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오빠

2009.05.29 11:1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869

오빠
글쓴이 : 혜수니    
  오빠.
4시쯤 느지막히 차를 타고 서울에 갑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부쩍 커서 딱히 아이들에게 크게 영양가가 없어보여 데려가는 것이 좀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도 마땅하게 맡길 곳이 없어 그냥 같이 갑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몇 번씩 갈아타면서 때론 손님들 사이에 끼여버린 성재를 키를 높여 돋아세우며 그렇게 두 시간을 넘게 갑니다. 대전보다 더 멀다며 짜증도 내고 또 네 식구 모두 움직여햐 할 만큼 중요한 일인가 따져도 보고 몇 정거장 남았는지 재촉하는 아이들을 달래며 서울 끝자락에 이르렀습니다. 벌써 자리는 웬만큼은 익어 있는데 자리는 꽉꽉 차 있는데 반쯤은 후원회원들이고 우리 식구들을 세어보니 별로 안돼요. 이제서야 부랴부랴 안온 사람들을 챙겨보며 전화도 돌려봅니다. 상황이 어려운 회원들이 빠지고 주축이 되던 40대 중반의 걸죽한 인물들이 안나오니 모임이 반쪽이 돼버렸습니다.
인사차 광양에서 부랴부랴 올라왔다는 박 선생님이 막바지에 들리고 서울에 교육 받으러 왔다가 우연찮게 들린 은숙이 언니가 붉게 물들이고 새파란 잎처럼 파닥파닥 송미 씨와 대규씨가 분위기를 잡아가지 않았다면 우리 맥빠진 오감시롱은 어쩔뻔 했는지요? 그래도 차분하니 서로의 근황이며 어려움을 나누는 자리가 된 것 같습니다.
박 선생님이 차를 가져왔는데 술을 마신 탓에 현부씨가 운전을 하게 되었고 주무시고 가셔야 하는 박 선생님 혼자 놓고갈 수가 없어 인태형이랑 향숙이랑 꼬셔서 약수동에서 또 한잔을 했습니다. 쓸쓸한 인태형이 사준 술을 먹으며 우린 처음으로 내면에 깊숙하게 감춰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우울을 읽습니다. 역동성을 잃어버린 나와 인태형이 닮은 꼴이 되어 만나기도 하구요. 박 선생님에게 닥친 까마득한 어려움도 나누고 물러설 수 없이 배수진을 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참 허전하더이다. 겉으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굴러가지만 오빠가 빠진 옴시롱은 자꾸 삐그덕거려요. 늘 불편한 감정이 됩니다. 몇몇이서 오빠를 누리기에는 참 미안하기도 하구요.
갈피를 잡아나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건가요?
맘이 많이 복잡합니다.
2005-03-1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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