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지리산 사전답사기 - 이 용 준

2010.04.21 20:44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806

4월의 섬진강은 아름다웠다

이용준(회원)

3월 말 눈이 내리고 4월 중순이 되어도 눈이 내려 프로야구 정규시즌 사상 눈으로 경기를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그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마침 답사를 가는 기간 꽃샘추위는 싹 가셨다. 서울을 출발하여 하동으로 가는 길은 맑은 하늘이 눈부시게 좋았다.

때마침 하동의 선진강은 벚꽃이 만개하여 온 도로에는 움직이는 주차장이 장사진을 쳤다. 이번 봄기행으로 선택한 지리산 일대는 오감시롱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감시롱 원년 구성원들이 처음만나서 오감시롱의 탄생의 태동이 된 지리산을 택하여 정하는 것이다.

20년 전 조정래의 <태백산맥> 완간을 기념하기 위하여 한길사가 주최한 기행에서 소설의 배경이 된 지리산 일대를 돌아보는 기행이 있었고 기행에서 6조로 편성된 회원들이 오늘의 오감시롱을 만들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때의 사람들이 지금 양심수후원회 회장인 김호현 회장님을 비롯하여 권오헌 선생님과, 김길자, 김혜순, 모지희, 신현부, 모성룡 등 오감시롱과 양심수후원회의 주축으로 활동하는 여러 회원들이다.

이번 20주년 기념으로 특히 지리산으로 가는 것은 원년 회원들에게는 정말 각별할 것이요, 또한 감개무량이다. 그렇다고 그때 기행하던 곳만을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완전히 다른 개념의 지리산 기행이다.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가는 곳은 오히려 피아골 쪽의 연곡사 정도이다. 그 사찰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 연곡사로 올라가는 길에서 하룻밤을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번 기행의 특징은 하동의 악양면으로 간다. 악양면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최참판댁이 있고 섬진강 모래사장이 눈부실 정도로 펼쳐져 있는 곳이다. 그리고 본기행이 5월 8일 즈음이면 밀과 보리밭이 새파랗게 자라 걷기를 주저하지 않을 그런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섬지사(섬진강과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덕으로 확실한 현지 안내인을 확보하였고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답사 첫날 4월 10일 안양에 사는 김길자 으뜸일꾼 덕으로 안양에 나와 군포에 사는 정훈철 회원 그리고 사당에서 다시 권오헌 선생님을 모시고 멀다면 먼 지리산 답사는 시작되었다.

먼저 실상사를 가서 식당을 알아보려 했으나 지역 주민의 소개를 받고 간 백일식당은 추어탕은 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막걸리도 별로였다. 오감시롱 기행 중 밥은 아주 중요하다. 답사팀은 한정된 예산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식당을 섭외한다는 큰 자부심(?)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가는 곳을 정하는 것 보다 기행 중 밥 먹는 식당을 선택하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오감시롱 어린이들에게 글쓰기 특강 : 이런 걸 두고 “주객이 전도되었다”라고 표현한단다) 결국 실상사를 포기하고 노고단 입구 한국관으로 이동하여 식당을 섭외하였다. 그 식당의 밥맛은 체험하지 못했지만 큰 펼침막으로 벽에 걸린 이원규 시인의 시가 아주 인상 깊다. 본 기행 때 밥 먹으면 그 시 전문을 적어 오리라.

그렇게 본격적인 다음 기행 답사지로 발을 옮겼다. 앞에서 말한 섬지사 사무국장님 덕에 기행의 코스와 밥과 숙소가 담숨에 정리되었다. 섬지사 사무국장님을 만나 우리를 안내한 곳은 지리산 형제봉 아래 위치한 형제봉 주막이다. 단출한 기와지붕인데 옛날 우리가 보던 그런 구멍가에 같은 분위기다. 5평 남짓한 주막인데 형제봉 주막이라는 상호부터 참 마음에 든다. 들어가니 화전을 굽는 사람들이 있다. 막걸리 안주로 그것을 내어준다. 주막 주모라며 인사하는 주막의 대표는 머리가 길었다. 술이 취해 안주를 해줄게 아무것도 없단다. 그리고 흘러간 팝송과 60~70년대의 인기가요를 LP판으로 계속 들려준다. 악양면의 맛있는 막걸리를 마시며 듣는 팝송과 가요는 참 좋았다.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오후 2시부터 술을 마시고 있단다. 처음 보지만 인심이 좋다. 지리산의 넉넉한 마음을 그대로 가진 사람들 같다. 해는 완전히 졌다. 섬지사 사무국장님의 안내로 저녁을 먹고 그리고 사무국장님의 집으로 가서 하룻밤 묵었다. 집은 아주 단아한 한옥집이다. 흙으로 된 마당과 잔디가 가물가물 있는 집이다. 우리 일행이 묵은 곳은 국장님 집의 별채다. 그런데 전날 밤 작가 공지영이 거기서 묵었단다. 그리고 밤새도록 악양막걸리 반말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갔단다. 그 집의 주인장은 낮부터 마신 술 때문에 깊은 잠에 빠졌고 객들인 우리들만 공지영이 남긴 막걸리 반말과 으뜸일꾼의 집요한 안주공양을 해오라며 나를 떠밀어 염치불구하고 김치 한 접시 얻으러 본채의 주방을 참 부끄러운 마음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주인아줌마의 인심은 지리산의 그것보다 더 넓고 깊었다. 김치, 깍두기, 직접 담근 민들레김치와 물김치까지 내어준다. 기대하지 않던 풍성한 막걸리 안주를 확보하여 별채의 방에서 막걸리를 따르는데 일찍 자겠다던 권오헌 선생님과 운전의 피곤으로 엎드려 자던 정훈철 회원님도 벌떡 일어나신다. 결국 안주를 다 먹어 버렸다. 그러고는 잠을 잤다.

다음 날(4. 11)

하동 악양면의 아침은 정말 아름다웠다. 밭이 한참갈이 남으로 창을 내는 그런 아침이다. 주인아줌마가 맛있게 끊여주신 하동재첩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이원규 시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찾아왔다. 또 차를 마시며 본 기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 기행 때 친히 강의를 해주시기로 약속하였다. 오기 전에 시인의 시집 한권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시집보다는 산문집 한 권 추천한다. 꼭 읽어보고 오란다. <지리산 편지>(대교북스캔, 9,800원)

숙소를 답사하고 첫째 날 마지막 기행지인 피아골 쪽의 연곡사로 향했다. 가는 도중 섬진강가를 걸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강. 이 섬진강도 4대강사업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섬진강이 안쓰럽다. 20년 전의 연곡사와 지금의 연곡사는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 김길자 으뜸일꾼이 답사 기념으로 손수건을 한 장씩 사주었다. 연곡사를 나오면서 20년 전 묵었던 여관집을 발견하고는 김길자 으뜸일꾼과 권오헌 선생님은 아주 기뻐하신다. 서울을 향하는 도중 남원에 들러 또 추어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얼음이 떠 있는 동동주를 마셨다. 그리고 전주를 거쳐 서울을 향했다. 천안을 지나서 차가 그리 막히지 않았다. 선바위 쪽으로 가서 오리고기로 저녁을 먹었다. 또 서울막걸리를 반주로 삼았다. 그러고 보니 1박2일 동안 징그럽게 맛있게 많이 먹었다. 그리고 계속 막걸리만 마셨다.

백문이 불여일견. 5월의 지리산과 섬진강. 그대 직접 느껴보시라.

오감시롱 20주년 기념 봄기행 코스

5. 8(토)

서초구민회관 집결 ➞ 노고단입구 신한국관 점심 ➞ 노고단 ➞ 연곡사

➞ 하동군 악양면 숙소 도착 ➞ 숙소배정, 저녁, 이원규시인 특강, 뒤풀이

5. 9(일)

아침 ➞ 최참판댁, 고소성 탐방, 밀과 보리밭 걷기, 선진강 모래사장 맨발로 걷기

➞ 점심 ➞ 서울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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