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한상균님의 편지

2011.04.05 16:32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3013

안녕하십니까?
남은기간 지내야할 화성옥으로 온지 한달이 되어갑니다.
바로 도착보고를 드리지도 못했는데 소식지, 책자, 영치금에 힘내라는 편지까지 보내주시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피할수 없는 시련들, 올곳게 견디어 내면 현장복귀신념은 더욱 단단해진다는 격려까지 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몇일 전 재판이 있어 평택에 갔다 왔습니다.
 많은 동지들도 왔습니다. 천천히 소중한 동지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분노를 가슴에서 꺼내야할 동지들의 눈에는 슬픔만 가득했습니다.
동지들을 뒤로 하는 발걸음이 참으로 무겁습니다.
그해 여름 치열했던 공장 앞, 한 맺친 고인의 노제를 지냈던 곳을 스치는 순간 울컥하는 육신이 부끄럽기만 햇습니다.
한명도 두명도 아니고 열 멧 동지를 피눈물로 염을 해 정리해고 없는 하늘나라로 보내고 있는 동지들의 얼굴이 정상이면 그것이 비정상이겠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졸지에 고아로 만들고 떠난 아비의 심정은 동지들의 눈망울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4년 3개월을 함께 해준 당신, 고마웠어요.
돌백이 둘째랑 아빠를 찾는 큰애는 내가 잘 지킬께 야만의 세상에 미련두지말고 잘가라는 글을 남긴 우리 모두의 아내가 남긴 가슴으로 쓴 글에 이 사회는 무어라 답을 해야 하나요.

얼마나 더 죽여야 하나요.
가정을 파탄내는 손배가압류에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노숙자가 되어야 합니까?
노동부, 청와대는 알고나 있는지...
국격타령, 그 잘난 선진국 타령때문에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모른 채 하기로 했는가.
이런 국가라면 우리는 필요없다.
이런 국가권력은 총칼 독배조다 더 무서운 독재임이 분명하다.
이 봄, 희망의 기운이 강물처럼 흐르길 바라며 합장을 한다.
함께 가는 길이 희망의 길이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 그 길을 가다가 지친 동지들께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보내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2011년 3월 마지막 날 화성옥에서 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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