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조익진님의 편지

2014.06.23 21:14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346

조익진님의 편지

[탄압 중단, 감옥인권 개선, 삼성전자서비스 파업 지지 단식 7일째입니다.]

보내주신 영치금과 <후원회 소식>을 잘 받아 보았습니다. 많은 동지들과 선배님들의 연대의식이 녹아있는 소중한 돈과 소식지를 받고 크게 힘이 났습니다.

소식지에 실린 ‘우리의 주장’은 특히 감명 깊었습니다. “사람 목숨에 우선하는 이윤추구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박근혜 정권의 책임을 묻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필’에 공감이 갔습니다.

‘대량살륙’을 낳을 전쟁위험조차 감수하고 친제국주의적 대외강경책을 고수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좋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과정, 배경 등과 마찬가지로 이 역사 현정권과 자본주의의 우선 순위가 ‘사람’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제가 병역을 거부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1%를 위해 99%를 희생시키는 자본주의 국가기구, 특히 제국주의와 협력해 점차 세계를 위험으로 몰아넣는 데 일조하고 있는 이 나라 군대에 복무할 지언정 감옥으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3월 17일에 자진출두로 구속된 이후 오늘로 세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감옥은 여전히 처우가 매우 열악하고 행정도 더 없이 권위적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관등성명조차 표기하지 않은 기동순찰대가 사찰을 돌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소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1회 온수욕 시간조차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입소시마다 강요되는 항문검사를 비롯한 ‘알몸검신’은 극도의 수치심을 유발합니다. 저는 성동구치소 입소과정에서 이를 거부했고 소측은 강제력을 행사해 제 옷과 속옷을 강제로 탈의시키고 발을 밟아 멍까지 들게 하는 폭력을 저질렀습니다.

이런 식의 탄압은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자살방지’ 명목으로 일기장까지 열어본 것입니다. 결국 성동구치소는 이런저런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갑작스레 저를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습니다.

이감 이후 탄압은 절정에 달했습니다. 소측은 수용자 처우개선과 인권보장을 위한 정당한 문제제기에 기만과 보복으로 대응했습니다. 면담 결과조차 지키지 않는다거나 면담 자체를 거부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었습니다. 순시중이던 소장에게 운동장 여건에 대해 호소하고 나서는 30분만에 기동순찰대가 검방을 한다며 방으로 들이닥쳤습니다.

결국 소측은 점검을 방해하고 소란을 피웠다는 빌미로 저를 감시카메라가 달린 조사실에 격리 수용시켰습니다. TV시청, 실외운동, 공동행사 참가를 금지하는 ‘처우제한’과 함께입니다. 자해를 방지한다며 시계를 지급하지 않고 면도기조차 월수금에만 일시지급하는 일도 강요되고 있습니다. 조사실 수용은 징벌을 위한 조사 절차로 실제 징벌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사실 수용 자체뿐 아니라 과정도 문제였습니다.

기동대 6인이 저를 방에서 끄집어내 관구실까지 끌고 가는 동안 등이 바닥에 질질 끌리고 관복 바지도 흘러내렸습니다. 저항하느라 탈진한 제가 “[의무과에] 잠시 누워 있다 가겠다.”고 절박하게 호소했음에도 묵살하고 휠체어에 태워 조사실에 수용시켰습니다. 저는 호출벨도 작동하지 않고 목소리도 잘 닿지 않는 외진 방에 밤새 방치돼 있었습니다.

이런 탄압과 끔찍한 인권 침해에 항의하며 6월 12일(목) 저녁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운동장 벽면 반사광 해결’, ‘항문검사 등 알몸검심 폐지’, ‘기동대 순시 중단’ 등 수용자 인권보장요구와 함께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에 항의하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노조 활동가들의 석방도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식 5일째인 지난 16일, 관구계장은 양보안을 제시했습니다. 운동장 벽면 반사광을 해결하기로 소장과 보안과장 등의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단식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조사실 수용을 비롯한 징벌 시도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무기를 내려놓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면담 결과 미이행을 고려하면, 해당 내용을 전체 방송으로 공지하지 않는 이상 소측의 약속을 충분히 신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징벌시도를 저지하고 의미있는 성과를 얻어낼 때까지 단식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한편 감옥인권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항문검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필요시 민형사 소송으로 싸움을 이어나갈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2014년 6월 18일(수)

서울구치소 조사실에서

4566번 조익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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