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2009.05.29 11:15

오빠

조회 수 1882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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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글쓴이 : 혜수니    
  오빠.
4시쯤 느지막히 차를 타고 서울에 갑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부쩍 커서 딱히 아이들에게 크게 영양가가 없어보여 데려가는 것이 좀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도 마땅하게 맡길 곳이 없어 그냥 같이 갑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몇 번씩 갈아타면서 때론 손님들 사이에 끼여버린 성재를 키를 높여 돋아세우며 그렇게 두 시간을 넘게 갑니다. 대전보다 더 멀다며 짜증도 내고 또 네 식구 모두 움직여햐 할 만큼 중요한 일인가 따져도 보고 몇 정거장 남았는지 재촉하는 아이들을 달래며 서울 끝자락에 이르렀습니다. 벌써 자리는 웬만큼은 익어 있는데 자리는 꽉꽉 차 있는데 반쯤은 후원회원들이고 우리 식구들을 세어보니 별로 안돼요. 이제서야 부랴부랴 안온 사람들을 챙겨보며 전화도 돌려봅니다. 상황이 어려운 회원들이 빠지고 주축이 되던 40대 중반의 걸죽한 인물들이 안나오니 모임이 반쪽이 돼버렸습니다.
인사차 광양에서 부랴부랴 올라왔다는 박 선생님이 막바지에 들리고 서울에 교육 받으러 왔다가 우연찮게 들린 은숙이 언니가 붉게 물들이고 새파란 잎처럼 파닥파닥 송미 씨와 대규씨가 분위기를 잡아가지 않았다면 우리 맥빠진 오감시롱은 어쩔뻔 했는지요? 그래도 차분하니 서로의 근황이며 어려움을 나누는 자리가 된 것 같습니다.
박 선생님이 차를 가져왔는데 술을 마신 탓에 현부씨가 운전을 하게 되었고 주무시고 가셔야 하는 박 선생님 혼자 놓고갈 수가 없어 인태형이랑 향숙이랑 꼬셔서 약수동에서 또 한잔을 했습니다. 쓸쓸한 인태형이 사준 술을 먹으며 우린 처음으로 내면에 깊숙하게 감춰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우울을 읽습니다. 역동성을 잃어버린 나와 인태형이 닮은 꼴이 되어 만나기도 하구요. 박 선생님에게 닥친 까마득한 어려움도 나누고 물러설 수 없이 배수진을 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참 허전하더이다. 겉으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굴러가지만 오빠가 빠진 옴시롱은 자꾸 삐그덕거려요. 늘 불편한 감정이 됩니다. 몇몇이서 오빠를 누리기에는 참 미안하기도 하구요.
갈피를 잡아나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건가요?
맘이 많이 복잡합니다.
2005-03-14 (23:29)
  • ?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1:16
    RE: 내마음도 그러는데
    글쓴이 : 길소녀    
     
    내마음도 늘 그런답니다.
    누구때문에 모임에 나가는것은 아니지만 늘 함께 하다가 그사람이 없을때 그 허전함을 어떻게 말로 다 할까요
    아마 모두가 그럴겁니다. 나 혼자쯤 안나가도 되겠지 하지만
    모두가 옴감시롱입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생각할때는 이미 모임은 없습니다. 저도 많이 반성합니다.
    2005-03-15 (19:29)
  • ?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1:16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 : 여혜정    
      혜순이의 쓰라린 마음을 모를 이가 있을까마는...
    혜순이뿐 아니라 아마도 오감 모두가
    나름의 쓸쓸함과 안타까움으로
    마음 속 어둔 숲에서 헤메고 있는 듯한 느낌일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우리 오감시롱이
    그간의 세월과는 딴판의 시간을 보내는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 혜순아.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그런거 아닐까?
    하다못해 부부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가는 거라는 걸 알기까지만도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또 그만큼이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하물며 친구도, 모임도... 한 뜻으로 만나 마음과 시간을
    함께해왔다고는 해도 어찌 첨부터 끝까지 아무 문제없이
    평생을 함께 갈 수 있겠니?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내 경우를 들자면...
    내가 어떤 경우에도 오감에 대한 믿음과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거의 죽음과도 같은
    지옥의 시간을 보내던 한 때,
    오감시롱의 모든 이들이 나의 아픔과 절망을 이해해보려고,
    어떻게든 감싸안으려고 했다는 사실때문일거야.

    오감을 만나기 전까지의 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혼자일 수 밖에 없는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혼자만의 세계에서 나가보려는 의지도, 용기도 없었던
    사람이었어.
    그랬던 나를 바꾼게 오감시롱의 따뜻한 마음이었고, 그런
    마음을 보여주었던 여러분들이었던거야.

    내가 오감시롱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감시롱의 모두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마음의 상처를 껴안게 된 사람들 모두를
    따뜻한 시선으로, 언제건 함께 눈물겨워지는 그런 마음으로
    기다려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살다보면 어떤 오해도, 혹은 서운함도 생길 수 있는게
    사람이지만,
    묵묵히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있을거라고 믿고 있어,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굳게 믿고있어, 나는...

    사람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오감시롱의 모든 사람이 바로 그런 마음으로 만난
    것이었다고 생각했었다면 그건 내가 너무 단순해서일까?

    '내가 사람답게 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할 것'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명제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오감시롱 사람들이
    아닐까?
    그런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토록 치열하게 80년대를
    살지도 않았을 것이고(나는 그냥 저냥 살고 있었지만...)
    그렇게 온 마음으로 선생님들과 함께하며
    우리 서로들을 사랑하게 되지는 않았을거야.

    그런 사람들이 어찌 그리 쉽게 서로를 마음에서 멀리할 수 있겠니?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로...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지...
    앞으로도 언제든 또 바람은 불어올테고,
    비가 내리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우린 함께 걸어갈거야.
    함께 늙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면 그렇게 함께할 사람들이야.

    그러니 혜순아, 너무 아파하지말자...


    --대책없는 낙관주의자일지도 모르는... 혜정이








    ====== 혜수니 님이 쓰신글 입니다. ======
    오빠.
    4시쯤 느지막히 차를 타고 서울에 갑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부쩍 커서 딱히 아이들에게 크게 영양가가 없어보여 데려가는 것이 좀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도 마땅하게 맡길 곳이 없어 그냥 같이 갑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몇 번씩 갈아타면서 때론 손님들 사이에 끼여버린 성재를 키를 높여 돋아세우며 그렇게 두 시간을 넘게 갑니다. 대전보다 더 멀다며 짜증도 내고 또 네 식구 모두 움직여햐 할 만큼 중요한 일인가 따져도 보고 몇 정거장 남았는지 재촉하는 아이들을 달래며 서울 끝자락에 이르렀습니다. 벌써 자리는 웬만큼은 익어 있는데 자리는 꽉꽉 차 있는데 반쯤은 후원회원들이고 우리 식구들을 세어보니 별로 안돼요. 이제서야 부랴부랴 안온 사람들을 챙겨보며 전화도 돌려봅니다. 상황이 어려운 회원들이 빠지고 주축이 되던 40대 중반의 걸죽한 인물들이 안나오니 모임이 반쪽이 돼버렸습니다.
    인사차 광양에서 부랴부랴 올라왔다는 박 선생님이 막바지에 들리고 서울에 교육 받으러 왔다가 우연찮게 들린 은숙이 언니가 붉게 물들이고 새파란 잎처럼 파닥파닥 송미 씨와 대규씨가 분위기를 잡아가지 않았다면 우리 맥빠진 오감시롱은 어쩔뻔 했는지요? 그래도 차분하니 서로의 근황이며 어려움을 나누는 자리가 된 것 같습니다.
    박 선생님이 차를 가져왔는데 술을 마신 탓에 현부씨가 운전을 하게 되었고 주무시고 가셔야 하는 박 선생님 혼자 놓고갈 수가 없어 인태형이랑 향숙이랑 꼬셔서 약수동에서 또 한잔을 했습니다. 쓸쓸한 인태형이 사준 술을 먹으며 우린 처음으로 내면에 깊숙하게 감춰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우울을 읽습니다. 역동성을 잃어버린 나와 인태형이 닮은 꼴이 되어 만나기도 하구요. 박 선생님에게 닥친 까마득한 어려움도 나누고 물러설 수 없이 배수진을 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참 허전하더이다. 겉으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굴러가지만 오빠가 빠진 옴시롱은 자꾸 삐그덕거려요. 늘 불편한 감정이 됩니다. 몇몇이서 오빠를 누리기에는 참 미안하기도 하구요.
    갈피를 잡아나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건가요?
    맘이 많이 복잡합니다.

    2005-03-18 (20:47)
  • ?
    양심수후원회 2009.05.29 11:17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도 그래요
    글쓴이 : 혜수니    
     
    어젠 향숙이와 길자가 승진을 했다고 한 턱 내서 노틀담 드 파리라는 뮤지컬을 봤어. 사실 주빈은 아니었고 꼽사리에 끼여서 봤어. 보러가는데 혁이에게서 연락이 왔지 뭐예요. 언니가 나 화려한 서울 구경 시켜주고 싶어한다고....ㅋㅋㅋ
    막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여러 사람에게서 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게 감사하고 행복해서.....
    그래도 모임가면 자고 가라고 더 붙잡고 같이 밤을 보내자며 나를 꼬시고 그런 게 없잖아, 언니....언니는 금방 취해서 한정없이 무너지고 .....
    나도 언니 많이 좋아해. 너무나 망가진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너무나 투명하고 속이지 않고 우리에게 자신의 모든 걸 보여준 사람이라서 아주 끈끈한 애정이 있어.
    우리 옴시롱 모든 사람들이 여혜정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는 것도 다 이 때문이며 우리가 서로에게 단추를 풀고 가슴을 열어제치며 노틀담의 꼽추에 나오는 에스메랄다처럼 투명한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서로에게 말없이 기댈 수 있지 않았을까 해.

    별 시답잖은 소릴 하고 앉아있지!
    그래도 아이들을, 마치 지가 무슨 뮤지컬 배우인양 흉내내며 깨우니 아침이 한결 부드러워졌어. 나에게 이 비단결같은 맘을 잠시라도 갖게 해준 나의 오랜 친구 길자와 향숙이에게 감사해요.

    2005-03-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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