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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 마지막 예인들‥KBS-굿모닝 코리아 5부작 음악다큐

2009.05.28 14:39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2230

이시대 마지막 예인들‥KBS-굿모닝 코리아 5부작 음악다큐
글쓴이 : 진도댁    ()   
 
이시대 마지막 예인들 머리허연이들 떠나면 그 소리도 영원히 떠나...
이들이 죽고 나면 그 소리를 어디 가서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누대를 대물림하고 자신의 온 삶을 바쳐 한 시대를 풍미한 소리를 가슴에 담았으나 제대로 존대받지 못하고 이제 사라져가는 이 땅의 마지막 예인들이 있다.

진도 단골(무녀)의 마지막 뼈대로 일컬어지는 채정례(78), 구순의 나이에도 쑥대머리를 부르는 중고제의 마지막 이음이 심화영, 평생을 떠돌며 독공으로 일생을 채운 동서편을 겸한 명창 한승호(80), 예향 진주를 지킨 가무악의 달인 김수악(79), 신을 초대했던 통영시나위의 마지막 피리잡이 정영만(47)씨 등. 이들에겐 뒤를 잇는 변변한 제자도 없다. 이들이 사라지면 그 소리도 그냥 그렇게 묻혀져 전설로만 전해질 뿐이다.



대물림 진도굿 유일-단골 채정례 (3월 5일 밤 12시 kbs 1tv)

첫 편은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어머니, 채정례’편(3월5일). 소리로 유명했던 진도 삼례(조공례, 채정례, 김대례) 중 조씨가 세상을 뜨고 김씨의 목이 가라앉은 지금, 채씨는 옛 영화롭던 진도굿을 그대로 전하는 유일한 단골이다. 하의도에서 나 진도로 옮겨온 뒤 채씨 가문은 진도의 영향력있는 무가로 자리를 잡았으며, 그는 대물림으로 굿을 익혀 지금까지 진도굿을 지켜오고 있다. 단골이기에 앞서 열두 남매를 키워온 어머니로서 그의 굿판에는 모성이 두드러진다. 저승사자를 달래는 사자상의 떡을 떼어 구경꾼을 먹이는 정성도 좋고 긴 제석굿을 풀어놓는 그의 곰삭은 수리성은 가히 일품이다. 그는 늘 “내 굿은 멋이 없어라우”라고 말하지만 남편의 징과 조카의 장고 반주로 굿이 벌어지면, 죽은 자의 잔치가 곧 산 자를 달래는 굿판으로 탈바꿈한다.


적벽강에 불지르듯-명창 한승호

2편은 ‘화려한 시절의 고독한 광대 한승호’편(3월6일). 그는 공연을 갈 때 “적벽강에 불지르러 간다”고 말한다. 그의 적벽가는 정말 적벽강에 불이 나는 것 같다. “캄캄한 밤 혼자서 산길을 가는 심정”으로 노독이 가득찰 때까지 소리를 찾은 명창이다. 탁월한 엇부침, 아귀성, 각구녁질과 같은 말품들은 오로지 그의 소리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그가 간 길이 너무 멀었기에, 그가 이룩한 소리가 너무나 어려운지라, 서울 정릉에 자리한 그의 전수소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탓에 보다 쉽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소리가 판소리의 주를 이루게 되면서 그의 소리는 음지 속의 그늘이 되고 말았다. 그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고 다시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가계 간판스타 많아-명창 심화영

3편은 ‘잊혀진 가문의 마지막 중고제, 심화영’편(3월7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내포땅 심씨 일가의 예맥을 잇는 마지막 사람이다. 1910년대 장안사의 간판스타였던 소리꾼 심정순이 그의 아버지로, 신소설의 이해조는 심정순의 판소리를 각색해 <강상련> <연의각> <토의간>을 썼다. 사촌오빠 상건, 오빠 재덕, 언니 매향이 모두 소리로 이름이 났었다. 심씨는 어머니를 호강시키고자 열여덟에 기녀의 길을 택했고, 문턱이 닳게 집안을 드나들던 떠도는 율객들이 스승이 되었다. 권번에서 주최하는 공연에 참가해 승무도 추고 이도령역도 하고, 방송극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해방된 후 서산에서 농악대의 상쇠를 하는 송운석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후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왔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에게 춤이나 가야금을 가르치다, 뒤늦게 고음반을 들춘 학자들에 의해 발굴돼 2000년 충남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제 아흔이다. 그는 가수 심수봉씨의 고모다.

춤꾼들 "최고" 감탄-가무악 김수악

4편은 ‘강산제일의 구음, 김수악’편(3월13일). 열살에 진주 권번에 입적한 그는 유성준, 정정렬, 이선유 등 쟁쟁한 명인에게서 판소리 다섯바탕을 떼었다. 김종기, 강태홍, 박상근에게서 가야금 아쟁을 배웠고, 한성준에게 승무를, 김녹주에게 소고무를, 최완자에게 굿거리춤을 물려받았으니 고금의 국악사를 통해 그처럼 완벽한 스승을 모신 이도 없을 것이다. 진주검무로 국가지정무형문화재, 교방굿거리춤으로 경남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춤꾼들이 “김수악의 구음이면 헛간에 도리깨도 춤을 춘다”고 했을 만큼 강산제일을 자랑한 그의 구음은 무형문화재 종목조차 없어 그가 죽고 나면 음반으로나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다.

다른일하다 굿판으로-피리잡이 정영만

5편은 ‘다도해의 제사장, 정영만’편(3월14일). 집안 대대로 내려온 무업을 접으려고 스무 가지가 넘는 직업을 전전했지만, 귓가에 맴도는 조상들의 소리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굿판으로 돌아온 통영세습무의 마지막 대사산이(무악 악사장) 정영만씨. 낮에는 버스운전을 하고 밤에는 무당선생을 하며 굿을 연습했고, 대전 엑스포 개막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남해안별신굿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근무력증을 앓고 있어, 유명했던 통영 삼현육각의 마지막 피리잽이로서 그의 소리도 언제 사라질 지 알 수 없다.

신복례 기자 bo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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