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한 생명․평화축제 ‘두번째 마당’이 10월 1일로 잡혀 있었다. 전국대책회의측에서는 10월초의 연휴 때문에 비행기표가 매진됐다며 서울에서의 평화비행기는 포기한 상태였고, 제주도에서만 ‘평화버스’가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참가할 단체나 개인은 제주에 가는 방법을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민가협 양심수후원회는 9월 운영위원회에서 행사 참가를 결의했고, 희망자 모집공고를 했다. 9월 23일 비행기 예매때까지 신청자는 없었다. 지난 7월 2일 시민행동의 날에는 김래곤 회원이 함께 갔었는데 이번엔 나 혼자가게 되었다. 이번 행사에 꼭 가야할 또 다른 이유로 지난 8월 25일과 9월 2일에 걸쳐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김종일 평통사 현장팀당 등 7명이 부당하게 구속돼있어 이들 양심수들 면회를 해야할 후원회의 고유한 임무가 있었다.

김포공항을 떠난 ‘이스타항공’의 ZE213호기는 한시간을 날아 12시 30분에 제주항공에 도착했다. 출구밖에 고성화선생님과 제주에 살고 있는 양심수후원회 고재형 회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전화연락이 있어 공항에 나오신 것이다. 우리는 곧바로 떠나지 않고 5분후에 ‘티웨이’로 도착할 명진스님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고재형 회원님의 승용차로 일행이 된 네 사람은 시내 어느 예약된 쌈밥집으로 이동했다. 식당엔 문용철 회원님과 박용배님이 미리와 있었고 곧이어 통일활동가 김택진님이 도착했다.

*왼쪽으로부터 군오헌 명예회장, 명진스님, 고성화 선생님, 통일활동가 김택진님, 후원회원 고제형님, 후원회원 문용철님.

사실은 9월달(음력 8월)에 고성화선생님 생신날이 있었기에, 96회 생신을 맞아 제주도에 거주하는 양심수후원회 회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나누려 했었다. 제주 막걸리로 선생님 96세 생신을 축하드리고 만수무강을 비는 축배를 했다. 선생님께선 아침 일찍 제주도 우도에서 배로 나오시어 공항까지 마중와 주셨다. 그만큼 건강은 나쁘지 않으셨다. 비전향장기수로 남쪽에 계신 민족민주진영의 맨 웃어른이시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회원들은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처음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웠다. 선생님과의 생신식사 말씀을 들였더니 쾌히 승낙하시고 식당예약을 해주셨으며 미쳐 한발늦어 식대까지 문용철 회원님이 내 주셨다. 미안하고 감사했다.

문용철, 박용배, 김택진님은 제주에서 있을 여러 행사 관계로 각기 떠났고, 고성화 선생님과 명진스님, 나는 고재형 회원님 승용차로 제주교도소를 찾았다. 오늘 오후 3시에 평통사 박석분 회원팀장을 만나 함께 김종일 팀장을 면회하기로 약속돼있었다. 강동균 마을회장 등 다른 양심수들은 오늘 재판이 있어 출정중이었다. 고성화선생님께서는 김종일 팀장에게 영치금을 넣어주라며 금일봉을 주시고 고재형 회원님 차로 떠나셨다.

김종일팀장은 건강해 보였고, 해군기지 건설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내일 저녁에 있을 생명평화축제와 해군기지 항만설계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최근 연구발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1년이 다 되게 강정에 머물면서 해군기지 건설 저지에 온갖 헌신을 다하다 구속되었다. 지난 9월 2일 강정천집회가 불허되자 이에 항의하는 이의신청(행정소송)을 하러 법원에 들렸다가 뒤따라 온 경찰의 야비한 행패로 체포되어 구속․기소된 것이다.

면회를 마치고 세 사람은 박석분 팀장이 몰고 온 승용차로 서귀포로 떠났다. 이름은 역겹지만 경관이 뛰어난 5.16도로(동측횡단로)를 이용하였다. 가는 길 주변에는 개월오름(711m), 괴평이 오름(784m), 동수악(682m), 논고악(841m)같은 오름이 있었지만 울창한 숲 때문에 오름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성판악 휴게소 수익계곡, 돈내코 유원지를 지나 곧장 서귀포 경찰서로 들어갔다. 문정현 신부님을 면회하기 위해서였다.

문정현 신부님과 예수회 이영찬 신부님, 박도현 수사님이 조사실에 대기상태로 계셨다. 오늘 오전 해군기지 건설현정 정문 앞에서 매일 그러했듯이 미사를 드리고 있던 중, 분명한 방해성 공사차량이 자꾸 드나들고 있어 이를 항의했던 이영찬 신부님이 부당하게 강제연행되었고 이를 항의했던 문정현 신부님과 박도현 신부님도 잇달아 서귀포서로 연행돼 오신 것이다. 서귀포 경찰서에는 유치장이 없어 제주 동부경찰서로 이송 될것이라고 했다. 생명평화를 위한 종교행사를 방해하고 이를 항의했다 하여 사제들을 강제연행하는 야만행패를 또 보게 된 것이다. 

검찰총장이란 자가 취임사에서 이른바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선포’가 있었고, 경찰청장은 강정마을 시위 진압을 제대로 못했다해서 서귀포 경찰서장을 갈아치우는 등, 공안기구 우두머리들이 망발과 인사 파행을 자행하고 있으니 일선에 배치된 경찰들에 그 무른 평화나 생명이나 인권개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니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정권 자체의 대외예속과 파쇼적 군사문화에 흠뻑 배어 있기 때문이다.

사제들을 뒤로 하고 강정마을에 도착했다. 구럼비로 가는 코사마트 네거리 한 쪽 공간은 해군기지 건설저지를 위한 활동 공간이 되고 있었다. 마을 어린이들이 내일 저녁에 있을 문화제 여는 마당을 위한 ‘바위처럼’의 노래와 몸짓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몇집 건어 이곳 평화활동가들의 집무실에는 심한 몸살감기로 수척해진 양윤모 영화감독이 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또 다시 수염은 많이 자랐고 얼굴은 자외선에 검붉게 태워져 있었다. 평통사에서 얻어 놓고 있는 민박집 206호에 짐을 풀고 구럼비로 떠난다. 물론, 명진스님과 늘 동행이 된다. 경찰들이 무더기 무더기로 길가에 배치돼 있다. 강정포구로 가는 길에서 구럼비로 꺽어지는 입구는 마치 검문소 초소가 되어 경찰들이 들고 나오는 사람을 경계하고 있다.

입구에서 150m쯤 되는 농로 삼거리까지 밖에 갈수가 없었다. 해군과 건설업체들이 지난 8월 구럼비로 가는 길을 막고 그 역겨운 펜스(울타리)를 쳐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곳 농로3거리는 해군기지건설저지의 최전방이 되고 있다. 망루가 세워졌고 숙식을 하는 몇 개 천막이 이 전방 기지를 지키고 있는 듯 싶었다. 그 전방 사령관이 현애자 민주노동당 제주도위원장(전 국회의원)이다. 오랜 쇠사슬 농성으로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기지백지화를 위한 강한 집념은 여전하다. 미안한 마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최성희 평화활동가를 다시 만났다. 감옥에서 풀려나와 (집행유예) 계속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반가웠다. 한국진보연대 안지중 사무처장이 조금 전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다시 강정포구로 갔다. 내일 밤 문화제가 열릴 곳이다. 포구로 가는 왼쪽은 높은 펜스가 설치돼 있고 그 희붉은 바탕에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방문자들의 대자보가 이어지고 있다. 해안가 펜스가 끝나는 것으로 내려가 방파제 쪽으로 간다. 구럼비가 가까이 보였다. 수만년 이 해안을 지켜온 구럼비 바위들이 잔인하게 파손돼 있었다. 저 멀리 범섬만이 이 난폭한 인간의 야만행패를 슬퍼하며 말없이 파도에 부딪치고 있었다. 초병을 섰던 경찰이 달려온다. 이곳을 들어오면 안된다는 뜻이다. 그에게 말했다. ‘당신도 제주도 출신인가. 경찰이기전에 제주도를 아끼고 자연유산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저 야만행위를 고발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의 표정은 공명한다는 모습이었다.






저녁 8시부터는 코사마트 네거리 주민활동공간에서 명진스님이 주관하는 법회가 봉행되고 있었다. 강정마을 불교신자들과 평화활동가 등 40여명이 함께 했다. 마을 불자대표 윤정용님 사회로 삼귀의(三歸依-불(佛)·법(法)·승(僧)의 삼보(三寶)에 귀의하는 일)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스님께 법문(法門)을 청하는 청법가와 함께 큰 절을 세 번한다. 이어 명진스님께서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내용의 법문이 진행된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약한 것같지만, 불심으로 무장하여 살아 있는 부처가 되도록 노력하면 저 포악한 무법자(공권력)를 물리치고 생명․평화를 빼앗으려는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요지로 법문을 마치다.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여 불도를 익히고 깨달음을 이루어 감사하는 사홍서원으로 법회를 마치다.


평통사에서 장기간 빌린 민박집은, 내가 강정에 올 때마다 머문 곳이다. 206호실엔 우리 두사람 말고 평통사의 배종렬 상임공동대표와 전 목포대 교수였던 서창호 평통사 공동대표가 법회시간에 도착해 네 사람이 한방을 쓰게 되었다. 배종렬 의장님등은 오늘 낮에 있었던 강동균 마을회장 등 공판을 지켜보고 온 것이다. 네 사람은 다 잘 아는 사이이고, 나를 뺀 세 분은 모두 평통사 지도부들이다. 늦은 밤시간까지의 화제는 오늘 있었던 범야권 서울시장 통합후보 단일화를 위한 토론회 소식이었다. 결국 배심원 투표에서 박원순 후보가 박영선 후보와 최규엽 후보를 누르고 54.4%로 앞선 것으로 확인한 뒤 잠자리에 들다.


10월 1일 세찬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잠을 깨다. 이 민박집의 4층 옥상은 근처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다. 동쪽 바다 위로 붉게 솟아오르는 아침해를 사진에 담았다. 아침식사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강정천 답사를 제안했더니 세분 모두 동의한다. 네 사람이 나섰다. 해군기지 건설본부 정문에 이르러 이 안에를 좀 들어가겠다고 해본다. 경비아저씨 왈, ‘정말 안됩니다’며 펄쩍 띈다. 어제 이곳에서 문정현 신부님들이 강제 연행된 곳이다. 강정천 길 따라 기지건설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강정천은 풍부한 량의 맑은 물이 한라산에서부터 흘러오고 있다. 제주도에서 마르지 않고 있는 거의 유일한 ‘일강정’이기도 하다. 해안에 이르러 현무암덩어리를 밟으며 바닷물이 검품을 일으키는 곳까지 간다. 구럼비쪽으로는 철조망이 바다에까지 꼴사납게 설치돼 있다. 어제께는 서쪽에 본 구럼비였고, 오늘은 동쪽에서 구럼비를 본다. 훼손된 것을 사진에 담았다. 범섬도 담았다. 저들은 이 해안과 이 바다밑까지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고 이곳에 자라고 있는 생명들을 죽이려 하는 것이다. 아직은 맑은 강정천과 푸른 바다, 바다 밑의 천연기념물연산호, 붉은발말동게가 살아있지만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그 모든 것이 죽어갈 것이다. 그 야만 행위를 막아내야 한다.

8시가 좀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평통사 회원들이 준비한 아침상은 푸짐했다. 고기미역국에 고등어 구이, 김, 맛있는 배추김치까지 참으로 만찬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제주교도소에 가서 양심수 면회를 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해군기지저지관련 7명의 양심수가 있으니, 절반은 면회를 할 수 있다는 확률(?)에 근거해서 였다. 모두 동의했고, 박석분 팀장은 승용차와 운전할 활동가까지 보내줬다. 그리고 우리 일행(네 사람)은 서부산업도로를 이용, 교도소로 떠났다. 깊어가는 가을 하늘엔 높은 구름이 떠있다. 남쪽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조차 구름아래 낮은 자세로 서 있는 모습니다. 한라산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인 것도 강정마을 세 번 찾은 중 처음이다.

교도소에 도착하여 우선 강동균 회장이 오늘 접견예약이 되었는지 알아본다. 문중에서 특별히 면회를 할 것이란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접수처에서는 그러한 예약이 없었다고 알려준다. 마을회관으로 전화를 해 보았다. 오늘 강회장님 면회는 없다는 대답이었다. 명진스님과 나는 강동균회장 접견신청을 했다. 서창호 교수는 김종일 팀장을, 배종렬 의장은 김종환님을 각기 신청했다. 명진스님과 내가 민원접수실에서 신청서 확인을 받아 면회실로 가고 있는데 마을회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문중에서 오늘 오후 면회를 온다는 소식이다. 아쉽지만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고유기 도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예약이 되어 있었고, 김동원님은 면회를 한 상태였다. 홍기룡 집행위원장과 김미량님 두분을 명진스님과 나누어 신청을 했다. 그리고 면회실로 가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홍기룡 집행위원장도 오후 예약이 되어 있다고 접수부에서 뒤늦게 말하지 않는가! 그래서 스님과 함께 김미량님을 면회했다. 김미량님은 양심수후원회에서 보내준 ‘후원회 소식’을 받아보았다며 반가워한다. 아주 후덕해 보이는 여성활동가로 건강해 보였다. 현장에서 온갖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 헌신하다가 구속되었다는 예비지식으로 처음 만나게 된것이다. 강동균 회장님이 어제 공판이 있었고 보석신청을 한 것과 문정현 신부님들 연행소식도 전해줬다. 김미량님은 너그럽고 여유만만한 모습이다. 강정마을의 생명․평화에 대한 신심도 대단했다. 아쉬운 면회시간을 마치고 민원실에 와서 강동균 회장에게 편지를 썼다. 어제, 오늘 기회를 얻지 못해 뵙지못한 미안함을 말씀드렸다.

다시, 강정마을로 돌아왔다. 코사마트 네거리 현장에서는 오늘 도착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학생들이 강정마을회 강동균회장 등 구속 양심수 석방 요구 서명을 받고 있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그 누구보다 동지감을 갖게 한다. 양심수 석방운동하는 동지적 연대의식이다. 당연히 서명을 한다, 학생들은 서울에서 기자회견 때 나를 보았다며 아는 체를 한다. 그리고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를 팔고 있다. 제주 작가회의와 놀이패 ‘한라산’회원인 시인 김경훈님 글과 1997년 ‘레드헌트’라는 작품으로 제주 4.3항쟁 이면에 감춰진 현대사 모순을 그린, 이 영화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생활을 한 바 있는 영화감독 조성봉님의 사진 작품이 실린 책이다.

7시에 있을 생명평화축제가 있기 전 이 같은 강정 곳곳에서의 각기 다른 ‘부스’를 차려 활동을 하고 있었다. 네 사람은 끝없이 이어진 경찰차량이 세워진 강정포구 길을 간다. 포구엔 조명시설을 포함한 무대가 세워져 있고 오늘 출연팀들의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넓은 마당 곳곳엔 ‘페이스 페이팅’, ‘붉운발말똥게 만들기’, ‘티셔츠 판매대’등 부스가 설치돼 있고 마당 한가운데서는 ‘평화 손바닥 찍기’가 진행되고 있다. 큼직한 펼침막에 강정마을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그곳엔 페이팅한 손바닥을 찍고 글을 쓰는 것이다. 네 사람도 이 행사에 함께 했다. 나는 손바닥 세 개를 찍고 ‘해군기지 백지화하라 양심수후원회 ooo’이라고 썼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조금 전 한대련 학생들이 팔고 있던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작가인 김경훈 시인이 서명을 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아까 산 책에 시인의 서명도 받고 인사도 나누었다.





다시 포구의 방파제로 간다. ‘해군기지 결사 반대’라고 쓴 노란 깃발이 줄지어 세워져있다. 사진에 담았다. 구럼비를 파손시킨 포크레인도 찍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와 그의 부군 김삼석 평화통일활동가를 만났다. 반가웠다.

오늘 강정에는 서울청 기동대 4개중대, 경기청 여경기동대 2개 제대, 광주청 3개중대 등 육지에서 700여 경찰병력이 충원되었다고 한다. 제주도경 산하 경찰까지 합치면 문화제 참가자 보다 훨씬 많은 경찰이 생명․평화축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각종 진압 장비 가운데는 물대포차로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기저기 떼지어 앉아 있거나 대열지어 이동하는 맹목적으로 동원된 허수아비처럼 보였다. 그에 비해 행사참가자들은 생명․평화에 대한 낙관과 신념과 집념에 몸에 밴 확신자들이었다. 주민들도, 노동자들도, 학생들도, 어린이와 함께 온 주부들, 평화운동단체 회원들, 모두 자랑스런 사회정의를 위해 양심의 부름으로 온 사람들이었다.

오후 7시가 조금 지나 구럼비 살리기 전국시민행동 주최로 해군기지백지화를 위한 생명․평화문화제 ‘울지마, 구럼비! 힘내라 강정!’이 강정 어린이들의 춤과 노래로 막을 열었다. 풍물패의 ‘길트기놀이’와 함께 사전 행사이기도 했다. 본 행사는 강정마을 주민 윤병용씨 사회로 시작되었다. 대금 연주에 대북, 장고, 꽹과리 등 우리가락 장단에 1,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어깨 춤으로 화답한다. 그리고 뉴욕에서 노엄 촘스키 교수를 만나 강정 소식을 전했던 고길천 화백이 미국 강연성금을 조경철 마을회 부회장에 전달하는 시간과 강동균 회장의 옥중메세지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진다. 강동균 회장은 “우리는 아름다운 강정을 지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며 “전국 전 세계의 관심이 강정마을로 향하고 있는 만큼,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명철 부회장은 7인의 옥중 동지들 이름을 다 부르며 “당신들이 무슨 죄로 감옥에 끌려 갔는지 우리는 모른다”며 “당신들에게 죄가 있다면 오로지 강정마을을 사랑한 죄, 중덕 구럼비 바다를 사랑한 죄, 생명과 평화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는 위로 편지를 낭독했다. 이어 강유나의 트럼펫 연주, 강정 어린이들의 ‘고향의 봄’ 노래, 노래패 ‘모나정’의 ‘바위처럼’과 ‘감수광’을 개사곡으로 열창했다. 무대 앞 마당에서 ‘봉산탈춤’이 진행되며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풍자하고 있었다. 제주민예총 음악위원회 소속 ‘원’,  ‘적적해서 그런지’,  ‘무키무키만만수’, ‘천에사십(1,000/40)’, ‘현희순과 가향판소리 마당’등 공연이 이어졌다. 또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들이 펼침막을 들고 나와 ‘강정마을 연대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낮부터 ‘한진중공업 4대 의혹 국정조사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마지막순서로 해군기지건설저지 주민대책위 고권일 위원장과 전국대책회의 이태호집행위원장 등이 평화기원선언문을 낭독했고, 100여개의 평화를 염원하는 풍등을 하늘높이 날려 보내 장관을 이루었다. 이렇게 1부 행사를 마치고 뒤이어 ‘밤샘영화제’, ‘구럼비난장’이 진행되었다.



이날밤 생명․평화 축전에는 제주도 출신 민주당 소속 김재윤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곽정숙 의원, 참여한국당 공정경 대표 등 정치인들도 함께 했고 사회단체로는 배종렬 평통사 상임대표, 서창호 공동대표, 명진 스님, 한일평화연대 이수갑 선생이 일본에서 온 이다쿠라 히로미 씨 등 평화활동가 들과 함께 앞 자리에 있엇고 내 옆자리엔 오늘 면회를 하려다 예약 때문에 못한 고유기 제주도 대책위 집행위원장 부인이 따님과 같이 있어 인사를 나누었다. 또한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이며 해양문화연구원장이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처럼 강정포구에서의 생명․평화 축전은 1,200여 참가자들의 구럼비를 살리고 강정마을에 평화를 되돌리려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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