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언 이행없이 평화도 통일도 없다

외세공조·동족대결, 흡수통일 대박론을 탄핵한다


권오헌 /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역사적인 6.15공동선언 발표 14돌을 맞았다.
온 겨레에게 벅찬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었고 전 세계가 기립박수로 지지·환영했던 그날의 감격은 반동의 시간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반세기 넘게 이어오던 불신과 대결시대를 끝장내고 남북사이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나아가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으로 가야할 움직일 수 없는 이정표였기 때문이었다.
민족통일에서 자주의 원칙을 재천명하고, 통일방식에서 연합·연방제의 공통성 인정과 그 방향에서 지향키로 했으며 이산가족상봉과 비전향장기수 문제 해결 등 인도주의 사업,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당국사이 대화를 비롯한 다방면적인 교류협력으로 공동번영을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외세와 분단이란 오욕의 역사, 동족상잔의 아픈 상처를 한꺼번에 가시게 할 수 있는, 우리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지혜롭게 뚫고 나왔던 그 위대한 민족사의 재현이었다는데서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공동선언 이후 남북 사이엔 총리회담,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당국사이 대화가 이어졌으며 금강산관광은 더욱 활기 넘쳤고 개성공단이 가동되었으며 남북기업사이 각종 경제협력사업과 사회문화교류사업, 이산가족상봉과 비전향장기수 송환 등 인도주의 협력사업이 활발히 이어졌다.

또한 6.15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과 북 해외의 민족공동위원회가 결성되고 이에 따라,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여성, 종교, 학문, 체육 단체들의 교류협력도 이어졌다. 6.15민족공동행사 뿐만 아니라, 8.15민족통일대회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음모를 규탄하는 남·북·해외 공동결의도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철도와 도로가 이어졌고 하늘길 바닷길이 열렸다.
사람과 물자가 오갔다. 막혔던 혈관이 뚫리면서 온 국토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한 해 동안에만 수십만이 오가면서 수십년 가로막혀 서로에게 서툴기만 했던 이질감은 점점 줄어들고 수천 년 이어온 혈연공동체의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민족생리의 자연적 현상이었고 민족이성이 추구하는 역사의 당위이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는 당대를 살고 있는 일부세력의 오만과 탐욕에 의해 퇴행의 길을 걷기고 한다. 프랑스혁명이후의 왕정복고가 대표적이라면 우리 현대사에서도 4.19혁명 뒤의 5.16군사쿠데타가 그러했고 6.15공동선언과 10.4평화번영선언에 반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반북대결정책이 바로 역사의 반동이었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인정한다 해도 남북사이의 합의가 정권이 바뀐다 해서 선언자체가 부정되거나 그 이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온 겨레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고 대결보다는 단합이, 전쟁보다는 평화가, 외세의존보다는 민족자주라는 보편타당성이 있었고 강도 일제로부터 나라를 빼앗긴 이후 한 세기에 이른 자주독립통일국가건설이란 민족숙원이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쿠데타, 전·노군부세력의 유전자를 이어받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지난 민주정부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이른바 ‘비핵·개방·3000 구상’이니 그 무슨 ‘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 ‘드레스덴선언’ 따위를 내세우며 6.15공동선언이나 10.4평화번영선언(물론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도 포함)을 부정·외면하며 외세의존, 동족대결정책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미 권좌에서 내려온 이명박 정부의 반북대결행패는 이미 수없이 단죄 규탄했기에 현 집권자 박근혜 정부의 외세공조와 동족대결정책의 반민족·반통일 범죄성을 고발하고 이를 온 겨레의 이름으로 탄핵하려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여러 개의 탄핵감투를 쓰고 있다. 관권부정선거로 당선된 그 자체가 떳떳하지 못한 자리인데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검찰의 진상규명 작업에 제동을 걸고 있었으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공개하고 무고한 사람에게 간첩을 만들기 위해 외국공문서까지 위조한 국정원(장)에게 ‘셀프개혁’이란 이름으로 옹호하려 했으며 마침내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300여명이 넘는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단 한 사람의 실종자 구조도 하지 못한 무책임·무능력으로 탄핵받고 있었다.

그러나 남북합의에 반하는 외세공조 동족대결 범죄성은 위에서 말한 그 어떤 탄핵사유보다 무겁고 엄중하다. 민족자주가 아닌 외세공조와 화해협력이 아닌 동족대결은 궁극적으로 전쟁을 불러오게 될 것이고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6.25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민족절멸과 모든 생존조건 문화유산을 파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족존망이 걸려 있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마침내는 이 땅에 외세강점 없는 자주통일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남북이 이미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평화번영선언을 성실히 이행해야하며 남북 어느 쪽도 상처입지 않는 공동번영의 길을 가야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을 말하며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자신이 위원장을 맡겠다는 적극성을 나타냈다. 이러한 주장들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다음과 같은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함으로써 온 겨레로부터 탄핵을 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첫째, 남과 북이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평화번영선언을 이행하겠다고 공식 표명해야 한다. 신뢰프로세스가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면 온 겨레와 전 세계 앞에서 약속한 합의를 인정하고 실천함으로써 보여줘야 할 것이다.

둘째,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야할 통일의 동반자이며 남북 사이 여러 합의들을 이루어 낸 상대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이는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이기도 하다. 평화와 통일에 관한 그 어떤 민족적 과제를 두고 상대가 아닌 허공에 대고, 또는 외국에 나가 일방적 선언을 하는 자세는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크고 작은 일들, 경중에 따라 그에 맞는 남북사이 당국 간 대화를 해야 한다. 또한 상대의 주권적 실체를 외면하고 이른바 우호세력(‘작전계획 5027과 5029를 능가할 북정권 붕괴작전에 사전 비밀공작으로 구축해 놓은 우호세력을 활용한다’는 합참의 ‘적중심파괴 안정화작전’ 참고)을 키우려고 하는가하면 그 무슨 취약계층만을 거론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있을 수 없는 주권침해이며 하물며 동족사이에는 배반이고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남북합의에 반하는 외세공조 동족대결정책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7.4성명에서의 자주, 평화통일정신과 6.15공동선언에서의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선언에 더 이상 외세는 이 땅에 발붙일 근거를 잃게 되었다. 따라서 남북합의에 반하는 동족을 겨냥한 외세와의 군사동맹이나 외국군 강점, 북침전쟁연습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넷째, 우리민족끼리 자주적 평화통일에 장애가 되고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제거해야 한다. 바로 국가보안법 철폐이다. 이 반인권, 반통일 악법은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6.15공동선언 등 이행을 위한 활동을 불법화하며 통일애국인사들을 잡아가두고 있다.

다섯째, 남북관계발전에 백해무익한 상대체제에 대한 비방 중상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일부 반북세력의 대북삐라살포는 자칫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 정권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상대체제를 비방하고 내정을 간섭하는 이른바 인권공세를 중단해야 한다. 객관적 확증이 없는 이른바 북인권 조사를 외세와 공조하고 심지어 이른바 북인권사무소를 유치하는 등 상대를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남북관계를 경직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남북이 합의한 자주적 평화통일로의 약속에 반하고 헌법전문과 대통령 취임선서에 제시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역행하는 외세공조와 동족대결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구체적 사례 한 가지만 더 든다면, 지난 4월 25일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국가이익이나 평화에 반하는 합의를 하고 있었다. 바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강화와 한·미·일 군사정보보호약정에 합의했다. 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은 MD체계 강화의 필수적 조건이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배치 가능성을 공언했다. 이로써 한미사이 MD체계의 상호 운용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 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군사적 패권 강화와 특히 우리의 통일 상대인 동족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박근혜 대통령은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 의해 2015년으로 연기된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다시 연기해달라고 구걸했다. 동족대결에 도움이 된다면 국방주권을 외세에 내맡기는 것까지 서슴지 않았다.

올해에도 6.15민족공동행사를 치르지 못했다.
2008년 금강산에서 있었던 ‘6.15공동선언발표 8돌 기념 민족통일대회’를 마지막으로 남과 북 해외의 민족공동행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의해 거부당하고 있었다. (자유민주주의체제로) 북의 변화를 유도하여 북정권을 붕괴시키고 흡수통일하려는 가능하지도, 있을 수도 없는 망상이 오늘의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고 있다.

그러나 온 겨레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한결같은 염원은 멈출 수가 없다.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5.24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또한 북에 쌀 한 톨, 동전 한 닢마저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대결자세 때문에 문을 닫았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 그리고 핵전쟁의 참화를 불러올 오는 8월에 감행될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북침전쟁연습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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