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y will win” (그들이 이길 것이다)*

영화 대부2(Godfather )에 나오는 주인공 마이클 꼴레오네(Michael Corleone)의 대사입니다. 배우 알파치노(Al Pachino)가 연기하였지요.

혁명 전야의 쿠바 수도 아바나에 모인 마피아 보스들은 파트너(바티스타 정권)와 합작으로 벌일 사업에 대하여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마이클 꼴레오네는 체포를 당하자 진압군 대장을 끌어안고 자폭하던 반군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돈을 받고 싸우는 바티스타 정부군의 패배와 그에 맞서 민중의지지 속에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카스트로 혁명군의 승리를 예상합니다.

그리고는 위와 같이 말합니다.

“They will win” 그들(반군)이 이길 것이다.

 

12년 전 2005년 여름, 23일 금강산을 다녀왔습니다.

세월이 꽤나 흘러 옥류동 계곡과 구룡연 등에서 보았던 민족의 명산 금강산의 풍경은 이제 기억 속 희미한 영상으로만 남아있지만 산행길에 놓여있던 시설물을 보며 느꼈던 남다른 소회는 아직까지도 가슴 속 깊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제 직업은 지하철이나 도로, 교량 등 시설물 유지 보수를 주로하는 건설업입니다. 90년대 후반에 시작하였으니 근 이십여 년이 되었네요.

내 하는 일이 그렇다 보니 북녘 땅에 가서도 그 곳 시설물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은 보행자용 안전 난간과 산중에서 본 등산로입니다. 금강산을 오르내리며 만난 안전 난간은 남측의 미려한 외관의 스테인레스 난간에 비하면 규격도 제 각각, 재질도 제 각각, 외관도 허술하고 보잘 것 없었습니다.

다른 용도로 쓰다가 여분으로 남은 것을 가져왔는지 수도관이 있는가 하면 공업용 배관이 섞여 있고, 아연도금 파이프가 있는가 하면 도장을 한 흑관 파이프도 눈에 띄고, 여기저기 용접면은 노출돼 있고... 한마디로 볼품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돈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측의 광이 나도록 표면처리한 디자인 난간은 예산이, 돈이 투입되어야만 설치가 되지만 북에서 만난 거칠고 투박한 난간은 돈으로, 돈벌이를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겉모양은 맵시없고 거칠었지만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정신은 천만금으로도 얻을 수 없는 내 나라, 내 강토에 몸과 마음을 바치는 순결한 얼이 담겨져 있는 것을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나를 감동시킨 시설물은 아침부터 서둘러 오르다 만난 등산로였습니다.

비가 많은 여름철에는 아스팔트 포장이건 콘크리트 포장이건 스며든 물기가 골재를 분리시켜 도로 곳곳에 파손이 많이 생깁니다.

금강산 등산로도 예외가 아니어서 여기저기 파진 곳이 적지 않았고 이제 막 보수한 흔적도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헌데 그 중 몇 곳은 시멘트와 모래를 반죽하여 발라놓은 미장면의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아 아직도 축축했습니다.

우리가 아침 먹고 막 출발했으니 그 양색 정도를 가늠해 보면 누군가 새벽에 나와서 파손된 콘크리트 바닥들을 메우고 다닌 것이지요.

주위엔 인가도 없는 깊은 산속인데...

사람들이 아직 단잠에 빠져있는 이른 새벽 시멘트와 모래를 땀 흘려 지고 올라와 보수한, 채 마르지 않은 등산로에서 저는 제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눈 내리는 새벽이면 중년에 들어선 다 큰 자식이 운전해 갈 집 앞 경사로 가 맘에 걸려 시간마다 대문을 나와 눈을 치우시는 제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채 마르지 않은 등산로, 그것은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금강산에서 제가 만난 시설물은 북녘 동포들의 얼굴이고 정신이고 사상이었습니다.

그것들에는 선조들이 피흘려 지켜온 내 조국, 대대손손 후대들이 꿈을 펼칠 삼천리 금수강산, 남녘의 동포들이 걸어갈 길 위에 돌 하나, 난간 하나라도 정성껏 가꾸고 돌보려는 애국의 마음, 동포애의 정이 배어져 있었습니다.

투박하고 거친 난간과 채 크지 않은 깊은 산속 등산로를 보며 저는 똑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정신과 이 힘으로 <고난의 행군> 길을 이겨냈구나.

사방에서 달려드는 승냥이 떼에 맞서, 남들 같으면 열백번도 더 넘어졌을 시련과 고난에 맞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낙관에 넘쳐, <마지막에 웃는 자가 누구인가 두고 보자> 신심에 넘쳐 그 힘든 시기를 넘어 왔구나

저는 피눈물의 언덕을 넘어 화를 복으로 전변시키고 있는 북녘의 동포들이 장하고 고마워, 애틋한 정이 솟구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계선을 넘으며 바라본 민둥산은 나무가 없어 벌건 흙이 드러나 있고 저 멀리 보이는 남루한 민가의 모습은 아직도 <고난의 행군> 여파가 다 가시지 않은 듯해서 마음이 아렸지만 금강산의 시설물 곳곳에 배어있는 일심단결의 사상과 자력갱생의 힘, 백절불굴의 정신을 느낄 수 있어서 돌아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문득 마이클 꼴레오네의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They will win” (저들이 이긴다)

 

그나저나 12년 전, 온정각과 삼일포 식당에서 따뜻한 동포애의 정으로 음식을 권하던 봉사원 동무들과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못해 낼 일이 없다라는 걸 몸소 보여주던 모란봉 교예단 동무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그 동무들도 남녘의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겠지요?

보고 싶습니다.

북쪽 동무들

권태응(1918~1951)

북쪽 동무들아

어찌 지내니?

겨울도 한 발 먼저

찾아 왔겠지.

먹고 입는 걱정들은

하지 않니?

즐겁게 공부하고

잘들 노니?

 

너희들도 우리가

궁금할테지.

삼팔선 그놈 땜에

갑갑하구나.

2017. 10. 16

춘천교도소에서 김경용

 

영화 대사의 원문은 “They can win” (그들이 이길 수 있어)입니다.

글의 문맥을 살리기 위해 제가 “They will win” (그들이 이길 것이다)로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