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무제 2002-06-26 글쓴이 : 김혜순

2009.05.28 13:21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035

무제
글쓴이 : 김혜순
  대천 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에서 연인과 함께 걸어본 적이 있으세요?
시멘트로 만든 계단을 올라 멋진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나무의자에 앉아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환상에 젖어보기도 하셨지요?
즐비한 상가는 어떤 일탈도 용서할 듯 번쩍거리구요.

우리가 그러는 사이 죽은 조개는 파도에 씻기며 잘게 부서지고 밀물에 밀려와서는 다시 파도에 잘게 부서지기를 몇 번째, 금빛 모래를 만들어 왔습니다.

10년 전 대천 해수욕장이 한움큼 손에 쥐어도 모래 한톨 남기지 않고 그대로 쓸어져내리는 황금모래밭이었고 거기서 해당화가 무리지어 피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거기에 진흙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바다로 몇 미터만 들어가도 펄이 밟힙니다. 모랠 조금만 파보아도 금세 진흙이 나오지요.

해안사구를 시멘트로 막고 거기에 상가를 세우고...
인간을 위한 개발이 인간의 생존 자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대천 해수욕장이 개발된 지 10년, 해변을 가득 메운 상가들은 육지쪽으로 500~700미터씩 상가를 뒤로 물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욕심이, 예쁜 바다를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인간의 오만함이 벌을 받고 있습니다.

신두리 사구에 가면 원시적인 모래 언덕이 있습니다. 우리의 원초적인 감정을 마구 뒤흔드는 그런 바다가 있습니다.
2002-06-26 (11:50)
옴시롱 감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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