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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의 화해-스님의 “성탄 축하” 웃음꽃 - 3일자 경향신문 기사임다
글쓴이 : 김혜순    
  [열린 사회로] 종교간의 화해-스님의 “성탄 축하” 웃음꽃
입력: 2007년 01월 02일 17:25:36

아름다운 만남이었다.

맞잡은 그들의 손은 유난히 따뜻해 보였고, 흰 이가 드러나는 환한 웃음은 보는 이들까지 미소짓게 했다. 부처님의 법을 따르는 불교 신자도,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개신교 신자도 그들의 만남을 보며 모두 하나가 됐다. 평화로운 세상, 소외된 사람들이 없는 세상,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믿음만이 굳어졌다.

지난달 25일 성탄절에 서울 신정동 광야교회를 찾은 정토회의 법륜스님(왼쪽)과 유수 스님(오른쪽)이 안병길 목사와 정담을 나누고 있다. /박재찬기자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주택가의 대한예수교장로회 광야교회.

성탄절을 맞아 여느 때보다 분주한 가운데 안병길 목사와 교인들은 ‘아주 귀한’ 손님들을 맞이했다. 불교 수행단체인 ‘정토회’의 지도법사 법륜 스님, 대표인 유수 스님이 회원 20여명과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성탄 예배 참석차 온 것이다.

아파트단지 후문 주택가 2층 건물의 2층에 마련된 광야교회는 조그마하다. 붉은 철계단을 올라가 교회당에 들어서면 나무 십자가와 십자가 양쪽의 ‘정의’ ‘평화’란 붓글씨 액자가 눈길을 잡는다. 십자가 아래에는 누런 호박도 한덩이 놓여 있고, 창문들은 모두 창호문이다. 작지만 아늑한 공간,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바닥에 스님과 불교신자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성탄절 축하 예배는 찬송가 ‘복의 근원 강림하사’를 찬송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안목사의 설교에 이어 정토회 스님의 축하 인사가 건네졌다. 유수 스님이 가사자락을 여미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입을 떼자, 교회당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스님은 “예배를 함께 하니 다시 한번 예수님과 고통받고 무거운 짐 진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며 “눈 밝은 한 분, 예수님께서 오셔서 이 세상은 또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광야교회 교인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여느 교회처럼 거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광야교회. 그래서 “편안하게 안아주는” 교회에선 하나님의 말씀이 온전히 가슴에, 온 몸에 골고루 퍼지는 듯하다.

진리를 찾아가되, 다만 진리를 찾아가는 길이 서로 다르다는 평범한 차이, 그 차이를 인정하자 종교 사이의 벽은 없다. 갈등의 자리에 이해와 배려, 소통이 대신 자리한다. 개신교 신자와 불교 신자가 서로 손을 잡고 세상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되자고 한다. 이날 광야교회 풍경은 이를 증거했다.

광야교회와 정토회의 아름다운 만남은 ‘때가 되면’ 벌이는 1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안목사와 법륜 스님의 만남이 시작된 것은 1995년. 석가탄신일에는 안목사와 교인들이 정토회를 찾아 축하인사를 건네고, 성탄절엔 스님과 정토회원들이 광야교회를 찾는다. 안목사는 “이 만남은 이현주 목사가 이끌던 ‘예수살기’모임의 여름 수련회에 법륜 스님을 강사로 모시면서 시작됐다”며 “이젠 다른 종교인이 아니라 한 형제같다”고 밝혔다. 법륜 스님도 “진리를 찾아 함께 길을 걸어가는 수행자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왜, 목사와 스님이 친분을 쌓으면 안됩니까. 불교인과 기독교인이 서로 나누고 이해하면 안됩니까. 진리라는 게 요만큼은 불교 것이고, 요만큼은 기독교 것이고, 이렇게 나눠진다면 그건 진리가 아니겠죠. 진리는 하나고, 같아야 진리죠.”

안목사는 “무지개가 왜 아름답다고들 합니까?”라고 묻는다. “일곱 색깔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라는 그는 “자기만 옳다는 고집, 존재하는 다른 종교를 탓하고 부정하는 것은 무지”라고 단언한다. “내가 옳으면 남도 옳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체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 종교들이 서로간 활짝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은 “종교가 권력이 되고, 본질과 형식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라며 “교회는 예수님의 참뜻과는 상관없이 교회를 유지키 위해, 사찰은 부처님 말씀과 관계없이 사찰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린다”고 지적했다. “왜 절이나 교회가 이렇게까지 커져야 하냐”고 되묻는다.

안목사의 교회집무는 독특하다. 헌금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일을 한다. 빈민목회, 노동목회를 하며 막노동꾼부터 택시운전, 새벽 도시락 배달 등을 했다. 지금도 학원 차량의 운전기사 노릇을 한다. “하나님은 나와 우리의 밖이 아니라 바로 이 안에 있는 것”이라며 “이 몸을 통해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라고 성모 마리아의 말씀을 왼다.

법륜 스님과 안목사는 평소에도 자주 만난다. 교인들과 농사를 짓는 안목사는 먹거리를 수확하면 정토회에 나눠주기도 한다. 북한동포 돕기, 소외된 이웃 지원하기, 환경운동 등에도 힘을 합한다. 정토회원과 광야교회 교인 사이에도 허물이 없다. 법륜스님은 “종교인에게 열린 마음이란 것은 다른 종교를, 그 종교의 신자와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동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 이해까지만 가도 갈등은 없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유일신관을 갖는 것은 개신교의 큰 특징의 하나로 불교쪽에서도 이 차이를 인정만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며 “나 스스로도 찬송가를 연습하고, 찬송할 만한 자리에선 찬송가를 부른다”고 강조한다.

스님은 “굳이 모두가 친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다 보면,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다 보면 또다른 분란,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저 물흐르듯, 진정 참된 진리의 길을 걷다보면 벽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광야교회와 정토회는 새해 더 많은 만남을 약속했다. 이들의 만남은 종교뿐 아니라 노사간, 남북간, 서로 으르릉거리는 단체 등 모든 세상살이에 더불어 사는 지혜를 전한다.



2007-01-0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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