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_김경용 항소심

2017.09.25 19:36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510

지난 614일 항소심 결심공판의 최후진술입니다.

석달 전 발언이긴 하지만 지금 한반도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격동적인 대사변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길 바라며 늦었지만 보내드립니다.

정리하면서 당초의 최후진술에 몇 군데 첨삭을 했음을 밝힙니다.

 

<최후진술>

 

1.

동작대교를 건너올 때 저는 가끔 상념에 젖곤 합니다. 동작대교는 대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폭 28.6m 길이 1,330m에 이르는 왕복 6차선의 큰 교량입니다.

그러나 이 대교는 한강을 건너 북단에 이르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1차선의 연결도로로 맥없이 끝나고 맙니다.

용산 미군기지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계 당시에는 용산기지를 가로질러 도심까지 연장하려 하였지만 미군의 반대로 지금과 같은 기형의 대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4.19의 청년학도들이 들었던 이 땅이 뉘땅인데 오도가도 못하느냐는 구호가 떠오르는 동작대교입니다.

 

동작대교의 앞길을 가로막은 용산기지에는 1882년 임오군란을 빌미로 청나라 군대가 들어온 때로부터 오늘까지 135년간 외국 군대가 진을 치고 있습니다. 1894년 청일전쟁으로 청나라 군대를 몰아낸 일제는 용산 일대 115만 평을 강탈하여 군사기지로 사용하였고 1945년 일제가 패망하자 이번에는 38선 이남을 점령한 미군이 그 땅에 들어왔습니다.

그 날로부터 장장 72년 간 용산기지에는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고 미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수도 한복판 넓은 땅에 자리한 그 곳은 오랜기간 외국군의 허락없이는 드나들 수 없는 빼앗긴 땅, 타국의 영토입니다.

 

정권은 있어도 실권이 없고, 군대는 있어도 통수권이 없고, 외국군이 가공할 무기를 들여와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는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실체입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현대판 식민지입니다.

 

조선 인민에게 고함

본관은 (...)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 및 조선 인민에 대한 군정을 펴면서 다음과 같은 점령에 관한 조건을 선포한다.

1조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 영토와 조선 인민에 대한 최고 통치권은 당분간 본관의 권한 하에 시행된다.

...

3(...) 점령군에 대한 반항행위 또는 공공의 안녕을 교란하는 행위를 감행하는 자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엄벌에 처할 것이다.

194597

태평양 방면 미 육군 총사령관

육군대장 더글러스 맥아더

 

1945년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하면서 발표한 포고 제1호입니다.

 

2.

미국 7,000, 러시아 7,290, 중국 260, 영국 215, 프랑스 300,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들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 보유수량입니다. 전세계 핵무기의 98%를 그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1,054, 러시아 715, 중국 47, 영국 88, 프랑스 2105개국의 핵시험 횟수입니다. 전 세계 핵시험의 99%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하였습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빌미로 북을 고립압살시켜 항복을 받아 내겠다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강대국의 후안무치한 오만과 독선입니다.

요즘 유행어로 빗대어 말하며 안보리 버전의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다름 아닙니다.

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최첨단 무기를 대국은 가져도 되고 그들로부터 핵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작은 나라는 가지면 안 된단 말입니까.

60년이 넘도록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으로부터 항시적으로 핵선제공격의 위협을 받고 있고, 해년마다 눈앞에서 핵무기를 동반한 침략전쟁연습이 벌어지고 있는 작은 나라가 자기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하여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마땅한 권리행사이며 제대로 정신이 박힌 국가와 인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자위적 조치입니다.

중동의 몇 나라를 비롯한 일부 나라들이 미국의 회유기만과 위협공갈에 무릎 꿇고 국방력 강화를 소홀히 하였다가 나중에는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침략세력에게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강탈당하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현실은 강력한 힘만이 자기 운명을 지킬 수 있다는 철의 진리를 명백히 실증해 주고 있습니다.

 

선핵폐기를 말하는 것은 사납게 달려드는 맹수무리 앞에서 사냥총을 내려놓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핵억제력이 없었다면 이 땅에서는 미국에 의해 전쟁이 나도 열백번도 더 났을 겁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미국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들과는 감히 전쟁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칼을 든 강도에게는 칼로 맞서야 합니다.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합니다.

 

<군사기술적 우세는 더는 제국주의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적들이 원자탄으로 우리를 위협공갈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습니다.>

 

20124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돐 기념 경축 열병식에서의 김정은 위원장의 기념사입니다.

 

3.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모든 불행과 고통의 근원은 외세의 지배와 간섭에 있습니다.

외세의 군사적 강점이 없었다면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남과 북이라는 말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동족끼리 서로 반목질시하고 대결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6.25와 같은 민족적 재난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외세가 삼천리 강토를 두동강 내지 않았다면 이미 우리 겨레는 서로 힘을 합쳐 통일된 조국에서 민족번영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을 겁니다.

외세의 침략에 맞서 내 나라, 내 땅을 지켜 자주적으로 싸워 온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우리 민족이 무엇 때문에 20세기에 이어 21세기까지 미군의 군홧발 아래 신음하는 굴욕을 당해야만 한단 말입니까.

이제는 외세강점의 치욕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습니다.

핵전쟁의 근원을 영영 가셔버리고 남과 북 온 겨레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하루빨리 이 땅에서 미군을 몰아내야 합니다.

외세와의 기나 긴 대결의 역사를 끝장내기로 선언한 우리 민족은 미국에게 최후선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항복할 것인가 군사적으로 항복할 것인가.

우리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을 존중하고 평화공존에로 근본적인 정책전환, 입장전환을 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250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역사를 뒤로 한 채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 지구 상에서 영영 사라질 것인가.

미국은 자기가 핵으로 위협하던 작은 나라에게 지금에 와서 거꾸로 핵으로 위협받고 있는 고달픈 신세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하루빨리 양단간에 선택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 민족은 그에 답할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대화에는 대화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똑바로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임의의 시각, 임의 장소에서 미국 땅 덩어리를 마음먹은 대로 두들겨 팰 수 있는 세계가 가져본 적이 없는 강위력한 최첨단 공격수단들이 다 있다. 미국은 우리가 치면 고스란히 맞아야 하고 들씌우면 그대로 불에 타 없어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와 맞선 미국에게 주어진 숙명적인 말로이다.>

 

작년 201636일에 발표한 북 외무성의 담화입니다.

 

4.

문재인 대통령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풍모와 그동안의 적폐를 하나씩 청산해 나가는 신선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저 또한 15척 담장 안에 갇혀 있는 몸이지만 매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신문을 받아들게 되고 텔레비전 뉴스를 기다리게 됩니다.

실로 오랜만에 힘없고 약한자들, 상처받은 자들을 따뜻이 안아주는 대통령, 국민의 손을 잡고 국민과 함께 가는 대통령을 만난 것 같아 가슴 뿌듯합니다. 촛불 민심의 준엄한 심판으로 탄생한 정권이니 퇴임하는 마지막 날까지 촛불의 염원을 대변하고 촛불과 함께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권의 문족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관점입니다.

반북대결의식이 몸에 밴 호전광들과 상전에 대한 맹목적인 굴종이 골수에 박힌 친미 사대분자들을 곁에 두고 대통령 자신도 미국의 비위나 맞추려 동족 간에 반목과 대결을 조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의 마름 역할에 출실했던 이전 정권들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요.

기나긴 외세와의 대결전이 종착점으로 다가가고 있는 눈앞의 현실은 문재인 정권에게 외세와 결별하고 민족의 편에 설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외세의 대리인으로 영영 남을 것인가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곧 운명이 다할 외세의존의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 있을 것이 아니라 영원히 녹슬지 않는 민족공조의 든든한 쇠줄을 잡고 온겨레의 염원인 자주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외세의존에서 외세배격으로!!

친미공조에서 민족공조로!!

동족대결에서 민족대단결로!!

촛불에서 통일로!!

 

여기에 문재인 정권의 성패가 걸려있고 촛불항쟁의 완성이 달려 있습니다.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197274일 온 민족 앞에 엄숙히 선언한 남북공동성명의 제1항입니다.

 

5.

신경림 시인의 시 한 편을 낭송하며 저의 최후진술을 마치겠습니다.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신경림

 

폭풍이 덤벼들어 뒤집어 놓기도 하고

짐승들이 들이닥쳐 오물로 흐려놓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푸르기만 하랴

산자락에 막혀 수없는 세월 제자리를 맴돌고

매몰찬 둑에 뎅겅 허리를 잘리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도도하기만 하랴

제 속에 수많은 사연과 수많은 아픔과

수많은 눈물을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이슬처럼 수정처럼 맑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니 세상에

마실 것도 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노래도 되고 얘기도 되면서

강물이 어찌 늘 고요하기만 하랴

자잘한 노여움과 하찮은 시새움에 휘말려

싸움과 죽음까지도 때로는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넓기만 하랴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의 힘을 빌려다 마을과 들판을

눈물로 쓸어버리기도 하는 강물이

제 몸까지 내던지며 하늘과

땅을 한바탕 뒤집어놓는 강물이

어찌 늘 편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유유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도도하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고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2017. 6. 14

김 경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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