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조익진님의 편지

2014.07.16 08:55

양심수후원회 조회 수:1229

조익진님의 편지


단식투쟁에 연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양심수후원회 선배 동지들과 같은 여러 단체의 도움과 정진우, 김창건, 안현호 동지의 동조 단식 덕분에 징벌시도를 완전히 철회시켰고 의미 있는 감옥인권개선 성과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CRPT의 인권 침해와 ‘기초질서 확립’의 문제점에 대해 전체 교정당국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며칠전 서신을 보내주신 ‘왕재산’ 사건 김덕용 동지의 의견에 적극 공감합니다. 양심수들 사이의 소통을 더 강화해 당국의 각개격파 시도에 맞서 공동의 대응을 건설해 나가야 합니다.

‘금지물품 확인’을 빌미로 한 서신개봉 때문에 내용이 노출될까봐 우려되어 답신에 자세한 내용을 싣지는 못했습니다만, 우선 교정본부를 상대로 한 집단 손배소로 포문을 여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교정본부장은 2014년 4월 30일 인권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CRPT 활용을 최소화하고 ‘군사문화의 잔재’도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습니다.

인권침해는 오히려 심해졌고 전국의 구금시설에서 당국과 양심수들의 충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면서 ‘양심수 길들이기’와 보복을 위해 감옥 내의 수용자 통제 역시 강화하고 이들을 옥죄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좌시하지 말고 민중운동의 자랑스러운 전통인 ‘단결’로 대응해야 합니다. 각개 전투중인 양심수와 뜻있는 수용자들이 서로 힘을 합친다면 더 큰 압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식 종료 이후 서신이 늦은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응당 곧바로 경과를 알리고 감사 인사를 드려야 했으나 ‘서신 무통보 검열’ 의혹이 들어 이에 대해 파헤치는 중이라 증거를 찾아낼 때까지 소측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외부 단체 서신발송을 극히 자제했습니다.

현재 제 서신 수수 목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제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임에도 소측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의심을 한층 더해 줍니다. 접수증조차 수차례 요구에도 묵살되다가 줄기찬 항의 끝에 3~4일이 지나서야 겨우 받아냈습니다.

서신 수수에 대한 개입 의혹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6월 20일에 제출한 익일특급 등기서신이 6월 24일에야 발송됐다는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이는 6월 24일에 열린 단식지지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송 지연입니다. 서신 담당 직원이 와서 사과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진정성 없는 사과였습니다.

서신 검열 도한 지난 투쟁에 대한 방해와 탄압 시도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깥에 여러 차례 요청한 단식과 복식 정보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기자회견 자료나, <세상밖으로>(구 구속노동자후원회 소식지) 등 소측이 싫어할 만한 것들이 통보도 없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소장이 순시를 핑계로 찾아와선 “건강 조심하라”고 말하는 등 겉은로는 신경 써주는 척 하면서, 뒤로는 부당한 통제와 인권침해를 지속해 왔다면 이에 대해 반드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혹여라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강제이송이라도 시도한다면 이는 전면적인 선전포고가 될 것입니다. 인권침해에 대한 응당한 책임도 지지 않고 이송을 강요한다면 부당한 조치를 전면 거부하고 사활을 건 단식투쟁에 재돌입할 것입니다.

아직 죽을 먹으며 복식중인 상황이라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단식에 재돌입할 경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부당한 현실에 눈감고 제 한 몸 추스르기에만 여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염치 불구 앞으로도 관심과 연대를 호소드립니다. 부당한 탄압과 갖은 인권침해에도 불구하고 제가 의지를 꺾지 않고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모두 바깥에서 지켜보고 도와주시는 선배님들과 동지들의 따뜻한 눈길 덕택입니다.

과분한 지지와 연대로 작은 승리를 일구면서 <동지가>의 노랫말을 훨씬 가슴 와닿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영원한 사랑’과 ‘영원한 투쟁’으로 우파 정권과 이윤 체제의 억압을 뚫고 함께 승리합시다! 투쟁!


2014년 7월 14일(월)

서울구치소에서

4566번 조익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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