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경제안보동맹

 

 

206132_90822_431.jpg  [기고]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표적 경합주인 위시콘신주 밀워키의 한 노동절 기념 연설에서 한국재벌기업의 미국투자 사실에 대해 자랑하고 있었다.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에서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 이어 “한국기업총수가 왜 미국에 투자하는지에 대해 내게 뭐라고 했는지 아나? 우리가 가장 안전한 환경과 최고의 노동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 “우리는 미국산 제품을 쓰는 미국공장들에서 미국산 노동자들과 함께 미국의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이 같은 한국기업의 미국투자 자랑은 그가 지난 5월 아시아 행보 중 맨 먼저 한국을 방문,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를 돌아보고, 그날 밤 중앙박물관 만찬장에 초대된 한국의 5대 그룹총수, 6대 경제단체장 그리고 상당수 대규모 재벌기업 총수들로부터 들었던 말인 듯싶었다.

당시 한국 재벌기업들이 밝힌 대미투자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54조원 대에 이른다고 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총 105억 달러(약 13조 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70억 달러(약21조 6천억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건설계획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SK, 삼성, SDI 등도 2025년까지 17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서 배터리공장을 지을 계획을 밝혔다. 그 뒤에도 7월 최태원 SK 회장은 백악관을 방문,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등에서 미국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탐욕스러운 자본은 이윤추구의 극대화 말고도 국적이나 국명을 초월하여 이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침투하는 생리를 갖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극심했다. 그런데 오늘 미국은 그 악명 높은 세계화 과정에서 온 인류에게 들씌운 빈부격차, 사회양극화의 주범에서 슬그머니 중국견제, 자국우선 보호주의 정책으로 돌변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미국으로 왜 한국 재벌기업들이 떼져가고 있을까? 거기에 한미 사이에만 존재하는 블랙홀이 있었다. 바로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한 ‘경제안보동맹’이란 마술(魔術)로 바이든과 윤석열 대통령이 합창했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마력(魔力)이었다.

시간을 돌려 지난 5월 바이든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의 평택 삼성전자 공장 앞에서의 발언을 들어보자.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며 “오늘 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환영사를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삼성이 텍사스주 테일리시의 파운드리 공장설립에 17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사의를 표하고 또 삼성이 스텐란티스사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합작투자를 결정한 데 평가했다. 이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파트너들, 바로 한국과 같은 국가들과 협력해서 필요로 하는 더 많은 것들을 동맹 및 파트너들로부터 수급 받고,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자국으로의 투자유치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양국동맹 강화야말로 전 세계의 안정과 평화번영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들에 의존하지 않는 한·미간 기술동맹을 발전시키자.”고 사실상 중국견제, 한미동맹 강화를 펼치고 있었다.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한미 간 가치공유, 경제안보동맹, 견제해야할 국가들로부터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확보 등 온갖 마술적 용어를 동원하여 미국으로의 투자유치극을 벌였다.

당시 한미정상회담 결과 한국은 과연 어떤 성과를 얻었을까.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그 성과를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비전확보,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 등 행동하는 한미동맹, ∇경제안보기술 동맹구축, ∇IPEF참여 등 인-태지역과 국제적 현안에서 한국 역할 확대, ∇양 정상간 돈독한 신뢰관계구축 등을 꼽았다.

이상 내용이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외교정책이라면 몰라도 민족의 존엄과 이익, 자주와 통일, 평화와 번영측면에서는 오히려 동족대결과 침략외세와의 공조체제만 강화한 측면이 뚜렷했다. 확장억제전략은 핵전쟁 위협을 가속화시킬 수 있고,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 범위, 규모 확대는 동족을 겨냥한 한미공조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끼어들게 했고, 미국의 전략자산전개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시키게 될 것이며,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었다.

반면 미국은 엄청난 선물보따리를 챙겼다. 앞서 밝혔듯이 한국재벌기업들로부터 5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유치를 얻어냈고, 한미동맹을 중국을 포위하는 경제적 역할로써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이끌어 냈으며, 대만해협과 지역의 인권문제를 거론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데 동참시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게까지 했다. 조 바이든으로서는 입이 귀밑까지 벌어지게 하는 푸짐한 선물을 거둔 셈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보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3월 1일 연두교서(시정연설)에서 ’바이 아메리칸(Buy Amreican)을 강조했다. 항공모함 갑판부터 고속도로 가드레일용 철강까지 모두 ‘미국산’을 쓰겠다고 했다. “더 많은 차와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고함쳤다. 그리고 지난달 미 상·하원을 통과한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8월 9일과 16일에 각각 서명 발효시켰다.

먼저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특히 전기차 구입시 소비자 지원금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바로 미국 내에서 조립 및 생산된 전기차에 한에서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미국의 경쟁력 강화와 중국견제를 명분으로 내건 이 같은 입법추구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천만원)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한국의 현대, 기아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차별금지규범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대우조항에 위반이기도 했지만 미국은 개의치 않았다. 반도체 생산비중을 올리려는 목표와 중국견제 의도가 분명한 ‘제3국 투자금지 조건부 보조금’이라는 생소한 기업활동 제한규정을 담은 ‘칩과 과학법’도 예삿일이 아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거나 할 예정인 삼성전자나 에스케이(SK) 하이닉스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따른 차질이 불가피하게 될 터였다.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는가 하면 대규모 미국투자 삼성이나 SK 등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에서 가동중인 반도체사업을 최악의 경우 정리해야 한다는 초비상이 걸리게 되었다. 뒤늦게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수장회의에 이 문제를 들고 갔다. 3국 안보실장회동 하루 전에 있었던 한미개별회담에서 이 두 법과 관련 한국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 NSC차원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미측으로부터 긍정적 답변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미일 안보실장회담이 있은 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3자회담 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동맹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할 것”이라고 광고했다. 이렇게 미국의 우선 현안은 ‘중국포위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협력’이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의 ‘경제안보동맹’은 처참하게 배신당했다. 그 무슨 ‘한미동맹재건’이란 이름으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위해 한중 관계 희생까지 감내하며 미국 주도 ‘IPEF’와 ‘칩-4’ 등에 참여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고 말았다. 또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 작업에 전의를 가지고 동참했지만 결과는 ‘등 뒤에 칼’을 맞는 꼴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정부는 최근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에 파견, 위싱턴디시(DC)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통상장관 회의를 갖게 했다. 그리고 양쪽 장관급 차원에서 처음으로 미국 ‘인플레 감축법’ 전기차 세액공제 문제에 대한 협의를 벌여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별도의 양자협의채널(engagement channel)을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으니만큼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들이다. 때문에 현대차가 엄청난 돈을 퍼부어 미국에 전기차 조지아주공장을 2025년까지 완공한다면서 이 공장 완공될 때까지 ‘인플레감축법’ 시행을 연기해 달라고 했지만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전략적 방향성’이 담겨 있으므로 “한국을 위해 바꾸기는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한국 법무부나 할 수 있는, 국회에서 제정된 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미국에는 아마도 없는 듯하다.

이른바 ‘안보동맹’을 빌미로 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강도급 탐욕질은 허다하다. 몇 가지만 든다면 연합토지관리계획(LPP : Land Partnership Plan)(1999)에 따라 2001년부터 미군공여지 반환과 관련하여 한국측은 대체시설건설(평택미군기지) 추가매입공여, 매입비용을 부담하고 미국측은 희망하는 기지에 대한 대체시설건설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으나 미측은 끝내 평택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건설비용 15조원에 가까운 돈을 거의 한국측에 부담시켰다. 또한 주한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약 540만평을 포함한 아직도 800여만 평을 강점하고 있으면서도 사용료를 내기는커녕 그들이 쓰는 수도, 전기 등 비용조차 한국에게 부담시키는 강도짓을 하고 있다. 2022년 주한미군 강점비 1조 2472억원을 포함 그 몇 배에 달하는 기지사용료를 한국이 대주고 있다. 결국 미국은 그 무슨 ‘안보동맹’, ‘가치동맹’, ‘경제안보동맹’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익이 있는 곳에 미국우선이고, 미국유일이며, 그 모두가 워싱턴을 위해 고안된 언어일 뿐이다.

21세기 주권평등시대이다. 그리고 예속이 아닌 자주시대이다. 이것이 오늘의 국제정의이다. 아직도 낡은 냉전과 대결시대의 해묵은 캡슐에 속박되어 있어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과학기술과 그 활용의 잠재력, 5천년 이어온 혈연공동체의 단결력, 분단이 아닌 하나로 되었을 때의 민족적 자긍심과 폭발적 애국역량은 이 지구상에 넘볼 세력 없을 것이다. 그렇다! 제국주의 패권시대의 낡은 예속동맹 말끔히 벗어던지고 자주통일, 평화번영시대를 열어 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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