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조익진님의 편지

2014.08.19 16:10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341

조익진님의 편지


권오헌 명예회장님께

목숨을 걸고 단식 투쟁을 벌이던 도중 명예회장님과 박희성 선생님의 면회로 소식을 공유하고 연대가 건설될 수 있었습니다. 감옥 안에서나마 세월호 참사 해결과 감옥 인권 보장을 위해 싸우던 제게 과분한 지지와 연대의 힘을 모아주신 것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23일 간의 2차 단식은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구속노동자후원회 이광렬 동지의 중재, 보안과장의 ‘도의적 사과’와 일반 병원 이송으로 종료되었습니다.

그러나 병원에서조차 편안히 치료만 받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세월호 유족과 지지자들의 단식이 이어지고 진보정당 등 저항세력과 노동자운동에 대한 공안탄압 또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윤일병의 끔찍한 죽음은 1%를 위해 노동계급의 자녀를 희생시키는 대한민국 자본주의 군대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교황 방문으로 정의와 진보를 열망하는 노동자 민중의 바람이 초점을 형성한 지금, 미력하나마 다시 곡기를 끊고 정권과 체제에 맞선 투쟁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14일부터 재단식에 돌입하여 오늘로 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거의 두 달 반에 달하는 기간동안 반복된 단식과 복식으로 체력이 저조하고 이곳저곳이 좋지 않지만 사회진보를 향한 강렬한 열망과 의지로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해결, 공안탄압 중단, 징병제 폐지’ 뿐 아니라 ‘감옥 인권 보장’도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매우 정치적인 문제로, 진보정치세력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감옥은 자본주의 억압기구의 일종으로 필요시 총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소외로 인해 만연한 범죄자들을 호혜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지배계급은 극도로 고립된 감옥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수용자들을 격리하고 통제하는 데 주된 관심이 있을 따름입니다.

감옥은 저항세력과 비판적 정치사상을 탄압하는 주요 수단으로도 활용됩니다. 소위 ‘양심수’와 ‘사상범’들은 생각하고, 토론하고, 행동했다는 이유로 구금되어 격리와 보복을 당합니다.

구금 자체가 무엇보다 핵심적인 보복의 수단이겠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억압수단이 동원됩니다.

서신 검열, ‘기초질서지키기’, CRPT 순시·검방, 알몸 검신뿐 아니라 보호장비를 이용한 ‘고문’행위까지 자행하여 보복과 ‘길들이기’에 혈안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런 탄압이 더 심해졌다는 여러 동지들과 교도관들의 증언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와 지정학적 위기라는 난항에 빠진 지배계급은 박근혜라는 ‘강경우파’의 상징을 중심으로 결집해 공안탄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감옥 인권의 후퇴와 양심수 탄압 강화 역시 이런 전반적 정치과정의 일부입니다.

제가 당해던 인권침해 또한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것입니다. 저는 보안과장이 약속했던 소장 유감 표명 이행 뿐 아니라 ‘자해방지 철망 폐지, 보호장비 폐지, CRPT 해체, 기초질서지키기 폐지, 과밀수용 해소, 알몸검신 폐지’ 등의 일반적 요구를 내걸고 추석맞이 양심수 면회 공동행동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 문제가 정치적인 쟁점인만큼 법무부와 교정본부 등 전국적 차원의 대응을 병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탄압을 당하는 당사자인 우리 양심수와 뜻 있는 수용자들이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해야만 더 큰 연대를 건설하고 법정투쟁을 위한 압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내란음모죄’, 집시법, 엄무방해죄, 일반교통방해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피해자, 병역거부자와 같은 사상범·양심수·노동자 운동 활동가와 더불어 이에 공감하는 수용자들이 함께 집단 단식에 돌입할 것을 호소합니다.

정권과 체제에 맞선 투쟁에 함께 단결해 나섭시다. 우리의 인신을 감옥에 가둘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저항정신은 꺾을 수 없음을 가열찬 투쟁으로 입증해 보입시다.

2014년 8월 17일(일)

서울구치소 4566번

조익진 올림


추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단식을 종료하고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던 입장에서 다시 다닉에 돌입하게 되어 너무도 면목이 없습니다. 호되게 야단을 치셔도 할 말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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