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활성화의 열쇠는 6.15 공동선언 정신이다

2010.02.02 11:0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5320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로 얼어붙은 남북관계 녹여야-

                                                                                                              권오헌(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새해 들어서도 남북관계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비상통치계획 ‘부흥’이니 ‘선제타격’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서해에서는 연사흘째 포성이 울리고 있다.

일부 망상적인 극단주의 논리가 그 무슨 ‘점령통치’의 호기를 노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단의 고통을 안고 65년을 살아오고 있는 온 겨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동족끼리의 소모적인 대치국면을 살 속 깊이 아파하고 있다. 불신과 대결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부딪힐 수밖에 없고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그 어느 곳보다 가공할 화력으로 맞서고 있는 이 땅에서 만에 하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남북이 서로 주장하는 체제, 제도의 우월성을 비롯하여 건설된 재화도 문화유산도,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 모두는 잿더미가 될 것이고, 전 세계는 되풀이된 동족상잔을 비웃을 것이며, 탐학한 패권주의 세력들의 점령 쟁탈장이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소름 끼칠 일이다. 그래서 이 최악의 재앙과 비극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반민족, 반통일 반평화적인 불신과 대결을 당장 거둬드리고 화해협력과 자주통일로의 민족적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요구되고 있는 오늘이다.

수십 년 만의 혹한에 100년만의 폭설이었지만, 자연의 봄은 어김없이 다가와 쌓였던 눈더미도 얼어붙었던 대지도 녹여내고 있다. 그런데 오늘의 남북관계는 마치 봄을 시샘이라도 하려는 듯 어렵게 대화국면에 접어들고 있었지만, 극단주의자들의 인위적 장애 조성으로 모처럼의 봄기운에 찬물을 끼얹고, 남북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북측은 새해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적극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었고, 이에 남측은 대통령 새해연설에서 ‘올해는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하지 않았고 관계개선의지를 표명했었다. 이러한 유화적 기조는 이미 지난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원자바오 중국총리 등의 평양방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김기남 특사조의방문단장 등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의방문과 청와대 면담, 북 외무성 미국국장 등의 워싱턴 등 동북아협력대화 참석, 보스워즈 미 대통령 특사의 평양 방문과 오바마 대통령 친서 전달 등으로 이어진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하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6자회담을 통한 한(조선) 반도의 비핵화라는 조율된 바탕의 연장선으로 이해되었었다.

이러한 남북사이, 북미사이의 대화국면이 봄기운이었다면, 이를 시샘한 꽃샘추위의 당사자들은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 당국자들이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통일부는 근거도 없이 북의 급변사태를 상정한 비상계획 ‘부흥’과 ‘통일대계탐색연구’ 등을 통해 사실상 ‘점령통치 흡수통일’ 속셈을 드러냈고,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른바 ‘북한정책포럼’에서 평화협정과 대북제재 해제는 비핵화가 진전된 이후에야 검토할 수 있다는 요지로 대북 제재를 강조했으며, 국방부장관은 선제타격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계획과 발언들은 어느 일간지 ’사설이 말하듯 ‘북한이 반발하더라도 대수롭지 않으며 오히려 남북 간 긴장을 유발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듯한 인식마저 묻어난다.’

참으로 민족존망이 걸려있는 긴장국면으로의 이 같은 무책임한 발언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7ㆍ4 남북공동성명을 비롯하여 남북기본합의서, 6ㆍ15 공동선언, 10ㆍ4 평화번영선언에 배치되는 반민족 반통일 반평화 행패일 뿐만 아니라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나는 무모하고 호전적인 폭언이 아닐 수 없다.

2월 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6ㆍ15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가자

이처럼 극단적인 발언과 이를 의식한 대응포사격훈련 등으로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월 1일,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는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잡혀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부분의 남북당국 간 대화가 끊기고 있는 가운데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 개 안되는 대화창구이기도 하다. 통일부는 28일 예정대로 회담에 나가겠다며 대표단 명단을 북측에 전달하였다.

29일엔 다보스 경제 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BBC와의 회견에서 “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돼있다”며 “양측 간에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이른바 북핵포기, 국군포로, 납북자 말이 빠졌다. 언론들이 다투어 보도하듯이 남북정상회담에 진일보한 발언이었다. 이 같은 발언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그리하여 전쟁의 먹구름을 거둬내고 봄소식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무회담에서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려면 불신과 대결자세를 과감하게 벗어 던져야한다. 바로 개성공단의 연유가 된 6ㆍ15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2월 1일에 열릴 4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지난 19일~20일까지 진행된 해외공단 공동시찰에 대한 평가회의에서 결정되었다. 그런데 평가회의 과정은 불신과 대결의 전형을 보여주었었다. 평가회의 의제로는 남측에서 낸 통신, 통행, 통관으로 말해지는 3통문제와 북측에서 제기한 북측근로자 임금문제와 토지임대료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었다(언론보도).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이틀 동안의 평가회의에서는 공동합의문 등이 전혀 없었다.

다만 남측에서는 통일부 대변인과 회담을 마치고 온 김영탁 통일부 상근회담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북측에서는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 기사(평가회의 참가자와의 대담)를 인용한 언론보도들로 양측 입장을 어림하게 되었다. 줄여 말하면, 4차 실무회담의 의제로 남측은 ‘3통문제와 숙소건설문제’라고 했으며, 북측은 ‘로임(임금)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하는 조건에서 다음접촉을 동의해주었다’였다. 이렇게 실무회담 의제와 관련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의제뿐만이 아니었다. ‘부흥’ 계획 등에 따른 남북 관계의 장애조성 문제, 해외공단 임금실태 제시와 개성공단 북측근로자 임금개선문제 등 남북은 엇갈리는 내용을 말했다.

여기에서 다 밝히지는 않겠지만, 이와 관련한 한 인터넷 신문의 회담평가 글로 대신한다면 김영탁 대표는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답변하면서 <있었던 일을 없다고 말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러한 실수는 전파를 타고 전국적으로 <오보>가 되고 말았다. 이정도면 국민들로부터 <거짓말 브리핑>이라는 질책을 받아도 통일부는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통일부(정부)는 이번 진실게임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언론으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열린다면 쟁점은 아무래도 북측근로자 임금과 토지임대료 개선문제일 것이다. 의제설정에서부터 남측은 구태여 거론되지 않았다 했고 북측은 해외공단의 구체적 사례를 들며 개선책을 말했기 때문이다. 남북은 경색국면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개성공단의 활성화를 위해 해외공단 공동시찰을 했고, 남과 북이 제기한 3통문제 근로자 숙소 근로자 임금 등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평가회의를 가진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남북은 이번 실무회담 통해 임금문제 등에서 합리적인 합의 이뤄야

개성공단은 남북사이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면서 평화와 통일로의 발판이었다.

공단이 자리 잡은 곳은 군사분계선에서 10km의 거리에 있는 북측으로서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곳에 있던 군사시설을 비롯한 공장, 기업, 농업시설 지역주민까지 이주시키면서 공단터전을 남측에 내준 것은 6ㆍ15 공동선언의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살린 민족적 화해와 경제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을 위함이었다. 2000만평의 터에 800만평의 공단과 1200만평의 배후도시가 계획되고 있었다. 2009년 10월 말 현재 116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39,000여명 북측 근로자가 남측 근로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 2005년 1월부터 2009년 10월가지 누적 생산액 7억 2859만 달러, 1억 1950만 달러를 수출했다. 따라서 개성공단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펴낸 ‘개성공단의 투자매력도와 우리 기업의 진출전략 연구’(2005.8)에 따르면, △동일 언어의 이점 △질 좋은 노동력 △저렴한 임금, 지리적 인접성 등을 들며 “해외투자지역으로서 각광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도 개성, 칭다오, 베트남 공단과 비교할 때 투자선호도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임금만 보더라도 베트남 134달러, 칭다오 100달러인데 비해 개성공단은 57.5달러였다. 생산품을 불과 7시간 만에 반입해 판매할 수 있는 지리적 인접성, 육로를 통한 저렴한 운임, 북측 근로자의 언어소통원활과 높은 교육수준, 기술수준, 저임금 등을 꼽았다. 이전 정부 때처럼 화해협력국면이 이어지는 한 개성공단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공단이 세워지고 기업이 입주하여 생산시설이 갖추어져 원자재가 준비되어 있다 해도 이러한 요소들을 가치로 창출해 낼 수 있는 노동력 투여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기업들은 그 크기와 관계없이 근로자에 대한 대우, 바로 노ㆍ사 합의에 의한 합리적 임금책정을 하게 된다. 개성공단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40,000여명에 이른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문제는 공단운영관리의 중요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북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임금(로임) 문제와 토지임대료의 합리적 개선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는 임금만을 알아보기로 한다. 현재 북측 근로자의 한 달 임금은 57.5달러이다. 이것은 2009년도에 5%로 인상된 금액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0,000여만 원 정도일 것이다. 숙련노동자들이 하루 임금도 안 되고 가장 열악한 비정규노동자 평균 임금의 1/20 수준이다. 이것이 사실일까 할 정도였다. 공동시찰 평가회의에서 북측은 해외공단 임금수준이 200~300 달러이고 500달러가 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남측의 김영탁 대표도 100달러 이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4월 22일 중소기업 진흥공단 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개성공단 실질임금 수준은 중국 칭다오의 1/3 수준이지만, 노동생산성 수준은 중국보다 8% 높다고 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개성공단에 관한 소고’에서 북측 근로자의 임금 75달러(사회보험료 등 포함)는 우리 돈으로 93,000원이라면서 300% 인상한다 해도 281,000원으로 남측 최저임금 900,000여만 원의 30%라며 이러한 수준의 임금인데도 기업 상황이 어려운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은 고용자와 피고용자와의 계약에 의하여 성립된 노동 용역의 보수라는 사전적 의미 말고도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자 자신의 노동력 보존과 가족의 최저 생계 그리고 그 사회의 평균적 문화적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기도 하다. 모든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을 권리는 국경을 넘어 국제 노동규약이 규정하고 있다. 생계비 계산에서 남북 간 차이가 인정된다 해도 남측 비정규직 노동자의 1/20 수준의 개성공단 임금체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북측은 해외공단 임금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북측 근로자의 최저생계비인 120 달러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이번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토대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합의를 이루어 낼 것을 기대한다. 그리하여 남북당국 간 대화의 유일하게 가동되는 작은 창구이지만 함께 만족하는 합의를 이루어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금강산, 개성관광과 관련 남측에서 수정 제의한 실무회담도 성공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지 표명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통일뉴스 10년 1월30일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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