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집 거주]통일애국열사 기억관

2000년 송환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 고별사

 

남녘의 동포여러분 !
여러분들은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若事夢魂行有跡 이면 門前石路 半成砂
(만약 꿈속에 영혼이 있어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문 앞에 놓인 커다란 돌은 다 닳아 모래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 45년의 세월 우리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북녘 고향마을 어머니 곁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져 마침내 며칠후면 우리는 꿈에도 애타게 그리던 고향으로, 가족들과 친지들이 있는 북녘 땅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지금 우리들의 귀향 소식에 북녘에 있는 가족, 친척들은 지금 한없는 감격과 기쁨에 넘쳐 상봉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들 역시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가슴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력사적인 북남(남북)공동선언으로 우리 민족은 반세기에 걸친 반목과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화해와 단결의 새 시대를 열었으며,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민족사적인 대전환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리고 떠날 때야 비로소 남아 있는 동지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함께 가지 못하는 동지들, 그리고 북녘의 하늘을 그리며 옥중에서 쓰러져갔던 수많은 동지들, 그리고 얼마 전 " 내 고향 명천에 가고 싶다 "며 마지막 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북녘 고향 명천을 애타게 되 뇌이던 최남규 동지 ......
오늘 이 자리에 그들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그 동지들과 두 손 굳게 맞잡고 덩실 춤을 추며 함께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하지만 며칠 후 넘게 될 대립과 대결의 상징인 분단의 철책을 넘어 화해와 단결, 통일로 가는 그 길에 우리는 비록 늙고 병들었지만 동지들의 영혼만이라도 함께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북녘 땅을 애타게 그리며 쓰러져갔던 수많은 동지들과 함께 고향으로 가겠습니다.

옥중투쟁이라는 이름아래 살아왔던 지난 45년의 긴 세월, 탄압의 고통과 갈등, 아픔의 세월을 살아왔던 지난 힘겨운 시절들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온갖 고문과 탄압 속에서도 오직 조국통일의 일념으로 그 모진 세월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과 갈등 그 모든 아픈 기억들은 깨끗이 지우고 떠나겠습니다. 좋았던 기억, 아름다운 기억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 가슴에, 이 심장에 가득 담아 가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가 감옥에 갇혀있을 때 석방을 위해 노력해주신 여러 선생님들 !
어려울 때 아낌없이 도와주셨던 노동자, 농민, 청년, 학생여러분 !
그리고 남녘의 동포여러분 !

민족의 화해와 단결 시대, 조국통일의 새 시대를 가슴 벅찬 기쁨으로 우리는 북녘으로 돌아가더라도 남녘 동포들 고무, 찬양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북녘동포들을 고무, 찬양해 주십시오. 그래서 더 이상 북남간의 오해와 불신, 대결과 대립으로 점철되었던 지난 시대를 과감히 마감해야 합니다. 우리도 민족화해와 단결의 시대, 조국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는데 우리들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모든 것을 통일조국에 바치겠습니다.

남녘의 동포여러분 !
남한강과 북한강이 한강으로 흘러 마침내 더 큰 서해바다에서 하나로 만나 듯 우리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통일되는 날, 남녁의 동포들과 두 손 굳게 맞잡고 재회의 기쁨으로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모두는 남녘 인민들의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 깊이 간직하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날까지 여러분들은 우리들의 심장에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남녘의 동포여러분 통일의 광장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


2000.8.26
송환대상 비전향장기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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