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지영철님의 편지

2016.11.23 14:58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330

안병길 회장님과 권오헌 명예회장님, 그리고 양심수후원회의 모든 성원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신념과 양심을 지지·후원하는 가장 숭고한 귀 단체의 인권활동은 감옥안의 양심수들에게 언제나 큰 힘과 용기가 되고 있습니다. 지면을 빌어 전국에서 옥중투쟁을 벌이고 계신 모든 분들께도 안부인사 겸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자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힘내십시다!

 

서울구치소에서의 재판 1년 기간을 보내고, 새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정겨운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강원도 춘천입니다. 아직 상고심 3개월 정도가 남아있지만, 새로운 곳으로 이감을 오니 마치 유배온 듯 기분이 새롭습니다. ‘집들이를 못하는 관계로 소중한 분들께 감사편지를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감옥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박탈하는 곳이지만, 인류의 이상사회와 공동체를 지향하는 시각에서 보면 감옥의 본질은 사회로부터의 격리와 조직과의 연계차단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물리적 차단과 격리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연결된 사상적 고리, 정신적 매듭을 결코 자르거나 풀지 못합니다, 그간 전해 받은 후원회 소식도 그 연결고리의 소중한 마음의 양식이었음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사색의 끝은 언제나 광화문광장에 가 닿습니다. 수십만 민이 밝히는 항쟁의 들불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당장이라도 민의 바다에 온 몸을 담그고 싶은 욕망을 어줍잖은 시(?) 한 편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계절은 겨울을 향하고 있지만, 정세는 봄을 부르고 있습니다.

투쟁의 열기 속에 온 몸을 불태우시는 모든 분들의 안녕과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민과 함께

 

민족의 기상은 바다를 솟구쳐 창공을 가르고,

민중의 열망은 광장을 뒤덮어 대지를 흔든다.

 

대하로 굽이치는 민의 물결을 그 누가 막으랴

역사의 반동들은 한낱 거품에 지나지 않으리.

 

보라! 눈부신 아침을 여는 찬란한 새벽의 여명을

가자! 민과 함께 민주주의·조국통일의 가슴벅찬 그 길을.

 

 

2016117일 항쟁의 나날에

춘천교도소에서 지영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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