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압수수색용, 텅빈 파란박스” 검찰 쇼

시민사회단체,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숨, 쉬다’ 展” 개최

  • 김래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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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2 23:041837e71baba0b67b58e05ac7ff454239.jpg검찰의 압수수색용 파란박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7조부터폐지운동시민연대와 이학영, 민형배, 윤미향 국회의원 등이 지난 12월 7일~8일,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던 <바람, 불다>展을, 12월 13일부터 31일까지 아트노이드178(성북구 삼선교) 전시공간에서 같은 주제의 다른 제목으로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숨, 쉬다> 展”을 개최하고 있다.

19e1fbe52cd10217f9163cbb32f0ee87.jpg임지연 교수는 전시공간에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직접 국가보안법 피해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총괄기획을 담당한 임지연 홍익대 초빙교수는 “일반인에게 ‘국가보안법’은 자신과는 무관한 법으로 느껴진다. 또한 평범한 일상에서 ‘국가보안법’은 멀리 있는 법으로도 보인다.”면서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오랜 재판과 최종 판결까지, 긴 시간을 견뎌낸 이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면 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리의 감각과 감수성은 전혀 달라진다.”고 강조하였다.

임 교수는 “신학철 작가의 <모내기> 이미지와 가수 백자 작사, 작곡의 <혁명동지가>는 국회 전시 심의위의 전시 작품 불허 결정으로 인해 관객에게 선보이지 못했다.”면서 “대신 당시 전시에서는 해당 작품의 자리에 빈 캔버스와 가사를 삭제한 악보를 전시하였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오늘날 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국회의 현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신학철 화백, 안소희 전 파주시 의원, 최보경 간디고등학교 선생님,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억압되었던 우리 사회의 마음의 형태와 리듬, 그에 담긴 목소리가 생명력을 되찾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학철 화백의 (1987)는 국회 전시 심의에서 불허판정을 받아, 그 자리에 빈 캔버스를 전시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신학철 화백의 (1987)는 국회 전시 심의에서 불허판정을 받아, 그 자리에 빈 캔버스를 전시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첫 번째 전시 작품은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 그림을 수십 장의 A4 크기로 조각 내어 종이박스 위에 포개어 올려놓고, 여러 개로 쌓아놓은 종이박스 벽면에 누군가가 그림퍼즐을 완성시켜 줄 것을 기다리는 형상을 표현했다.

이유는 재판 당시 검찰은 작품을 A4 크기로 접어 증거로 제출하였다.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1987)는 198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압수되었다. 긴 세월이 지난 2018년 이후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위탁 보관 중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안소희 전 파주시 의원의 압수수색 당시 서류 몇 장을 담은 빈 박스를 서너 명의 검찰 직원들이 들고 나가는 쇼를 펼쳤다. 그 상징으로 검찰박스를 전시해 놓았다. (오른쪽은 가사 없는 ‘혁명동지가’ 악보가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검찰은 안소희 전 파주시 의원의 압수수색 당시 서류 몇 장을 담은 빈 박스를 서너 명의 검찰 직원들이 들고 나가는 쇼를 펼쳤다. 그 상징으로 검찰박스를 전시해 놓았다. (오른쪽은 가사 없는 ‘혁명동지가’ 악보가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두 번째 전시 작품은 안소희 전 파주 시의원이 압수수색 당시 서류 몇 장을 담은 빈 박스를 서너 명의 검찰 직원들이 들고 나가는 쇼를 펼쳤다. 그 상징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용 빈 박스를 전시해 놓은 것이다.

안소희 전 파주 시의원은 2012년 정당 집회에서 ‘혁명동지가’를 제창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받았다. 긴 재판 끝에 2020년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의 실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혁명동지가를 작사, 작곡한 가수 백자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해명까지 했으나 국가보안법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안소희 전 의원은 2023년 11월15일 임지연 교수와 인터뷰에서 “제가 관심을 더욱 많이 생긴 분야가 인권이예요 (...) 우리가 그야말로 주인이 되려면 최소한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장받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되게 많이 들더라구요.”하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회, 문화, 경제 그리고 이런 생활속에 인권이 잘 자리 잡고 있어야 하고, 기본적인 권리들이 침해당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것을 관심있게 들여다 보게 됐어요.”라고 답했다.

최보경 간디고등학교 역사 교사가 7년 1개월 만에 최종 ‘무죄’판결 받을 때까지의 자신의 법정투쟁 기록물을 전시해 놓았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최보경 간디고등학교 역사 교사가 7년 1개월 만에 최종 ‘무죄’판결 받을 때까지의 자신의 법정투쟁 기록물을 전시해 놓았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세 번째 전시 작품은 최보경 간디고등학교 역사 교사가 2008년 경남교육청에서 진행한 ‘북측 현지 체험학습’으로 북측을 방문하고 귀가하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자택과 학교 압수수색 중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긴 법정 투쟁 끝에 7년 1개월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의 자신의 법정투쟁기록 전시물이다.

최보경 교사는 2023년 10월 3일 임지연 교수와 인터뷰에서 “제가 재판정에서 사실 제자들 앞에 부끄러워서는 안 되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내가 부끄럽거나 거칠게 없으면 그 자리에서 제가 주눅들 이유가 전혀 없는 거잖아요.”

계속해서 “검사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 나는 내가 만든 책이 문제가 있다고 하니 뭐가 문제가 있느냐, 논리적으로 따지고 그 자리에서 논쟁을 하고... 그 과정이 제 제자들에게는 오히려 역사 공부하는 자리였다고 제자들이 그랬습니다.”면서 당시 국가보안법에 맞서 싸웠던 과정을 설명했다.

96853b897cdbcb850fffa31c39504fc8.jpg총괄기획을 담당한 임지연 교수가 아트노이드178 전시관 입구에서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展 포스터 앞에 섰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번 전시회는 12월 31일까지 진행되며, 23일(토) 아트노이드178 전시관에서 최보경 교사가 당시 학부모와 제자들, 특별히 강민정 국회의원이 함께하는 공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29일(금) 같은 장소에서 안소희 전 의원과 가수 백자 씨가 직접 출연하여 공개 간담회와 짧은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며, 윤미향 국회의원이 특별출연한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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