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이경원님의 편지

2015.01.19 16:14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881

이경원님의 편지

 

권오헌 선생님

안녕하신지요?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북한산의 좋은 기운을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아프시다던 눈은 좀 나아지셨는지요. 글 쓰시기도 어렵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글을 많이 쓰고 계십니다. 여기저기에 올라오는 선생님의 글을 보고 있습니다.

새해 아침부터 들려오는 남과 북의 관계 개선 소식이 반갑습니다. 훈풍이 되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주기를 바라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여전히 반동단체의 삐라살포는 계속되고 있고 2월말이면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겠지요. 그런 중에 미제는 대북제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고문 사실이 폭로되자 이를 덮으려고 한 짓인지 증거도 없이 소니의 해킹이 북이 한 것이라고 우겨대고 있습니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속에서 박근혜가 할 수 있는 여력이 얼마나 될지, 정윤회 사건이 불거지고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조건에서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얇은 생각은 아닌지 진실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금강산 관광이라도 재개할 수 있는 수준이라도 된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북의 입장에서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통일의 문을 열기 위한 획기적 진전을 이루기를 원하겠지요.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흥이 나서 치면 좋겠지만 손벽을 치도록 만드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겠지요.

보내주신 연하장 잘 받았습니다. 늘 한결같이 보내주시는 정성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놈들이 집으로 들어와 압수수색을 하고 수많은 자료를 가져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2014년인데 그런 일까지 당하셨으니 얼마나 황당무계하고 분노가 일었겠습니까. 그래도 제가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선생님께서 잘 견뎌주셨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말에 전화드렸을 때에도 감기 걸리셔서 고생하고 계셨는데 건강 잃지는 않으실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크게 심호흡하시고 마음을 안정시켜 몸을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시니까 저들로서도 위협을 느끼고 머리가 아팠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든이 다되셨어도 놈들이 한 눈 팔지 못하고 있다가 급기야 집까지 쳐들어 온 것이지요. 그렇게 늘 건강한 모습으로 버팀목이 되어주시고 젊은 사람들을 이끌어주시고 여생을 아름답게 보내시어 모든 사람들의 귀감으로 남으시기를 바랍니다.

며칠 전에 양심수후원회 동지들이 다녀갔습니다. 반가운 얼굴을 많이 보았습니다. 오시지 못한 선생님들의 안부도 전해주셨고 6.15산악회 동지들의 안부도 한아름 안고 왔습니다.

제게는 과분한 사랑입니다. 어찌 그 은혜 다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고 합니다. 감기 예방을 잘 하셔야 겨울을 건강하게 나실 수 있습니다. 몸 잘 돌보시고 빙판길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준비 잘 해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15. 1. 6

안동교도소에서 이경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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