며 가시는 모습...그 광경이 얼마나 정겨운지 양동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옥수수 술빵을 하나 사서 지연이랑 나누어 먹으면서 양동 중심가를 거닐었었답니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이쁜 들꽃들이 양동 들녘엔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 햐~이쁘다! !하면서도 들꽃이름 하나 제대로 아는게 없답니다. 어제는 양동 장날이었답니다. 달래랑 원추리 머우 씀바귀를 치마폭 앞에 소복이 쌓아 놓고 파시는 할머니 연세가 89세.. 모두 다 사도 육천원..봄나물은 보약 보다 좋다는 말이 생각나 얼른 사가지고 와서 보리밥에 비벼 먹었습니다.

 

창피스럽게도 저는 마흔 넘어 여지껏 살아 오면서도 하늘아래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너무나 작고 예쁜 들꽃, 아무렇게나 서 있는 나무 한그루 , 먼지, 햇빛 등등.. 온통 저를 감싸고 있는 자연이 이렇게 고운 줄을 양동에 와서 처음 알았답니다. 양동은 사무치게 그리워질만큼 아름다운 곳이에요. 그런 양동을 저도 사랑합니다. 아참! 또 한가지, 양동의 특이한 점은 겨울이 정말 춥다는 거에요. 남수도 지연이도 겨울엔 내복을 입고 학교에 다녔어요.

 

처음 양동에 왔을 때 양동역이 얼마나 이쁘던지...특히, 비 오는 날 기찻길 사이에 있는 유리 대합실에 앉아 있을 때 기차 두대가 스쳐 지나 간 적이 있어요. 마치 시간 여행이라도 가는 것 마냥 너무나 환상 적이라 지금도 그 때 그 기분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답니다. 요즘 저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그 길을다닙니다. 작년에 둘째 녀석이 저의 생일날 새로 산 운동화를 팔아 중고 자전거를 사 주었어요. 철도길 옆을 지나 칠 때 같은 방향으로 기차라도 지나갈 즈음엔 저는 왠지 하늘 나는 ET 마냥 달리는 기차와 함께 제 분홍 자전거와 하늘로 부웅~ 날아 가는 것 같은 착각 마저 듭니다.

오늘은 자전거 타고 석곡리 하여사님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서울에서 하여사님 친구 두분이 오셨는데.. 산 아래 논 뚝방길 옆에서 미나리를 캐고 계시더군요. 희경 여사님 왈 "내 봉투가 더 작네. 정 여사님은 손이 정말 빠르세요.." "제가 손이 걸어서 그래요.." 언덕 위 어느 집 텃밭에선 가족인 듯한 세분이 깔깔 웃으며 고추모를 심고 있구요. 경운기 한대가 그 옆을 지나갑니다. 수채화 그림 같은 풍경이 제 눈 앞에 펼쳐 진 순간 이었습니다. 누군가 저를 보아도 한 폭의 그림이었겠지요.

 

마당에 앵초 꽃 있으신 맘씨 고운 분 친구가 부추 농사를 짓는대요. 일손 모자라 동동 거리는 친구를 매일 도와 주러 가신대요. 요즘 부추 값이 좋아 부추를 묶기만 하면 돈이기에 친구네 가면 일찍 오기가 미안 할 정도라고 하네요. 부추 한단에 2,000원이래요. 양동엔 부추가 친환경 유기농 특산물이잖아요. 부추 작목반도 있어요. 양동 사람들 모두 부자가 되어 가고 있고 모두 행복하고 모두 건강한 거 같아요.

마당에 앵초꽃 있으신 분께서는 94세 된 시아버님을 모시고 사십니다. 지난 겨우내내 아버님께서 몸을 가누지 못해 똥 오줌을 다 받아 내시더니...이제는 더듬더듬 걸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어 노인회관 1층에 있는 경로 이발관으로 이발을 시켜 드리러 오셨대요. 젊은 시절 함께 술이라도 한잔 하시던 분이신지 어떤 분 달려와 반가와 해도 아버님은 못 알아 보시는 지 고개만 끄덕끄덕 아무말 안하시더래요. 짜장면 좋아하셔서 사 드리려 했더니 고개를 저으시길래 그냥 집으로 모시고 가셨대요...양동면에서 제일 나이 많으신 어르신은 98세 차 ㅇㅇ어르신 이시래요. 요즘도 밭고랑에서 고추모를 심으실 정도로 건강하시다고 합니다.

 

아버님 목욕 시켜 드릴 때가 제일 힘이 드신다고 합니다. 큰 통에 따뜻한 물을 하나 가득 받아 놓고 등도 닦아 드리고 물 뿌리며 머리도 감겨 드린대요. 아들이 하면 좋은데...다른 건 다 잘 해도 목욕 시켜 드리는 건 싫은 지 혼자 목욕을 시켜 드린다고 합니다. 목욕이 끝나면 변기 카바 내리고 아버님을 앉히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싹 닦아드리고 "아버님 속옷 갈아 입고 나오세요 " 하신대요. 어머니는 덩치가 아주 크신 분이셨대요. 아들 왈 "엄마를 아들이 어떻게 목욕 시켜 드리노?? 나중에 아버님 편찮으시면 내가 다 할께." 하더니 지금은 기억도 못하나 부다 하시면서 활짝 웃으시네요.양동 하늘 이쁜 건 이쁜 양동 사람들 때문이죠

 

논 삶은 게 뭐냐고 여쭈었더니 모 심기 전에 논 갈고 물 받아 놓은 거라고 하네요..햐~어쩌면~논을 삶았다는 표현이 있을 수 있을까요..? 너무 예쁜 우리말 잊으셨을 지도 몰라 알려 드립니다. 양동 들녁엔 농부들이 논이란 논은 다 삶아 놓아 물이 찰랑찰랑..때론 그 물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을 가늘게 뜨게 합니다.

 

풍년을 기약하는 봄비가 내립니다. 제법 빗줄기가 굵기도 하지만 처마 밑에 세워 둔 자전거도 안 젖을 정도로 곱게 내립니다.또딱또닥 빗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네요.

 

지연이 말대로라면.. 권투선수에게 맞은 느낌..그래서 온몸이 멍이 들은 것 같대요..너무 무리를 해서겠지요. 지연이도 저도 많이 아파요. 서로에게 힘이 되 주는 우리 모녀가 매일 아침에 헤어져 저녁에 만나서 매일 같이 깔깔깔 웃다가, 책 보다, 분홍 자전거에 엄마를 태우고 양동 한바퀴 돌다가 ..그런데 많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 왔어요. 검사도 하고요. 괜찮겠지..하면서도 녀석이 걱정이 되어 눈물이 스르르 흐르는 걸 몰래 훔쳐 닦습니다.

 

 

5월 1일은 친정 언니 아들 기일이랍니다. 동국대 1학년 때 9번째 헌혈을 하다 쓰러져 운명을 다시 한 녀석 이지요. 8번째 혈소판 헌혈 한 게 무리가 되었던 거 같아요.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 그 이쁜 양동역에서...남수가 '웃는 여자는 다 이뻐'란 노래를 제게 불러 주더군요. 물론 저의 간곡한 신청에 의해서 지요. 한 손으론 귀를 막고 또 한 손으론 배를 만지며 저와 지연이가 앉아 있는 의자 옆에 서서 불렀어요. 그 어떤 명가수 노래 보다 더 멋지고 기억에 남는 한 곡이었답니다. 너무나 훌쩍 커 버린 남수를 보며 6년 전부터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그리움을 한 평생 지고 살아 가야 할 불쌍한 언니를 생각합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되는 언니 였기에 옆에 가만히 있어 주기만 하다 왔어요."너무나 억울해" 하며 흐느끼던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남수가 참으로 좋아하던 녀석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위생병원 임종 환자들을 위해 1주일에 한번 노래를 불러주고, 장애인 어린이들에게 수화와 노래 지도를 함께 했던 녀석의 친구들이 해마다 언니네 와요. 녀석들의 나이가 벌써 스물여섯이라네요. 4명은 예비 목사님, 1명은 녀석의 죽음에 상처를 받아 이리 저리 기웃 거리다 1학년으로 복학하여 화학과에 다니고 있어요. 한명 한명 안아주고 고맙다 고맙다 하고 돌아 왔어요. 녀석들은 해마다 그날이 되면 언니네 집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간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들이 세상에 있을까요? 언니는 아들 하나를 잃어 버리고 아들 다섯명을 새로 얻었답니다. 아니 여섯, 남수까지요.

제 별명이 밥 공주에요. 간식은 잘 안 먹지만..밥 한 그릇 정도는 뚝딱 맛있게 먹어 치우지요. 어떤 때는 두 그릇...호호~^0^ 그래서 사람들은 저보고 밥심으로 살아 간다 해요.슬픔은 가슴 한켠으로 간직하며 잘 견딘답니다. 그리고 좋은 일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13일 양동면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하여 각 리 이장님들, 새마을 부녀회원님들, 새마을 청년회원님들, 작목반 회원님들, 농협직원들, 면사무소 직원들 모두 모여 버스 타고 제 12회 이 봉주 마라톤 대회에 다녀 왔습니다.

4.2킬로미터 출발선에서 부터 양동 부추,양동 씀바귀, 양동 오디, 양동 한우 깃발을 들고 삼삼오오 걸으며 뛰며 시작과 끝을 함께 하였답니다

살아 생전 처음 해 보는 마라톤도 신기 했지만, 양동 특산물 깃발 들고 자랑스럽게 양평시가지를 걸었던 제가 더 신기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저 이제 양동댁 맞죠? 그쵸??

 

 

내가 속해 있지 않는 세상 속으로 갑자기 들어간 느낌..

 

신기 하기도 신비하기도 궁금하기도

 

하지만 왠지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르는

 

다소 불안함이라는 것도 있는...

 

 

 

옴씨롱 감씨롱과 함께 하는 기행과 함께한 모든 시간들은

 

시간 여행이라도 하는 것 마냥 내게 때론 신기하고

 

때론 이상 하기도 한 그런 잊을 수 없는 추억 ...

 

 

 

 

 

 

**뭔가 멋지게 시작도 마무리도 하고 싶었지만 그게 잘 안 되네..

 

있는 그대로 존재 그 자체가 이쁘고 어여쁜 왕쁜이기에..

 

왕쁜 살고 있는 양동이 고향이신 분과의 대화를 무삭제로 보내드리오니

 

이 중 한개만이라도 골라 문집에 끼워 준다면 영광이옵기에..

 

물론 그 분의 글은 제가 손수 지웠기에

 

저작권 어쩌구는 생각 안 해도 된다는

 

자상하신 왕쁜의 배려 잊지 마옵시기를..

 

물 맑은 양동에서 사는 왕쁜이가 더욱 이뻐 졌음을 알려 드리며..

 

이만 안뇽

 

 

 날짜가 있는 글과 이글을 비교해서 연락주삼 . 어떤 게 좀 나은지.....

옴시롱 감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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