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이병진님의 편지

2014.06.12 10:3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575

이병진님의 편지

 


존경하는 권오헌 명예회장님께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국민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고 그 사고이 원인과 진실을 밝히시는 일에 바쁘실텐데 존경하는 권오헌 선생님께서 직접 면회를 와 주셔서 기쁘고 큰 영광입니다.

 

선생님을 직접 뵙고, ‘재심에 대한 확고한 저이 의지를 말씀드리게 되어 좋았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선생님께 재심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조금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가족들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 제 사건을 다시 들추어 내어 아픈 상처와 악몽이 되살아날까봐 걱정과 불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국가정보원이 증거서류까지 조작하며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저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며, 도저히 국가가 할 짓이 아닙니다. 집권세력의 정권안보를 위해서 간첩사건을 조작하는 국가정보원은 당연히 책임을 지고 해체되어야겠지요.

제 사건도 분명한 조작사건입니다. 저는 국가정보원에 대해서 전혀 믿을 수 없고 전면적인 사건재조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방대한 수사기록임에도 사건재검토를 결정하였고 지금 검토 중입니다.

저는 재심을 결심하였고 어떠한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정의가 승리함을 역사 앞에 증명할 것입니다.

 

인도는 영국의 지배로부터 해방되면서 비교적 중립적인 비동맹외교노선을 걸어 왔습니다. 이런 경향은 인도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저에게 북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학문적 호기심과 연구 목적으로 직접 북의 모습을 보고 싶었고 그런 과정에서 93년과 94년에 평양을 방문했던 것입니다. 이것ㅇㄹ 빌리로 북의 고정간첩운운하며 저를 괴롭히고 압박하여 수사가 이루어졌고 군사기밀을 수집하고 탐지한 혐의로 간첩딱지를 붙인 일은 억지이며 진실이 아닙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나는 간첩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하였지만, 짜여진 각본처럼 진행되는 일방적인 조사과정에서 나의 목소리는 묵살되었지요.

50일 가까이 거의 매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수없이 반복되는 조사를 받게 되면 고립감에서 오는 공포심 그리고 무기력감에 빠져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약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수사에 협조 안하면 무기징역과 사형까지 줄 거라는 검사의 이야기를 들을 때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되는 인권유린을 자행했고, 강압에 의한 부당한 수사라는 것을 명백히 인지하겠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조차 할 경황이 없었습니다. 사건을 재검토하면서 그런 부분들도 꼼꼼하게 짚어볼 일입니다.

 

보수지배계급이 간첩사건들을 조작하여 공포분위기를 만들어 국민들을 협박하는데 성공하여 정권기반을 공공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며 무지몽매할 일입니다.

임시방편으로 거짓을 숨길 수는 있겠지만, 그런 속임수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고 그런 일이 쌓이다 보면 모순이 폭발하여 스스로 망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런 일들을 과거의 역사에서 수도 없이 많이 지켜보았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도 거짓말들이 쌓이고 쌓여서 일어난 참상이 아니겠습니까!

 

민족문제인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북을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엄연한 국가로 존재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민족이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은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배를 당한 피해자임에도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분단과 전쟁까지 치른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민족분단의 근원적인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지 않는 경제성장은 공허하고 무의미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눈부시게 보이는 경제성장의 열매도 철저하게 가진자들 중심으로 불평등하게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구조로 고착되었으므로 경제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조차도 허구이며 환상에 불과합니다.

 

20세기 낡은 질서가 허물어지며,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도, 보수지배계금은 그런 시대의 변화를 못 본 체 하고 오직 기득권을 유지하는데만 급급합니다.

민족을 배반하고 외세에 의존하여 오직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인데, 과연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간첩사건을 조작하고 침몰하는 배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여 몰살당한데 분노하는 국민들을 감시하고 잡아가두고 언론을 통제하는 지배계급세력을 누가 더 이상 믿고 따르겠습니까?

 

우리는 더 이상 보수지배계급의 농간에 속지 말고 참되고 진실된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권오헌 선생님께서는 한평생을 조국통일과 민족의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맨 앞에서 싸우셨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어디로 가야 할 지를 분명히 보여주신 저와 우리 시대의 이정표입니다.

 

저 역시 민족과 민중을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살아오신 선생님의 뜻을 잊지 않고 따르겠습니다.

 

오늘 선생님을 직접 뵙고 저의 신념을 말씀드린 일이 제게는 크나큰 영광입니다.

 

저와 선생님의 신념과 바램대로 우리 민족이 통일된 조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날이 곧 올거라 확신합니다.

 

그런 날이 와서 선생님을 모시고 잔치를 벌이며 축복하고 싶습니다.

 

그런날을 손 꼽아 기다리며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전주교도소에서 이병진 올림

201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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