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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총파업과 확산되는 점거파업의 물결

2009.06.21 22:0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5462

 

[기고] 양보의 세월을 넘고 안팎의 교란에 흔들림 없이

원영수(진보평론)  / 2009년06월18일 19시25분

72년전-1936년 겨울 미국

지금으로부터 72년 전인 1936년 겨울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옆 플린트시. 미국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파업이 벌어졌다. 그동안 조직되지 못했던 자동차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승인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이 공장 밖으로 나와서 파업파괴자들(scabs)이 공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는 피켓라인을 세우는 파업들과는 달리 이번 파업에서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했다.

1937년 겨울 플린트 노동자들은 사용자와 공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GM 자본에 맞선 점거파업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승리를 통해 점거파업의 물결은 이어졌고,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낡은 미국노총(AFL)의 직능별 조합주의를 넘어서는 산별노조운동의 상징이자 중심이 되었고, 새로운 노총 산별노조회의(CIO)는 미국노동운동의 진보진영을 대변하게 되었다.

그러나 점거파업의 물결에 당황한 루스벨트 정부는 결국 점거파업을 불법화했다. 그 이후 점거파업은 자본의 사적 소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철저하게 금지 당했고,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적어도 미국 땅에서는.

▲  플린트 점거파업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반세기 동안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주물렀던 공룡기업 GM이 경영위기에 들어가면서 GM자본과 자동차노조 간의 밀월시대 끝났다. 1980년대 이후 노동조합은 아래로부터 현장조합원들의 열망과 무관하게 양보교섭으로 일관했다. 거의 30년에 걸친 양보의 결과는 무엇인가? 한때 70만 명을 육박했던 GM 조합원은 10만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2008-09년 파산의 위기에 몰려서도 GM은 노조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으며, 자동차 노조 역시 현장조합원들의 분노를 무시한 채 양보교섭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통해 노동자들을 지키는 조직이 아니라,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노동귀족들의 관료조직에 불과하다. 이런 자동차노조에 대해 아래로부터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려는 노조민주화 투쟁은 끊이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미국노조에 통합되어 있었던 캐나다의 지부들은 1985년 양보교섭을 거부하고 전미자동차노조로부터 탈퇴하여 독자적인 캐나다 자동차노조(CAW)를 결성했다. 비록 최근에 캐나다 자동차노조 역시 양보교섭의 덧에 빠졌지만, 지난 20여 년간 CAW는 점거투쟁을 불사하는 전투적인 민주노조로서 캐나다의 노동운동을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리고 지금

2008-09년 파산의 위기에 처한 GM의 실패는 미국 자동차자본의 부실경영 때문이며, GM을 포함한 자동차 ‘빅3’의의 몰락은 미국 자본주의의 몰락을 상징한다. 자본과 언론은 강성노조를 파산의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자동차노조는 양보교섭을 통해 자본에 협력해 온 사실상의 어용노조였다. 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의료보험 및 연금의 재정부담이 아니라 전 국민 의료보험과 연금체계가 없는 미국의 사적 복지제도다.

문제는 정부의 판단이다. 한줌에 불과한 자본의 편에 설 것인가? 다수의 노동자-민중의 편에 설 것인가? 그러나 진보적 정권임을 내세우는 오바마 정권도 구조조정과 공적자금을 연계하는 고전적인 반노동자 정책을 전혀 수정하지 않고 있다.

무책임한 경영진과 자본에 맞서 미국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GM을 국유화하라! 파산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는 대신에 막대한 생산시설을 활용하여 현재의 비경제적 차량이 아니라 환경친화적 대중교통수단과 다양한 대체에너지 수단을 생산하는 시설로 전환하라! 이미 2차대전 당시 자동차 생산시설을 군수용 시설로 전환 시킨 바 있고, 이번에는 환경친화적,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통제하는 환경친화적 생산단위로 전환할 수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대안은 있다!

▲  플린트 점거파업

전 세계는 지금 점거파업 중!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 공세 아래서 노동조합은 직접적 공격의 주요한 타겟이었다. 1970년대 아래로부터 파업과 투쟁을 통해 형성된 투쟁력은 연이은 양보교섭으로 무력화되었고, 노동조합운동은 대안 없이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회복되는 노동운동의 투쟁력(1995년 프랑스 연금개악저지 파업과 1996-97년 한국의 총파업)을 통해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서서히 구축해 왔다.

그리고 2008-09년 경제위기에서 노동자들의 대응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30년의 후퇴와 패배를 겪고 나서, 신자유주의의 계급성과 기만성을 체득한 노동자들이 자본에 맞서서, 동요하는 노동조합을 넘어서는 거센 저항을 시작했다. 최근 몇 개월간 점거파업과 총파업의 물결이 휘청거리는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노동조합의 무풍지대인 미국에서 작년 12월 리퍼블릭 윈도우 & 도어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항의하여 수 십 년 만에 점거파업에 들어갔고, 승리를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비스티온과 프리즘 패키징, 아일랜드 워터포드 크리스탈 등에서도 점거파업을 감행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투쟁들이 점거파업의 무풍지대에서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30년간 패배와 후퇴의 시기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 흐름과 분리되어 전개되었던 한국의 민주노조운동 역시 이제 신자유주의, 아니 자본주의에 대한 공동투쟁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공황초입 국면에서 등장한 전투적 노동자투쟁의 큰 흐름에서 쌍용자동차 투쟁 역시 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점거파업, 공장을 넘어 사회로! 국경을 넘어!

지난 5월 21일 전면 파업으로 시작된 쌍용자동차 점거파업은 97-98년의 경제위기시 파업투쟁의 맥을 이어 경제위기에 대한 정면으로 맞선 투쟁으로 시작되었다. 정부의 책임회피와 자본과 경영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옥쇄파업으로 정세를 돌파하고 있다.

양보교섭은 결코 안 된다! GM을 포함한 미국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무엇을 보여주는가? 양보교섭은 대안이 아니다. 한 번의 양보는 더 많은 양보를 낳을 뿐이다. 무능력하고 부패한 경영진과 자본은 노동자를 죽이고 결국 자신마저 죽이기 마련이다. 국제적으로 자동차산업에서 노동비용은 10% 이하이며, 노동자의 책임은 1%도 되지 않음에도, 90% 이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 정리해고 안에 어떻게 동의할 수 있단 말인가?

설사 오늘 정리해고의 광풍에서 살아남는다고 그들에게 미래가 있겠는가? 해고의 칼날 앞에 살인적인 노동강도 강화, 가능한 최대수준의 임금인하와 노동조건 악화 등 노예적 삶만이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의 강고한 파오대오에 밀려난 관리자들과 경영진의 무소불위 권력이 현장에 복귀할 것이며, 고개 숙인 노동자들은 파리 목숨일 뿐이다.

현실성을 빌미로 한 대안은 기만이다. 국유화와 사회적 통제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대안이다. 그리고 대안을 현실화하는 것은 논리적 설득력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과 단결, 연대의 힘이다. 노동자들의 단결만이 살 길이다.

쌍용자동차는 이미 쌍용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의 문제이자, 한국경제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해결의 길은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사안의 성격에 걸맞게 확장시키는 것이다. 지역사회 전체로, 한국 사회 전체로, 더 나아가 전 세계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투쟁전선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87년대 투쟁 이후 이 땅의 노동자들이 숱한 열사의 죽음을 딛고 산별노조를 건설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산별노조의 존재의미가 무엇인가? 지금은 총체적 위기에 빠졌지만, 민주노조 총 단결의 상징이었던 민주노총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이른바 진보정당의 존재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들의 존재이유는 전 계급적 대리전의 중심에 선 쌍용자동차투쟁을 전 계급적 투쟁으로, 전국적 전선으로 확장하는 것 외에 무엇이라 말인가?

오랜 패배와 양보의 세월을 넘어 점거투쟁의 물결이 확인해주는 진실은 진정한 대안은 노동자들의 투쟁과 단결이 승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안팎의 교란에 흔들림 없이 자본과 국가를 압박하여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 노동자들은 자신의 직장과 삶을 지킬 수 있고, 위기를 넘어 노동자가 자신의 삶과 전사회의 주인이 되는 노동해방의 공간을 열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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