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도, 죽이는 전쟁연습도 하지 마라!

모든 사람에게 생명권과 존엄성을, 모든 나라와 민족에게 자주권과 생존권을


권오헌 /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신문보기가 겁나는 우리 사회

하루하루 신문보기가 겁이 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대형 참사 말고도 병영에서 사회에서 엽기적 살인이 이어지고 전쟁의 이름으로 수많은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뉴스속보로만 알리던 살인과 학살 소식이 언제부터인가 예삿일처럼 일상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이 사람도 언젠가는 그 삶을 다하게 된다. 바로 자연사이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을 의도적으로 또는 그대로 두면 죽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이는 살인행위가 된다(미필적 고의 포함). 그래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것은 인륜에도 자연에도 반하는 범죄행위로 된다. 이러한 반생명 반인륜 범죄는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생명존엄의식을 엷게 한 사회적 책임도 있다. 또 구성원의 생명과 인권을 책임질 국가(기관)의 책임도 있다. 아직도 그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늦어지고 있는 최근 사례가 그것들이다.

서둘렀다면 대부분 충분히 구조되었을 그 황금시간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최고통치권자가 일곱 시간이나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 국가최고비상사태를 방치하여 끝내 300여 생명을 죽게 한 일, 따돌림을 받아온 병사가 무차별 사격을 가하여 동료병사를 죽게 한 일, 병영 상급자들이 하급병사를 집단적으로 매질하여 죽게 한 일, 여학생들이 나이 든 남자들과 공모하여 또래 여학생을 입에 담을 수 없는 엽기적 만행으로 죽여 사체를 유기한 일, 오래전에 죽었다는 버려진 남편사체 위에 또 다른 남자를 죽여 고무통 속에 방치하는 등 사람세상에서는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반인간 반인륜적  야만행위들가 자행되었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비극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보다 돈이 우선되는 이윤추구사회, 계급사회의 폭력성이 방치되고 있는 병영의 폐쇄적 환경, 가족도 친구도 사회도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 극단적 개인주의 등, 전반적인 사회구조적 모순과 인간이성이 마비된 병리현상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반인륜 야만행패 중에는 전쟁행위가 있다. 앞에서 말했던 하루하루 신문보기가 겁이 났다는 말속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범죄적인 무차별 학살이 시기적으로 겹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대량학살 하는 범죄, 그것은 국경과 인종, 종교와 문화를 뛰어넘는 온 인류의 분노와 규탄의 대상이다. 오늘 우리가 다 같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되고 있음과 같이 오늘 온 세계의 양심은 맨몸으로 저항하는 어린이에 중무장한 군인들의 일방적인 살육만행에 분노하고 있다. 원래 이 같은 이스라엘군의 반인륜 전쟁범죄가 이 글의 주제였지만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죽음들이 이어지고 있어 앞글이 장황해졌다.

전쟁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공동체사회에서 경쟁사회가 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남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과정에서 더욱 치열했으며 전쟁장비(무기)의 발달로 대량살육과 파괴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글은 그러한 전쟁사가 아니다. 오늘 이 시간 자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학살만행을 말한다. 가장 잔인하고 야만적인 인종청소 같은 살인전쟁을 말한다.

이스라엘 살인자들의 반인륜범죄를 고발한다

그랬다.
그것은 전쟁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국가이익이 걸려 있는, 양보할 수 없는 조건에서, 우열관계가 있지만 공격과 방어수단을 갖춘 쌍방이 벌이는 전쟁이 아니었다. 기껏 로켓포 몇 십 문으로 저항하는 ‘하마스’에 살인자들은 가자지구 전체를 물샐틈없이 바다와 하늘과 땅에서 포위·봉쇄한 채 최첨단 장비로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며 비행기로 함포사격으로 미사일로 탱크로 이 잡듯 살육만행을 자행했다.

지난 7월 8일 이스라엘 살인자들은 이른바 ‘프로텍티브 에지(견고한 절벽작전)’란 이름으로 하루 동안 적어도 273차례의 집중폭격을 퍼부어 27명을 죽이고 130여명을 다치게 한 이후 8월 1일 72시간 잠정적 휴전합의가 이뤄졌을 때까지 1460여명을 죽였고 8000여명에게 부상을 입히게 했다. 외신 등 언론이 전하는 극히 일부만을 짚어보며 살인자들의 반인륜범죄를 고발한다.

학살만행의 명분은 6월 12일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청소년 3명의 실종사건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를 배후로 지목,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팔레스타인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감행했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 배경은 6월초 팔레스타인 파타정부(팔레스타인 민족해방기구.요르단강 서안지구 통치)가  하마스정부(가자지구)와 손잡고 통합정부를 꾸리기 위한 과도정부를 구성했고 국제사회가 이를 사실상 용인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파타정부만을 협상대상으로 인정했던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송두리째 없애려고 이 같은 인종청소 살육만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살인자들은 하마스 무장대원을 공격한다며 민간 건물이나 일반가정, 길거리까지 무차별 폭격을 감행했다. 두 돌도 채 안된 아기 무함마드의 몸이 폭격으로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게 했고 난민촌을 공격하여 살라 나와스라(23)와 임신 4개월인 그의 부인을 죽였다(7월 9일). 10일 새벽 1시 30분,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 사는 50대의 재단사 부부와 자녀 6명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한꺼번에 모두 숨졌다. 당시 집에 없었던 큰 아들 야시르 알하리(27)가 하마스 대원이란 이유로 폭격대상이 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이슬람 사원과 장애인 보호소 등 종교·보건 시설에도 무차별 폭격을 감행(7.12), 하루 동안 52명을 죽게 했으며 은행과 병원사무실 기술대학 등 민간시설과 (7.12) 베이트 하눈 가자시티, 칸 유니스 등의 7개 상수도관이 파괴되면서 3만1000여명에게 물공급이 중단되었다. 무차별공습으로 완파 또는 반파된 집이 940채 모두 5000여명이 삶의 터전을 잃게 했다(7.13).

이스라엘 학살자들은 공습, 미사일공격, 함포사격에 이어 공격 10여일 만에 가자지구 경계를 넘어 지상군을 투입했다(7.17). 탱크와 70톤이 넘는 초대형 방탄불도저를 앞세운 살육과 파괴작전을 감행했다. 또한 가자지구 동부 샤자이야에서만 하룻밤 사이 70여명이 목숨을 잃고 그중에는 어린이가 17명 여성 14명이 포함되고 있다. ‘피의 화요일’이었다(7.20). 그리고 강철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 21일 오후 기준으로 사망자 505명 가운데 79%인 397명이 민간인이었다. 가정집 완파 464채를 포함, 2945채가 훼손됐고 학교 45곳, 모스크 54곳, 구급센터 1곳, 병원 4곳이 파괴되었다(7.21).

피의 일요일을 피해 가자시티 중앙에 있는 고층아파트를 임대해 피난했던 킬라니(54) 일가족은 화요일 밤사이 무차별 공습으로 독일시민권을 가진 그의 일가족 12명이 모두 죽었다(22일). 10층 건물 절반이 위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다. 5층과 6층 사이에 눌린 주검은 몸의 절반을 건물 바깥으로 드러낸 채 매달려 있었다.

학살자들은 가자지구에서 유엔이 피난민 대피시설로 운영하던 학교시설을 공격하여 한 살 짜리 아기와 유엔직원을 포함해 최소 16명을 죽였고 200여명을 다치게 했다. 운동장에는 피가 흥건한 웅덩이가 생겼고 아이들의 주검은 찢어져서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7.24).

또한 가자지구 중부 다이르알 발라흐 마을에 이스라엘 탱크가 포탄을 퍼부었고 출산을 앞둔 23살의 임심 8개월 예비엄마 샤이마 까난은 무너진 집에 깔렸다. 까난은 병원 수송 중 숨졌다. 그때 뱃속아이가 꿈틀대는 것을 발견한 의료진은 긴급절개수술을 하여 여자아기인 샤이마가 태어나 울음을 터뜨렸다(7.25). 이렇게 25일 하루에만 115명이 목숨을 잃어 이날까지 817명이 죽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2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주검수습과 부상자 후송 등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정전에 합의했다. 이 시간동안 가자지구 안에 있는 건물잔해에서 주검 147구가 발굴되어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047명까지 늘어났다(7.26).

이스라엘 살인집단은 가자지구 북부의 샤티 난민촌 놀이터를 폭격, 어린이 9명 등 10명이 숨졌고(28일),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의료시설인 시파병원에 딸린 건물도 폭격을 당해 40여명이 다쳤다. 살인자들은 28일 밤과 29일 새벽사이 가자지구 하늘에 조명탄을 환하게 쏘아 올리며 육상, 해상, 공중에서 학교와 유치원, 이슬람사원 등을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감행하여 하룻밤사이에 적어도 60여명을 숨지게 했다.

또한 학살자들은 7월 30일 새벽 4시 30분께 가자지구 북부 자빌리야에서 유엔이 대피소로 운영하는 여학교에 탱크로 공격, 교실 2곳과 화장실 1곳에 명중해 19명이 숨지고 120명을 다치게 했다. 30일 오전 공세에서만 35명이 숨졌다. 이렇게 23일째인 이날까지 1258명을 죽였다. 이보다 앞서 29일 새벽에도 미사일공격으로 가자지구의 유일한 화력발전소가 파괴되었다. 이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에 대한 ‘집단처벌’에 해당되며 제네바협정이 금지하고 있는 인도적 재난의 ‘전쟁범죄’ 행위였다.

2014년 8월 1일 오전 8시(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두 번째 72시간 휴전에 들어갔다.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주민 등 1460명이 숨지고 8000여명이 부상당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식량과 의약품을 조달받고 사망자를 매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또한 수도와 발전시설설비 등 파괴된 기반시설의 일부 복구도 가능할 것으로 언론들은 전망했다. 72시간 휴전 중에 본격적인 회담을 통해 장기평화까지도 기대할 기회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학살자는 학살의 본성을 가리지 않았다. 저들의 전술기회에 따라 폭격을 계속했다. 본격적 전면 재공격은 없었지만 72시간 휴전발효 이후에도 이어진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피해는 계속 늘어나 8월 11일 현재 총 1939명이 죽고 1만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학살기간 이스라엘군의 사망은 67명이었다.

이 같은 이스라엘 학살만행은 1948년 5월 14일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의 건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른바 중동전쟁으로 불리는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분쟁사를 짧게 짚어보기로 한다.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분쟁사

다 알려졌듯이 이스라엘(유대인)은 2000여년 전 로마제국에 의해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세계 각지 (유럽과 러시아 등)로 흩어져 살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땅에는 아랍인들이 자리 잡고 살아 왔다.

1차 세계 대전시기 팔레스타인 지역도 대부분 아랍세계와 함께 오스만 터키 제국의 통치하에 있었다. 독일과 터키제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던 영국은 아랍인들의 군사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지역의 독립을 약속하는 이른바 ‘맥마흔 서한(1915-1916)’을 교환했고 다른 한편 전쟁승리를 위해 로스 차일드 가문과 같은 은행재벌 등 유대인의 전쟁자금이 필요했던 영국은 별도로 팔레스타인에 유대인국가 건설을 약속한 ‘밸푸어선언’을 하는 아랍인과 유대인들에 모순된 이중약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1세계대전이 끝난 뒤 1920년 산제보 회의에서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통치안이 통과됐다.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은 영국의 배신에 격렬하게 저항, 반영투쟁과 독립투쟁을 하게 되고 영국은 위임통치권을 이용,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이주정책을 강행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47년 11월 국제연합(유엔)은 팔레스타인의 약 56%를 유대국가에 43%를 아랍국가에 할당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은 영토의 87.5%를 소유하고 있었고, 유대인들은 6.6%만을 소유했었는데도 이처럼 미·영의 입김으로 불공정한 할당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유엔의 부당한 분할안에 유대인들은 받아들였지만 아랍인들은 이에 따를 수 없었다. 수백만의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2000년 넘게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1948년 5월 14일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을 건국했고 이로써 유대인과 아랍인들 사이의 죽느냐 사느냐 하는 이른바 ‘중동전쟁’의 단초가 된 것이다.

1948년 5월부터 49년 3월까지 이어진 1차 중동전쟁 결과는 이스라엘의 승리였고, 팔레스타인 영토의 78%를 장악했다. 나머지 22%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으로 분리되어 가자지구는 이집트의 통치하에 서안은 요르단의 통치하에 1967년까지 계속 되었다. 1956년 2차 중동전쟁에서 이집트는 시나이반도를 점령당하는 참패를 겪었고 1967년 3차 전쟁(6일전쟁)에서는 43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추가로 쫓겨났고 남은 100여만 명은 이스라엘의 군사점령 하에 놓여지게 되었다. 결국 팔레스타인 지역 대부분을 이스라엘이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이스라엘군에 점령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아랍제국의 연패는 아랍인들의 단결력과 전의가 부족한 면도 있지만 결정적 요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첨단무기 제공과 경제적 군사적 지원 때문이었다.

1969년에 결성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는 각기 다른 이념을 가진 여러 정파들이 있었다. 주류는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끌던 파타당(팔레스타인 민족해방운동)이고 현재 서안지구의 대표기구이다. 이른바 이들 온건파는 이스라엘과 공존을 감내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대학살이 감행되고 있는 가자지구에는 1987년 1차 인디파타(팔레스타인 민중봉기) 이후 마흐메드 야신이 창설한 하마스(이슬람저항운동)가 집권하고 있다(야신은 2004년 3월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되었음). 2006년 치러진 자치의회 선거에서 하마스가 132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74석을 따내며 압승을 하면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최초의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이 되었다.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군한 후 하마스의 승리가 있자 이스라엘은 가자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슬람주의 정치세력의 집권을 달가워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에 지원해 온 각종 원조를 동결했다. 그것은 하마스의 독자정부 출범 1년만인 2007년 2월 서안지구의 파타와 거국정부구성에 합의한 이유였다. 이스라엘 학살자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침공을 감행(2008년 12월) 22일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 1400여명을 죽였다. 특히 2012년 11월에는 하마스 소속 군참모총장을 암살하고 무차별 공습을 자행했다. 시도 때도 없이 살육과 파괴를 일삼았다.

이스라엘 학살만행의 배후이자 한반도 평화통일에 결정적 방해자, 미국

위에서 보았던 이스라엘 살인자들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과 학살만행은 ‘전쟁과 폭력을 고발한 20세기 묵시록적 작품’으로 불리는 ‘게르니카’를 연상케 한다.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사람, 미친 듯 울어대는 말, 사람과 동물의 고통을 묘사한 전쟁의 야만성과 폭격의 잔혹성을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1936-39년, 선거에서 이긴 합법적인 인민전선정부와 파시스트 프랑코 반란군 사이의 전쟁) 당시 1937년 4월 26일 프랑코 반군을 지원하는 독일공군 ‘콘돌군단’의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 위치한 작은 도시 게르니카(Guernica)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노인과 부녀자 어린이를 포함한 1654명을 죽게 하고 889명에게 부상을 입힌 대재앙을 묘사한 작품이다. 피카소는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대학살 이틀 뒤에 이 소식을 듣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붓을 들어 이 작품을 완성했다. 바로 ‘게르니카 대학살’이었다.

피카소의 전쟁과 학살만행 고발작품은 ‘게르니카’만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그것은 우리 민족과 관련된, 바로 6.25 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고발한 ‘조선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ea)’이 그것이다. 그림의 왼쪽에는 벌거벗은 여인들과 아이들이, 오른쪽에는 이들을 향해 총과 칼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이 그려져 있다. 겁이 질린 한 아이는 여인의 품속으로 달려들고 있고 아직 전쟁의 참혹함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린 아이는 이 와중에도 흙장난을 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부대가 양민을 학살하고 있는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투구 속에 가려진 총과 칼을 겨누는 학살자들은 경직되고 무표정한 맹목적으로 묘사돼 있다. 전쟁과 학살의 잔인성과 맹목적성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그림이 1951년 1월에 그려졌고 1950년 10월부터 12월까지 미군 전투지역이 38도선 이북이었다는 점, 당시 황해도 신천에서 35,000여 민간인이 학살되었다는 국제민주법률가협회의 보고서(미국의 범죄에 대한 국제법률가 협회의 보고서) 등을 연결해 추정한다면 학살자가 누구라는 것을 어림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팔레스타인에서의 학살만행과 60년 전에 자행된 미군범죄의 잔혹성만을 말하기엔 이 순간 언제라도 총·포탄이 오갈 수 있는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먹구름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외세공조 동족대결 정책이 그렇고, 70년 가까이 이 땅을 강점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핵선제공격을 비롯한 고립압살정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학살만행이 미국에 의한 정치·군사적 지원이 있었다면, 이 땅에서의 미국은 정전협정을 위반하여 영구강점을 기도하고 7.4남북공동성명 6.15공동선언에 따른 우리 민족끼리의 자주적 평화통일에 결정적 방해자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군 격멸, 북정권 전복, 통일여건 조성’이란 군사력에 의한 흡수통일 망상 속에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북침전쟁연습을 자행하고 있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 중지하라

오는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감행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 북침전쟁연습이 또다시 전쟁국면으로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연습에서는 이른바 ‘맞춤형 억제전략’을 실전훈련으로 적용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북의 핵위협 상황을 임의적으로 판단, 선제공격하는 대응 전략이다. 언제라도 미군의 판단에 따라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미군은 을지프리덤가디언뿐만 아니라 키리졸브·독수리연습 등에서 핵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 또 다른 핵타격 수단인 B-52 전략폭격기 등을 제 마음대로 이 땅에 전개시키고 있었다.

오늘 이 땅에는 핵전력이 아니라도 최첨단 대량살상무기로 대치되고 있어 자칫 잘못하여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 민족은 몇 번이라도 절멸될 수 있다.

마침 오늘 이 땅에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며 남북관계 개선의 좋은 기회를 맞고 있기도 하다. 이미 북은 상호 비방·중상 중단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적 적대행위의 중단을 제안했다. 또한 9월에는 아시아인의 평화와 친선을 위한 아시안게임이 열리게 된다. 북측의 동포선수들과 응원단을 조건 없이 따뜻하게 맞아, 화해협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반도 평화와 화해’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시도 때도 없이 북핵 타령만 할 게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 전쟁연습 단을 요구하고 핵선제 공격 선언 철회, 모든 핵공격수단의 전개를 반대해야 한다. 또한 6.15선언, 10.4선언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고 당장 5.24조치 철회,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진정한 통일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비극은 사라져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생명권과 존엄성을, 모든 나라와 민족에게 자주권과 생명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죽이지도, 죽이는 전쟁연습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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