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시롱 감시롱

우리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안병길

2010.05.11 14:34

빈들 조회 수:2702

 우리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입니다. 역사, 문학 기행에서 만났지요. 여행이 아니라 살
아있는 역사, 살아있는 문학이 그리웠던 사람들. 한길사가 주관하는 역사 문학기행에서
오늘은 오감시롱으로 이름도 이것, 저것 기웃거리다가 '서로에게 부담없이 가자. 오고 싶
으면 오고 갈때도 가볍게 가시게 그냥 두지.' 하여 혜순, 길자 제안으로 정해진 것으로 기
억합니다. 숨막히던 전두환 시절, 모든 흐름이 막혀지고, 끊겨져 죽음의 적막한 고요만이 지배하던 시절. 내게는 오감시롱이 흐를 수 있는 숨통이었습니다. 삶에서의 자유와 해방
을 맛 볼 수 있었지요. 그렇기에 간혹 교우들과 같이 합류하기도 했지요. 기행예배였지
요. 작은 교회니까 가능한. 때로는 토요일 같이 출발하여 일요일 새벽차로 올라와 예배
도 했고요. 그게 강원도 정선기행입니다. 그 만남이 그 사이 20년이 되었군요. 참 질긴 인
연입니다. 학교 교육이나 사회에서 제대로 듣지 못했던 우리역사, 특히 근현대사는 묻혀
지거나 독재권력에 의하여 많이 왜곡되어 가르쳐지거나 덮어버리고, 땅속에 묻었을 때
우리들의 역사기행은 숨통이었고 새로운 싹이었습니다. 예수가 무덤열고 부활하였듯이
살아있는 역사는 독재권력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도 어찌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기행에
못가면 토요일 출발하는 장소까지 자주나가 인사하고 손 흔들고. 거기가 압구정 현대백
화점 주차장였지요. 그 살아있는 역사가 그립고, 아픈 역사 현장을 보고 싶고, 확인도 하
고 그러니 그게 몸으로 살아있는 역사 공부였지요. 그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몸으
로 걷는 역사 공부. 이게 살아있는 공부이지요. 머리와 지식으로만 아는 역사 문학이 아
닌 걸으면서 몸으로 익히는 역사공부. 그러니 잊지 못하는 거구요. 그렇지요, 역사는 문
학은 머리로만 하는게 아니지요. 몸으로 사는게 곧 역사가 되고 문학이 되는 겁니다. 그
역사를 더듬어 동학혁명에서 지리산 빨치산 전적지 외세에 제일 많이 침략 받았던 강화, 강화는 섬 자체가 유적지이지요. 여수, 순천의 혁명지 답사., 가장 현대의 오월의 광주까
지 숱하게 달려가고 걸어왔습니다. 오감시롱이 참 대견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
다. 그땐 참 사람이 좋았습니다. 사람이 좋아모였습니다. 거의가 결혼 전 처녀, 총각이 만
났지요. 지금은 좀 아닌가요? 가족주의에 빠져 좀 거시기한거 있습니다. 많이 이기적으
로 변해가고 있는게 느껴지고 보여요. 머리만 커지고 몸은 늙어서 안움직이려는 애늙은
이 같은, 잘 못 보았나요. 나만의 느낌이었음 좋겠습니다. 사람이 그립습니다. 참사람이.
그저 만나웃고 희희낙낙하고 술이나 마시는 그런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보듬어 주
고 안아주고, 삶의 아픔이나 고통까지 함께 하고, 삶을 같이 나누는 벗이 되어 갈 사람,
삶의 무게까지 나누어 질 수 있는 사람, 처음얘기한 것 처럼 우린 길위에서 만난 사람들
입니다. 길을 가는 사람은 짐을 무겁게 지고 가지 않습니다. 그저 가벼운 등짐 정도면 되
지요. 우리는 지금 자기 삶에 너무 깊이 빠져있어 옆에 같이 가는 길벗을 놓치고 있는지
도 모르겠고요. 길 동무, 참 좋잖아요. 길 벗,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으니 한참은
더 가야 하겠지만 길가면서 벗이 있어 외로움이 덜한법 입니다. 혼자 밭일을 하다보면
힘이 들다가도 옆에 말동무라도 있으면 훠얼씬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길 동무가 어려우
시면 말동무라도 되시면 어떠실런지, 그렇다고 실없는 농담이나 대답말고 참말을 나누
며 가는 벗들은 될런지요. 우리가 20년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왔듯이 이 땅의 살아있는
역사와 문학의 길을 우리 아이들에게 이어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모임하던 날, 그때의 길벗들 가물가물하기도 하지만 사진을 보면 금새 나타날것
같은 얼굴들. 가만그렇고 보니 우리 오감시롱 20년이 살아있는 역사잖아요! 지난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가고. 아, 그래요. 이게 우리역사요. 우리들의 역사. 내 가난한 삶의
길목에서 같이 했던 길벗들! 내 삶에서 어찌 20년의 지울 수 있다는 말이요. 그러고보니
나 말고 또 하나의 나들이 모여 길을 걷고 있었네요. 길 위에서 만나 함께 길을 떠나고
걷고 있는 사람들 내게 있어 오감시롱은 또 하나의 나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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