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박정훈님의 편지

2015.06.27 13:0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629

박정훈님의 편지

 

몇가지 공유해야 할 소식들이 있어 편지 드립니다.

먼저 민변의 정병욱 변호사와 제가 활동했던 청년좌파의 도움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남부구치소에 있을 때 대상포진 증상이 있었는데, 의사가 상처를 잘 보지도 않고 잘 씻으라고 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수감시설에서의 의료처우는 매우 열악한데,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일단 재소자들에 대한 편견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의료담당자들이 아프다고 하면 신경질적인 반응들을 보입니다. 직원의 수가 적은 것도 그런 불친절의 원인이겠지요. 그래서 한 번은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정보공개청구로 의무기록을 확보해놓고 담당자들의 태도와 대응들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얼마전 역시 제가 활동했던 알바노조의 구교현위원장이 구속될 뻔 했는데, 이 때 정병욱 변호사가 변호를 맡아 기각된 일이 있었습니다. 김정도 동지의 변호도 맡고 계셔서 이래저래 인연이 닿아 손배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승리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소송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수형시설의 의료처우 문제를 사회적, 제도적으로 바꾸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소송의 내용은 소장으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때의 의료방치와 오진으로 눈썹쪽에 작은 상처가 남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최근 서울구치소에서 저의 면회내용을 모니터링한 일이 있었습니다. 문제로 삼았던 내용은 제가 CRPT가 깡패 같다고 한 내용과 고소해버리겠다고 한 내용, 그리고 원세훈이 사동도 우미에게 설거지를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싶이 서울구치소에서 지난해 조익진 동지가 CRPT 시찰을 항의하며 단식을 한 일이 있고 이에 대해 소측에서 사과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CRPT는 지금도 관복입으라, 누워있지 마라 등의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고압적인 태도로 말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조항들을(소위 관규’) 달라고 했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단순히 기분 나쁨의 문제가 아니고 구속의 집행이 가두는 것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의 자세와 태도까지 구속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충돌과 갈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바꿀 수 있는 힘을 없지만 보안과장·소장 면담 등을 통해 조익진 동지에 대한 업무방해 고소건과 CRPT의 고압적인 업무처리 문제, 계호업무의 근거, 지난해 보안과정의 사과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합니다.

또 황당한 일이 있었는데 제 방 천장에서 물이 새서 방을 옮기는 일이 있었습니다.(해가 드는 더 좋은 방으로 옮겨서 좋긴 합니다.^^) 이 곳의 시설노후 문제는 심각한데 도망가지 못하게 두껍게 만들었을 감옥에서 천장에 금이 가 물이 샌다니 참으로 황당합니다. 취침조명 등도 없고(최저시설 기준상 야간에는 60Lux이하로 알고 있습니다.) 샤워실에 탈의실도 없습니다. 최저시설기준을 들이대면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 꽤 있습니다. 원세훈의 설거지 문제는 다른 재소자에게 들은 것인데, 사동도우미가 자발적으로 한 것일 수도 있고 해서 접견 때 가십거리로 말하고 말았는데 구치소가 민감하게 반응해서 오히려 제가 더 이상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또 다른 특권이 있나?하는 괜한 의심이 들더군요. 아무튼 징역이나 세상이나 다를게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서울구치소로 오신 함형재 동지는 제가 학교에서 활동할 때 봤던 동지입니다. 서로 조직이 달라 친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감옥에서 소식을 접하니 반갑고(반가우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힘이 나네요. 제 기억으로는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제가 활동했던 학교에서는 이런 동지들이 많아서 제가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막상 만나면 어색하겠지만 힘내시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더운 여름 모두 몸 건강하시고 힘내시길 빌어봅니다. 새로운 변동상황이 있으면 또 편지드리겠습니다.

 

2015. 6

박정훈

 

PS) 대구에서 청년좌파 활동을 하던 최창건 동지가 69일 오전 구속되었다고 합니다. 분노스럽습니다. 동지들의 따뜻한 손길을 요청드립니다.

PS) 소송에서 이기면 전액 민변에 기부하기로 하였습니다.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사건을 맡아주신 변호사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PS) 두 조직에 따로따로 편지를 드리는 것이 예의이나, 편지가 길어져버려 동시에 소식 전하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손이 아파서요. ㅠㅠ 게으른 천성을 탓해 봅니다. 양심수후원회와 구속노동자후원회 동지들 모두 힘내시고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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