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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태 지회장 장례식] 숨진 지 52일만에…망월동에 묻혀

2009.06.21 22:47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5382

눈물, 한숨, 담배연기로 떠나보내며
                                                                                                                                   레디앙 이은영기자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던 그의 마지막 고백이 메아리 되어 돌아왔다.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을 떠나보내는 날, 그의 동지들은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고 외치며 눈물로 고백했다.

일부 거리 시민들도 눈물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소중한 동지 하나도 지켜내지 못했던 못난 사람들인 우리가 그래도 사랑스럽더이까”라며 “혼자 걷기엔 너무나 멀고 시린 그 길로 동지를 떠나보내는 우리 모두는 죄인”이라고 말했다.

   
  ▲ 고 박종태 지회장의 모습.

20일, 고 박종태 지회장의 장례식이 그가 숨진 지 52일 만에 치러졌다. 제사 의례에 다르면 49재도 이미 지난 시점이다. 오전 9시 발인제가 열린 대전 중앙병원에는 이제는 떠나 보내야 한다는 슬픔에 그의 영정 앞에 머리 숙인 유족과 동지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고 박 지회장의 아내 하수진 씨는 끝내 그의 영정 앞에 쓰러져 오열했다. 시신을 담은 관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어느 화물연대 조합원은 “형”이라 부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장례식은 발인제를 시작으로 가두행진과 대한통운 앞 영결식으로 이어졌다.

대형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까지 이동하는 동안 많은 대전 시민은 거리로 나와 슬픔을 함께 했다. “대전 시민 여러분, 대한통운과 정부, 경찰은 노동자로 살고 싶어 하는 그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폭도도, 경찰과 싸우려는 싸움닭도 아닙니다. 그 동안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방송에 시민들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한 30대 여성은 운구행렬에 대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싸우다 돌아가신 아저씨가 이제 땅속으로 들어가신대”라며 어린 자녀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50대 남성은 “이제라도 장례를 치러 다행이지. 죽은 사람만 불쌍해”하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전국노동자장 엄수

‘고 박종태 열사 장례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영결식은 ‘전국노동자장’으로 엄수됐다.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마당을 가득 메운 추모 인파는 고인의 넋을 기리며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운수노조 김종인 위원장은 “오늘 만큼은 그 동안 유보해 놨던 슬픔을 마음껏 표출하자”고 말했다.

   
  ▲ 고 박종태 지회장의 영정과 시신이 담긴 관이 대전중앙병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고 마지막 고백을 했던 고 박종태 지회장의 영결식이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마당에서 열렸다.(사진=이은영 기자)

“여기 또 한 사람이 갑니다. 살고 싶었으나 열 살, 여덟 살 난 새끼들 끼고 남들처럼 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던 한 사람이 갑니다. 동지들을 져버릴 수 없었던 엄청난 죄를 짓고 한 사람이 갑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추도사를 통해 “78명이나 되는 생목숨이 해고당했는데 1인 시위마저 철저하게 가로막힌 그 절망의 별을 죽어서야 훨훨 넘어선 한 사람이 간다”며 “평범하게 살기가 가장 힘든 나라에서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동지가 이제 영영 간다”며 오열했다.

눈물로, 한숨으로, 담배로

그의 추도사에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마당은 울음바다가 됐고, 울분과 분노, 슬픔을 참지 못한 추모객들은 눈물로, 한숨으로, 담배로 답답함을 표했다. 고인이 생전에 즐겨 부르던 ‘민들레처럼’이 추모곡으로 흘러나오자 추모객들은 울음으로 차마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함께 불렀다.

조사에 나선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은 “나는 오늘 박종태 동지를 땅에 묻으려고 이곳에 오지 않았소. 이 땅에 묻을 것은 당신이 아니라 썩어 문드러진 금호자본과 이명박 정부 아닌가”라며 “박 동지는 쓰러진 게 아니오. 해방이라는 깃발 들고 저만치 앞서 있고 우린 뒤에 처져 있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고인의 아내 하수진 씨와 딸.

고인의 아내 하수진 씨는 추모객들을 향해 “남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며 “전체 조합원이, 동지들이 의리를 지켜줘 고맙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 되지 않는 한, 남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을 기억하는 그날까지 여러분의 사랑과 의리도 기억하겠습니다. 남편이 가는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성규 위원장도 조사를 통해 공인을 추모했다. 그는 “해고된 동지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됐지만, 그래도 동지가 살아오진 않더이다”며 “천 가지 요구안을 다 이뤄낸 들 동지를 일허야 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목숨을 버려서 그 목숨 값만큼 한발자국씩 힘들게 앞으로 가야한다면, 차라리 다 잃고 동지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열매 아니라 거름을 선택한 사람

영결식에 참석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엄혹하고 비정한 사회에서 당신 한 사람의 행복만 챙겨도 모자랄 판에 당신은 왜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하고, 고뇌하며 끝내 목숨까지 내놓았냐”며 “사랑하는 동료와 후대를 위해 역사의 열매가 아니라 거름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동지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고 박 지회장의 죽음으로 78명의 택배 노동자가 운송료 건당 30원 인상 요구에 해고된 사실과 100만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실태가 세상에 알려졌다.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자”던 그의 유지에 화물연대는 전면파업까지 단행하며 투쟁했다.

지난 15일 대한통운과의 교섭에서 화물연대는 해고자 전원 원직 복직, 유가족 보상과 해고 노동자 임금 보전 일괄 해결에 합의했다. 하지만 끝내 ‘화물연대’ 네 글자는 포기해야 했다. 이로써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인정은 요원하게 됐다.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은 “열사가 요구했던 게 ‘화물연대 사수’이었기에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을 쟁취하자는 소망도, 끝까지 싸워 반드시 이겨달라는 부탁도 아직 다 이뤄내지 못한 우리는 동지 앞에 모두 한없이 못난 사람들”이라고 애통해 했다. 그는 “노동기본권 쟁취와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분쇄, 동지의 영정 뒤에 또렷이 박혀 있던 구호들을 이제 우리 가슴에 새기겠다”며 “동지의 넋이 남은 자의 함성으로, 산 자의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더러운 정권과 자본에 맞서 당신이 죽음으로써 외쳤던 100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싸워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부 조합원 지도부 불만 목소리도

   
  ▲ 추모객들은 눈물과 한숨으로 슬픔을 토해냈다.

한편 이날 영결식에서는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일부에서 흘러나왔다. 일부 조합원들은 헌화에 나선 지도부를 향해 “헌화 하지 마십시오”, “박종태 열사 앞에 사죄하십시오”라며 항의했다.

‘조금 더 빨리 연대했다면 고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죄책감과, 전면파업까지 단행했음에도 ‘화물연대’ 이름을 내줘야 했던 수모, 대한통운이라는 한 사업장을 타깃으로 한 투쟁이었기에 저조했던 파업 참여율. 지도부의 전술 실책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에 화물연대 대경지부 대의원은 지도부를 향해 “대비책 없이 전면파업을 하며 투쟁을 이끌었다”며 “총사퇴하고 잘못을 인정한다면 용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민주노총 이석행 전 위원장,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권영길 의원, 곽정숙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심상정 전 의원,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 이소선 여사 등이 참석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역시 11개 중대 7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영결식이 열린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은 경찰버스로 봉쇄됐다. 고인의 유해는 광주로 이동해 오후 4시경 광주 금남로에서 노제를 치른 뒤 망월동 구 묘역에 안장됐다.

고 박종태 지회장은 지난 3월 16일 대한통운 광주지사가 택배조합원 78명을 집단 계약해지하자 50여일간 투쟁을 진두지휘한 혐의로 경찰에 수배됐으며, 지난달 3일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 대전중앙병원에서 출발한 운구행렬이 대한통운 대전지사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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