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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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글쓴이 : 이쁜이    ()   
  오늘은 인간 대한 예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시를 읽고 위로 받으며.....
누군가가 떠먹여주는 시 맛이 어떨까?
아이에게 밥을 떠넣어주면서 우리 식구들에게도 가끔씩은 그러고 싶어졌다.


어느날 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十五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二十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絶頂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라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二十원 때문에 十원 때문에 一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一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5.11.4)

2003-03-18 (21:15)
  • ?
    양심수후원회 2009.05.28 14:42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글쓴이 : 노혁    
      얼마전 '시인을 찾아서'와 '시읽는 기쁨'이란 책을 읽으면서
    남들이 떠주는 밥을 맛있게 받아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집을 잡고 읽으면 괜히 어렵게 느껴지던 시들이 작가들의 얘기를 덧붙여 읽으니 저한테는 무지하게 편하더군요.
    아직은 말귀도 못알아듣는 혜민이에게 몇 편의 시를 중얼중얼 읽어주면 우리 딸내미는 아빠에게로 다가와 책을 잡고 입을 갖다대고는 잔뜩 침을 묻혀놓곤 했답니다.
    그래도 기분좋은 기억입니다.

    2003-03-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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