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침묵을 깨며

2009.05.28 15:41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176

침묵을 깨며
글쓴이 : 김혜순    ()   
  방학이라 아침이면 약간의 긴장이 흐릅니다.
열일 제쳐놓고 도서관으로 도망을 치려는 남자와 그래, 너하고 싶은 공부 하려면 뭔가 하나는 해놓고 가라 하며 눈알을 부라리는 여자 사이의 미묘한 긴장.
남자가 이불을 개키고 커피를 타서 함께 마신 다음 속도감있게 가방을 꾸려 인사도 못받고 스스로 열쇠를 잠그며 나간 뒤에야 일순 집안에는 정적과 상실된 평화가 낮게 깔립니다.
참 웃습지요. 산다는 거 말입니다.

며칠 전, 경기문화재단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갔다가 마침 봉례언니 생각이 나서 범야서적에 갔더랬습니다. 그날도 오전에 도서관으로 줄행랑을 쳤다가 점심 얻어먹으러 온 남자를 구워삶아서 도서관에 책을 놓아둔 채 떠난 길이었지요.
여전히 말씀 사이사이 나오는 기침을 막느라 힘들어보이는 봉례언니 왈, 어디서 이렇게 쓸만한 남자를 구해왔냐는 겁니다. 우리집 남자 말입니다. 그냥 웃고 말았지요.

자식과 생이별하듯 개들을 처분하고 게중 가장 아끼던 개는 광양 본가에 놓아둔 박선생님이 큰 결단을 하셨더라구요. 있는재산 없는 재산 다 처분하시고 가게도 접고서 서산으로 9월 1일 이사를 간대요. 넓은 땅에 나무도 심으시고 텃밭도 가꾸시고 더구나 집도 새로 지으신대요. 옴시롱 아지트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안그래도 거둬먹이는 거 좋아하시는 두 분이 그동안 개 때문에 사람구실 못했다며 미안해 하시는데 총회도 거기서 열어주신다고 하고 아무 때나 놀러 오래요.
개털과 종이, 사실 언니에게는 직업병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 오십에 힘든 결단이지만 새 삶을 시작하시는 두 분께 격려도 주시고 옴시롱의 사랑도 떼거지로 보여줍시다.
30날 있는 후원회 총회도 말씀은 드렸지만 한달새로 조립식 주택을 짓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 참석은 어려울 듯하고요. 고이 보내주고 이사하신 다음에 막 귀찮게 해드리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서운하시면.......

다들 어찌 지내시는지요. 요샌 갈수록 이뻐지느라 글올릴 새도 없나봐요. 휴가는 다녀 오셨는지, 하도 어수선해서 피서도 못다녀왔는지 어디 소식좀 실어봐요.
2003-08-10 (00:18)
옴시롱 감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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