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이병진님의 편지

2014.04.02 00:01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754

이병진님의 편지

 

김익 사무국장님께

 

안녕하세요? 함박 미소 가득한 김익 국장님이 그립습니다.

꽃셈추위도 물러가고 봄이 왔네요.

이곳에서는 높은 담장 때문에 꽃이 핀 산과 들을 볼 수 없지만, 꽃내음 가득한 봄바람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까지 녹였으면 좋겠습니다.

 

그 동안 서신발송불허취소 행정소송 대법원 재판 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와 더불어 서신검열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준비하느라 긴장감 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자유가 없는 감옥에서 갇혀지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답답한데, 경찰청 보안수사대의 압수수색과 두개의 재판까지 하려니 정신적으로 힘이 드네요. 그러나 강한 의지를 다잡고 싸우고 있습니다.

행정소송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마지막 확정판결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상고이유서를 받아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박재홍 변호사님께서 답변과 변론을 하실 것입니다.

늦어도 5월 이전에는 확정판결이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신검열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작년에 면회오신 권오헌 선생님께 재심을 통해서 꼭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첫단계로 제 사건에 대한 재검토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와 함께 제 사건기록을 재검토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조작하려했던 국가정보원으 만행이 까발려졌습니다. 저는 더 이상 국가정보원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놈들의 범죄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양심수후원회에서도 제 사건의 재검토에 관심을 갖고 진실을 밝히는데 힘을 보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전주 임실 호암교회 신도님들과 목사님이 접견을 오셨어요. 저를 위해서 매일 새벽기도를 드리는데,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제 얼굴을 직접 보려고 오셨답니다. 저에게 한 신도님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습니까!” 이야기 하시더니, 곧 눈물을 흘리며 우셨어요. 저는 뜻밖의 울음에 놀랐고 저도 속으로 함께 울었습니다. 저의 아픔이 결코 저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평양에 머물때에도 저보고 정말 남쪽에서 오셨냐며 눈물짓던 아주머니가 생각나는군요.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는 우리 민족의 염원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오늘 또 다시 깨우침니다.

제 눈가에도 촉촉히 눈물이 흐르네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제 저도 감정이 복받치는 것을 보니 나이를 먹나 봅니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떠들고 다니는데 대박이란 뜻밖에 재물을 얻는 일인데, 민족의 통일을 그렇게 경박하게 폄훼해서는 안됩니다.

통일이 경제적으로 우리 민족의 번영에 주춧돌이 되는 것은 맞지만, 민족의 통일은 그 보다 더 높고 가치 있는 우리 민족 모두의 소원이지요.

외세에 나라를 빼앗겼다 해방되었지만,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분할점령되었고 6.25전쟁까지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미국은 우리를 사실상 군사보호령 국가로 만들어 놓고 지배하고 있지요.

이처럼, 우리 민족의 분단은 역사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남북이 서로 이해하고 통일을 한다는 의미는 그런 민족분단의 모순에 내재되어 있던 갈등과 분열을 끝장내고 서로 융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더욱 심각한 일은, 마음에 진정성도 없는 이런 통일대박선전을 듣고 북쪽 동포들은 이남이 경제력으로 북을 흡수통일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략적 목적으로 통일대박을 떠들지만 말고 진정성을 갖고 진지하게 우리민족의 평화와 자주 그리고 통일의 의미를 고민하고 실천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신문 보도를 보면 걱정이 큽니다. 미군과 한국군은 계속 전쟁연습을 하고 있고 북도 미사일을 수십발씩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와 같은 군사적 대결 속에서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할까요?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부추기고 그것을 구실로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을 반대하고 단호하게 그들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길이니까요. 한사람, 한사람의 힘으로는 거대한 독점자본과 결탁한 전쟁추종세력들을 이길 수 없지만, 우리가 서로 연대하고 뭉쳐 한 목소리를 낸다면 그 소리는 매우 큰 울림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저는 진실의 힘이 반드시 승리하리라 확신합니다.

 

우리 서로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어요.

그래서 서러움과 아픔의 눈물이 아니라 서로 부둥켜안고 가슴 뜨거운 열정과 감동어린 승리의 눈물을 흘려요.

 

이병진 올림

201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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