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승완이 관련 프레시안 기사

2009.05.29 09:58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835

승완이 관련 프레시안 기사
글쓴이 : 김혜순    
  잇따른 혈액 사고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대한적십자사가 또 한 차례 악재를 맞았다. 지난 4월말 헌혈후유증으로 쓰러진 대학생이 1주일 만에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나, 그 동안에도 다수의 헌혈후유증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헌혈후유증으로 쓰러져 머리 다친 뒤 병원 치료 중 사망해

지난 5월1일 서울시 W병원 신경외과에서 1주일 전 헌혈후유증으로 쓰러져 머리를 다친 대학생 육 모씨(18)가 사망한 사실이 12일 뒤늦게 확인됐다.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 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나, 헌혈 직후 후유증으로 쓰러져 머리를 다친 뒤 치료 과정에서 '돌연사'한 것이어서 적십자사의 책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프레시안이 현장에 함께 있던 교회 목사와 친구들의 말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헌혈 당일 상황은 다음과 같다.

육씨는 지난 4월24일 평소 다니던 서울 동부의 T교회에서 다른 신도들과 함께 채혈을 위해서 교회를 방문한 적십자사 동부혈액원 소속 헌혈 버스에서 오후 2시30분경 헌혈을 했다. 육씨는 평소 키에 비해서 체구가 왜소했고, 24일 당시 중간고사 기간 동안 밤을 새서 공부를 한 탓에 심신이 피로한 상태였다.

육씨는 평소 헌혈에 적극적이었고(2003년 12월~당일, 총 3회 헌혈), 단체 헌혈에 빠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헌혈에 나섰다. 헌혈 직후에도 육씨는 단체 헌혈이 이루어지는 버스 내부가 복잡해, 5분 정도 침대에 누워 있다가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 후 다른 친구들과 교회 4층에서 노래를 부르던 육씨는 3시15분경 현기증이 난다며 친구와 함께 잠시 나왔다 다시 들어갔으나, 다시 노래를 부른 직후 곧바로 계단 2개 높이의 단상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머리를 다친 직후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고 몸이 경직됐다. 친구들의 응급조치로 5분 후에 의식이 회복됐으나 헌혈한 사실, 넘어진 사실을 기억을 못 하는 등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이 왔다. 그 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적십자사의 간호사에 의해 약 15~30분가량 안정을 취하다,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119 구급차로 근처 W병원으로 후송됐다. 후송 직후 W병원에서 뇌경막 파열로 공기가 흡입됐다는 진단을 받고, 1주일 동안 치료를 받다 5월1일 결국 '돌연사'했다.

이런 육씨의 죽음에는 현재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육씨의 W병원 담당 의사는 "치료 경과도 좋았는데 갑자기 그런 일이 생겨 병원도 당혹스럽다"면서 "최초 원인을 제공한 적십자사에게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헌혈후유증이나 넘어진 후 다친 머리 때문에 사망한 것인지는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헌혈시 얼굴 창백해, 문ㆍ진만 철저히 했더라도...

육씨의 가족과 지인들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면서 적십자사의 부실한 문진 과정 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 육씨와 헌혈을 같이 했고,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육씨의 선배 한모(25)씨는 "평소 ○○가 키에 비해 마른 편이었고 당시 얼굴이 창백해서 '헌혈해도 괜찮겠느냐'고 주변에서 많이 물었다"면서 "혈압도 정상이라고 나왔지만 보건대를 다니는 내 입장에서 보면 형식적으로 혈압을 재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육씨의 교회 담당 목사도 적십자사 직원들의 태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가 중간고사 기간에 밤을 새느라 많이 피곤해 보였고, 어머니도 헌혈을 말려서 걱정이 되긴 했는데, 본인도 헌혈을 원하고 간호사도 괜찮다고 해서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헌혈 직후 충분한 휴식만 취하게 했어도 그렇게까지는 안 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당시 육씨를 문진하고, 채혈했던 동부혈액원 소속 간호사들은 "비중, 체온, 맥박, 혈압 모두 정상이어서 문제 될 게 없다"고 증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2001년까지 적십자사에서 근무했던 김모(42) 씨는 "적십자사 내부지침에 보면 헌혈자가 원하더라도 문진 과정에서 환자의 얼굴색 등을 확인하고 채혈을 거부하도록 돼 있다"면서 "문진이 형식적으로 이뤄졌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휴식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조항은 없지만 충분한 휴식을 당연히 보장했어야 했다"면서 "적십자사가 헌혈 수 늘리는 데 급급한 나머지 꼭 챙겨야 할 것을 안 챙기다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헌혈 후유증 다수 발생해

한편 이미 육씨 이전에도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는 헌혈후유증이 다수 발생해 적십자사가 다수의 헌혈자에게 개인 보상을 해줬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육씨를 채혈한 동부 혈액원의 '헌혈 부작용 신고 현황'을 살펴보면 2001년 11월~2003년 11월까지 2년 동안 총 21명의 헌혈후유증이 발생했고, 그들에 대해서 적십자사는 많게는 개인당 5백70여만 원까지 보상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사례 중에는 육씨와 같이 헌혈 후 의식 상실로 쓰러져 코뼈나 앞니가 부러지는 등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것들도 포함돼 있다.

동부혈액원은 육씨가 헌혈후유증으로 쓰러진 4월24일~30일 1주일 동안 육씨 외에도 2명의 헌혈후유증 환자를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정은 적십자사의 다른 혈액원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이 다른 경로로 입수한 남부혈액원의 올해 1월~3월까지 통계를 살펴보면 총 4건의 '헌혈 부작용 현황'이 기록돼 있다.

문제는 이런 헌혈후유증이 다분히 '인재'라는 데 있다.

남부혈액원의 1월~3월 통계를 살펴보면 총 35건의 '양과다'로 인한 '채혈 부적정 혈액 발생 현황'이 기록돼 있다. 이것은 정량보다 피를 더 채혈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통상 정량의 10%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감안하다면 남부혈액원에서는 총 35명의 헌혈자가 실제 정량보다 10% 초과해 헌혈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갑자기 적정 수준 이상의 피가 빠져나갔을 때 몸에 이상이 가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육씨의 경우처럼, 문진이나 검진이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건강상의 이유로 헌혈을 유보해야 할 이들 뿐만 아니라 명확하게 규정상 금지된 이들에 대한 채혈이 최근까지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 3월 서울 인근 군부대에서 문진과 혈압 측정 없이 채혈을 했다가 나중에 확인을 하니 '기간 미달자'의 혈액으로 밝혀진 일도 있다. 적십자사 중앙혈액원은 3월에만 '기간 미달자' 3인과 AIDS나 간염 등 기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헌혈유보군' 4인에 대해서 채혈이 이루어졌다고 내부 문건에서 밝히고 있다. '헌혈유보군'의 체혈은 최근 문제가 된 간염 혈액 유통의 원인이 되는 것이고, '기간 미달자'의 채혈은 헌혈후유증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이렇게 헌혈 전 문진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적십자사도 내부적으로 인정하는 바다. 적십자사 중앙혈액원은 "최근 빈번하게 '기간 미달자'나 '헌혈유보군'에 대한 채혈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검진자와 문진자가 확인을 한 후, 채혈자도 검진, 문진이 모두 이루어졌음을 다시 확인하는 '중복 확인(PDA Double Check)'을 실시하기로 했다. 적십자사 역시 상황이 심각함을 스스로 확인한 셈이다.

적십자사, "현재까지 방침 정해진 바 없어"

한편 육씨의 죽음에 대해서 적십자사는 갑작스런 악재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사인이 명확하게 규명될 때까지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프레시안은 19일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 및 동부혈액원 담당자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담당자를 대신한 적십자사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얘기할 게 없다"면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지위에 있는 분들이 자리를 비웠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지난 1997년에도 군대에서 헌혈후유증으로 쓰러져 허리를 다친 김모(27) 씨에 대해서 손해 보상을 거부하다, 2001년 서울지법의 강제조정 결정으로 치료비 전액과 2천만원을 보상한 바 있다.

육씨 가족이나 지인들은 "이번 일로 적십자사가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육씨의 아버지는 12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뜻하지 않게 이런 일을 당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면서 "병원에서 사망에 대한 명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아 갑갑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또 "헌혈 전에 실시하는 대부분의 문진ㆍ검진이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이런 불상사가 다른 가족에게는 닥치지 않아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육씨를 담당했던 T교회 지모 목사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어제 밤에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헌혈과 같은 숭고한 이웃 사랑의 실천이 이 일로 기피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적십자사도 시민들이 마음 놓고 이웃 사랑의 실천에 임할 수 있도록 기본부터 챙기는 자세로 쇄신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4개월 동안 헌혈을 3번이나 하다 목숨을 잃은 육씨의 마음 씀씀이에 부끄럽지 않은 자기 쇄신에 적십자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시민들 대다수의 바람일 것이다.


강양구/기자



2004-05-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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