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 2차 송환의 의미

 

김동춘(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교수)

 

올해는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전쟁 발발한 후 7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84.27 판문점 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주선으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회담을 열었을 때 우리는 종전선언을 이루어지기를 기대했습니다. 지난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전쟁의 종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습니다.

 

종전선언은 전쟁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의 의지나 합의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북한 당사자의 의지, 특히 남한 정부의 의지로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는 일들은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한국의 군비를 축소하고, 미국과의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일이 그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고령의 비전향 장기수들을 그들이 원하는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아직 생존해 있는 고령의 비전향 장기수, 그리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폭력과 테러에 의해 강제로 전향서를 쓴 전향 장기수들을 그들이 여전히 정치적으로 지지하고 또 가족이 살아있는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문재인 정부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들 장기수들은 오랜 옥고의 후유증을 앓아오면서 그리운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인 북녘으로 송환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습니다. 특히 1차 송환에서 포함되지 않은 비전향 장기수 송환은 6.15공동선언의 이행문제이기도 하며 인도주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20세기 인류의 역사에서 사상과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30,40년 동안 양심수를 감옥에 유폐한 나라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고문과 테러를 가해서 강제로 전향시킨 사례도 없습니다. 남북한이 사실상의 전쟁 상태에 있었다면 이들은 전쟁 포로로 취급되어야 하며, 전쟁포로는 자신이 원하는 본래의 국가로 송환되는 것이 인도적 원칙에 합당합니다. 이들 중 비전향한 분들은 말할 거도 없고, 전향한 분들 역시 과거의 전향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본인들의 의사가 아니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북을 조국으로 생각한다면 무조건 한국 시민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요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촛불시위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서둘러야할 필요가 있고, 2차 송환 작업은 그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가 비전향 장기수 2차 송환을 결정한다면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1차 송환이 그러했듯이 남북한 사이의 대화와 사회문화교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국제사회에 한국전쟁의 종전 협력을 얻어내는 데도 중요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합니다. 이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는 비전향, 전향 장기수가 북한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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