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 인권역사기행-서울 남산 일대의 역사기행 답사

2011.07.25 12:0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3048

남산은 북쪽의 북악, 동쪽의 낙산, 서쪽의 인왕산과 함께 서울의 중앙부를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內四山) 중의 하나로 풍수지리상 안산(案山) 겸 주작(朱雀)에 해당되는 중요한 산입니다. 그러나 조선왕조의 정신적 지주이며 군사적 요새지이고 선비정신의 상징이었던 남산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상징성이 훼손되었습니다.

1897년 일본 거류민들은 왜성대공원(倭城臺公園)을 조성하고, 이듬해 11월에는 이 공원에 남산대신궁(南山大神宮: 후의 京城神社)을 세웠다. 1905년에는 왜성대에 통감부를 설치하면서 일본공사관 건물에는 조선통감부가 들어섰다. 이것도 모자라 을미사변 당시 피살된 시위(侍衛) 연대장 홍계훈과 궁내부대신 이경식 그리고 군인들의 영령을 제사지내기 위해 1900년 9월 고종이 쌓은 제단인 장충단(獎忠壇)을 헐어내고, 1919년 항일의식의 상징인 이곳에 벚나무를 심어 일본식 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1925년 일제는 조선의 정신적 지주였던 국사당을 헐어 인왕산으로 옮기고 남산에는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인 아마테라스 오미가미(天照大神)와 메이지천황(明治天皇)을 모시는 조선신궁을 세웠습니다. 1939년에는 신궁입구에 황국신민서사(皇國臣民誓詞)의 탑을 세워 조선인에게 천황에 대한 충성서약을 강요했습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 새벽녘에 내린 소나기로 더위가 주춤거리는 오후였습니다. 안희숙 선생님을 필두로 장기수 어르신들이 도착하였고  회원분들도 종종걸음으로 약속장소에 나타났습니다. 오신 분들 순서대로 형형색색의 부채와 답사 자료집을 나눠드리니 다들 좋아하는 모습니다.

한상권 회장님이 첫번째 답사 코스인 남산골 한옥마을의 천우각이라는 정자에서 남산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계십니다. 일본은 명성황후 살해사건으로 시작된 을미의병으로부터 서울-부산간 군용 전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1896년 대구에 처음 헌병부대를 주둔시킵니다. 그 다음에는 전국적으로 확대된 의병활동을 진압하고 대한제국 황실 보호를 내세우며 결국 서울 중심부인 남산에 터를 잡아 조선헌병대 사령부를 세웁니다. 조선헌병대는 1910년 8월 29일 "일한 병합 조약"을 공포할 때에도 무력  시위의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해방 후인 1962년 오늘날의 수도방위사령부의 전신인 수도경비사령부가 들어섰고, 1989년 수도방위사령부가 남태령으로 이전하면서 남산골 한옥마을로 조성되었습니다.



남산 한옥마을내에 있던 비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한글운동에 앞장서 '조선어학회' 활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4.19 의거 때는 지식인의 대열에 서서 독재에 맞섰던 이희승 선생은  「딸깍발이」라는 수필에서, 현실적으로는 불우한 생활을 하면서도 정신적으로는 고고한 기상을 잃지 않는 딸깍발이의 선비정신을 자신의 수필에서 높게 평가했습니다.
 
“현대인은 너무 약다. 전체를 위하여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 자기 본위로만 약다. 백년대계를 위하여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 코앞의 일에만 아름아름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현명하다. 염결(廉潔)에 밝은 것이 아니라 극단의 이기주의에 밝다. 이것은 실상은 현명한 것이 아니요 우매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제 꾀에 제가 빠져서 속아 넘어갈 운명이라고나 할까. 우리 현대인도 '딸깍발이'의 정신을 좀 배우자. 첫째 그 의기를 배울 것이요, 둘째 그 강직을 배우자. 그 지나치게 청렴한 미덕은 오히려 분간을 하여가며 배워야 할 것이다.”



장소를 옮겨 일본공사관, 조선통감‧총독관저 터(문학의집)로 이동했습니다.
이 곳은 일본공사관, 한국통감 관저, 조선총독 관저로 용도를 달리하지만 가장 먼저 터를 잡은 것은 갑신정변 이후 들어선 일본공사관입니다. 1905년 외교권이 일본에 넘어가면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담당하는 통감부가 생기면서 이곳은 통감 관저로 사용된다. 바로 이곳에서 이완용-데라우치 간에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조약 체결이후 한국통감부는 조선총독부로 바뀌면서 이곳 역시 통감 관저에서 총독 관저로 위상이 변화되었습니다.



시원한 물 한잔과 부채로 여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강요에 의해 '병합조약'이 조인된 100년만에 '경술국치'현장임을 알리는 표석을 민족문제연구소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니며, 국민정서상 반감이 있는 경향이 강하므로 <경술국치>표석 설치는 제고해야 한다며 표석 설치에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그 치욕의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 있기를 기원하며.



그늘로 자리를 옮겨 한상권 회장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한일병합' 100주년과 관련하여 황제권의 소멸이 민권의 출발이라는 내용을 담은 1917년 발표된 대동단결의 선언 소개와 병합과 관련된 세가지 입장  즉 합법유효론(일본 극우파와 한국 뉴라이트), 합법부당론(일본정부의 공식 입장), 불법무효론(한국과 일본의 비판적인 지식인)세가지를 소개하고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할 우리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마지막 답사 코스인 한국통감부, 조선총독부 터(서울 애니메이션센터) 앞에 섰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장악한 일제는 광화문에 있던 대한제국 외부청사에 한국통감부를 임시로 개설했다가 1907년 이곳에 통감부 건물을 완공합니다. 1910년 10월 1일 한국통감부는 조선총독부가 되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돔 모양의 조선총독부가 1926년 경복궁 안에 새로 지어질 때 까지 남산에 약 16년 동안 조선총독부가 존속하게 됩니다. 서울 애니메이션 건물 앞쪽 길가에 서 있는 "통감부 터 표지석"에는 통감으로 하세가와, 이토가 부임했다고 잘못 적혀 있습니다. 하세가와(長谷川好道, 1850~1924년)는 조선주차군 사령관과 제2대 조선 총독을 역임했으며, 통감으로 임명받은 적은 없고 임시 통감대리를 지냈다. 제1대 통감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년), 제2대는 소네 아라스케(曾禰荒助, 1849~1910년), 제3대는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 1852~1919년)입니다.

짧은 거리이지만 한낮더위에 답사를 다니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며 당신의 지식에 대해 나눠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구요. 한상권 회장님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 후, 남산버스를 타고 내려와 동대후문근처 음식점에서 닭한마리로 뒷풀이를 하고 오늘의 강좌를 마무리했습니다. 참, 회장님이 한턱 쏘신거예요. 어르신들 무더위 잘 보내시라구요.  

*8월은 월례강좌가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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