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후원회 앞,

올 한 해도 같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년 체포되던 첫날부터 4년이 지난 오늘까지, 양심수후원회는 저에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국정원 수사관들에 둘러싸여 1박 2일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던 황망하던 그날, 새벽같이 달려와 서슬 퍼렇던 <비밀정보요원들>에게 자신들의 본분이 동사무소 직원과 다른 바 없는 <7급 주사보 공무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이도 다름 아닌 양심수후원회 감사이신 장경욱 변호사와 천낙붕 변호사였으며, 다음날 두렵고 놀란 가슴에 어쩔 줄 몰라하는 제 아내를 괜찮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다독여주며, 서울구치소로 같이 첫 면회를 온 이도 양심수후원회 이정태 운영위원이었습니다.

며칠 전, 서울에서 대구까지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2019년 마지막 접견을 하고 간 이도 양심수후원회 전(前) 사무국 일꾼이었고, 밝아오는 2020년 첫 접견을 예약한 이도 다른 사람이 아닌 양심수후원회 운영위원입니다.

양심수후원회가 있어 외롭지 않았고, 양심수후원회가 있어 두렵지 않았고, 양심수후원회가 있어 15척 담장 안에서도 위풍당당하고 여유만만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양심수후원회는 춥고 그늘진 0.75평 독거실을 따스한 온기로 덮혀주는 화사한 봄햇살이었고, 양심수후원회는 내가 살고 있는 징역이 내 개인의 것이 아니라 조국과 인민이 민족의 일꾼으로 스스로를 갈고닦으라는 귀하고 무거운 임무를 부여한 학교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죽비였으며, 양심수후원회는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진리의 길, 영광의 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길동무이고 동지였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양심수후원회 모든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밝아오는 새해에도 자주통일의 길에서 특색 있는 기여를 하기를 바랍니다.

2019. 12. 31
대구교도소에서 김경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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